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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그리고 벼의 한살이

농사일/농업&농촌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5. 10. 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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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그리고 벼의 한살이

한민족의 역사와 농경문화의 뿌리인 벼를 생각하며

 

 

▲ 황금들녘
ⓒ 박종인
벼를 생각하며

해토머리 무렵에 논두렁을 걸었다. 봄볕은 따사롭고 바랜 들판에서는 아지랑이가 어른어른 피어났다. 추위를 덜 타는 어떤 풀은 이미 싹이 텄다. 연병장 같은 논배미에는 벼의 그루터기가 병사들처럼 가지런히 줄지어 서있었다. 농사를 시작하는 봄에 지난해의 벼 그루터기기를 고즈넉이 바라보며 농민의 땀방울로 알알이 영글 올 가을의 벼 이삭을 그려보았다. 어느덧 가을이 왔고 여름내 자란 벼는 다시 그루터기로 내 앞에 섰다.

수 천년 전부터 우리는 벼를 통해 생명을 이어왔고 문화를 만들었다. 앞으로도 벼는 우리의 주식으로서 생명의 양분이 될 것이다. 한반도에 벼를 처음 심은 이들이 우리의 종족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의 뿌리는 그들과 한 뿌리일 것이다. 해를 이어온 벼 그루터기처럼 말이다.

▲ 벼의 그루터기
ⓒ 박종인
한반도의 조상들이 처음 농사를 지을 때는 피, 조, 등의 작목이었으나 벼가 전래된 후 점차 재배면적이 늘어났으며 매우 소중한 주작물이 되었다. 쌀은 담백하고 소화이용률이 어느 곡식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밥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식습관은 된장, 김치 등 여러 반찬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어 우리 민족의 건강을 유지시켜 주었다.

벼를 재배함으로써 단순히 식량을 얻는 것만이 아니다.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장마철에는 논이 저수지처럼 홍수조절 기능도 하며 흙이 빗물에 씻겨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또한 논에 고여 있는 물은 서서히 땅속에 스며들어 지하수를 공급하며, 볏짚과 벼알의 무게만큼 공기 중의 탄산가스를 흡수하는 대신 산소를 내뿜는다. 이런 공익적인 기능은 벼의 수확물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서너 배가 넘는 것이다.

▲ 한 톨의 볍씨
ⓒ 박종인
벼의 한살이

벼의 일생은 볍씨가 모가 되고 모가 자라 이삭이 패고 이삭이 여물어 수확하기까지이다. 한톨의 벼가 가진 가능성은 얼마일까? 그대로 있으면 단순히 한 톨이고 싹을 틔워 모로 자라면 600톨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벼 한 톨을 자세히 살펴보자. 벼는 식물종실의 조직으로서 크게 현미와 이를 감싸고 있는 겨로 나눈다. 현미는 배아와 배유 및 이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미의 주성분인 전분(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과 단백질, 지질, 식이섬유,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

1. 종자소독 및 파종

종자로 쓸 종자는 충실한 볍씨여야 한다. 소금물가리기로 우량종자만을 선택하여 도열병, 키다리병, 깨씨무늬병, 벼이삭선충 등을 방제하기 위해 약제로 종자를 소독한다. 소독한 종자는 시큼한 냄새가 나며 사진처럼 선홍빛으로 물이 든다. 볍씨를 싹튀우기 전에 충분히 물에 담가주어 균일하게 싹이 트도록 해야 한다. 적산온도 100℃기준으로 물의 온도와 기간을 정하므로 10℃의 물에는 10일, 16℃의 물에 담글 경우엔 일주일 정도 침종 한 후 싹틔우기를 한다. 볍씨를 30~32℃에서 1~2일 정도 두면 싹이 터서 2mm정도 자란다. 이 볍씨를 못자리나 모판에 파종한 후 35일 정도 모기르기를 한 후 논에 모내기를 한다.

예전에는 논의 한 쪽에 못자리를 만들고 모를 길렀으나 요즘은 벼의 모를 공산품처럼 공장(육묘장)에서 대량생산을 하기도 한다.

▲ 싹튼 볍씨
ⓒ 박종인
2. 모내기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5월 중에 모내기를 하게 된다. 예전에는 품앗이로 동네사람들이 함께 손으로 모내기를 하는 풍경이 흔했다. 논두렁의 못줄잡이 신호에 따라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모를 심으며 뒷걸음질을 하다 보면 흙탕논에는 설핏설핏 여린 모가 박혀갔다. 모를 얇게 심기에 가끔 뜬모가 생기기도 한다. 모는 2~3cm로 얇게 심어야 새뿌리도 빨리 나오고 새끼치기가 잘 된다.

지난 봄에 학생들을 데리고 모내기 체험행사를 했다. 학생들에게는 이것은 단순히 체험거리이자 놀거리이지만 내 어릴 적에는 일상이었다. 농번기에는 공부하던 학생들이 보리베기, 모내기 등에 단체로 동원되기도 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집안의 농사일을 거들며 공부를 했었다. 하루 수업을 빠지고 모내기체험을 한 학생들은 훗날 이것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물컹한 논에 발이 빠지며 직접 모를 심어보는 이들은 쌀이 나무에서 열린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 손모내기(자채방아마을)
ⓒ 박종인
모를 심을 때는 4~5포기만 심는데 수확할 때면 2~30줄기로 다북해져 있다. 모는 자라면서 여러 번 새끼줄기를 만들어낸다. 모내기 직후의 사진과 한 달 후의 사진과 두 달 후의 사진을 비교해보면 쉽게 눈에 띌 것이다.

조선시대부터 벼를 서너 줄기 모아 한 포기로 만들어 심는 것을 권장했다. 이렇게 하면 하나하나씩 심는 것보다 더 많은 벼가 수확되는 것이다. 나름의 시너지효과를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3. 생장기

벼는 영양생장기과 생식생장기로 구별된다. 영양생장기는 잎, 줄기, 뿌리 등의 영양기관이 형성되는 기기로서 외관상 성장이 왕성하고 줄기가 늘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생식생장기는 어린이삭과 꽃기관이 만들어지며 씨방이 발육하여 쌀알이 만들어지는 시기이다. 각 성장의 단계에 따라 필요로 하는 영양분과 물의 양이 다르므로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또한 잡초 및 병해충에 시달리는 시기이므로 제초작업과 병해충방제를 잘해야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있다.

▲ 모내기 직후의 모
ⓒ 박종인

▲ 모내기 두 달 후의 벼
ⓒ 박종인
3. 이삭패기

모내기 후 벼는 뿌리를 내리며 새끼치기를 통해 줄기가 늘어나는 영양생장기를 지나 여름에는 이삭이 패는 생식생장기로 전환된다. 각각의 벼는 암술과 수술을 가지고 있다. 벼꽃을 제대로 보려면 오전이 좋다. 수정한 벼는 이제 왕겨 안에서 충실하게 익어간다.

▲ 벼의 꽃(수술)
ⓒ 박종인
4. 수확기

가을날의 볕은 벼를 충실히 익게 하는 원동력이다. 가을이 깊을수록 벼이삭은 푸른빛을 버리고 황금빛으로 변해가며 고개를 숙인다. 농부가 여든여덟의 땀방울을 흘리며 수확한 쌀이다. 가을들녘은 그저 풍성하다. 토실토실 여문 벼알은 이제 흰쌀밥으로 지어지고, 그 중에 일부는 종자로 내년을 이어갈 것이다.

▲ 수확한 벼
ⓒ 박종인

▲ 추수 후 논
ⓒ 박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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