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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허텅지거리 (5)

글쓰기/수필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0. 12. 2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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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의 살림꾼 박종인, 성탄인사 올립니다.
이 해 님들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해마다 이즈막이 되면 한 해를 잘 살았다는 뿌듯함보다는 미련과 아쉬움이 더한 까닭은 뭘까요?

하지만 우린 잘 살았습니다.
정말 잘 살았습니다.
혹, 그러지 않더라도 잘 살았다고 우깁시다.
벅벅이 우깁시다.
그리고 내년에는 정말로 잘 삽시다.

임마누엘의 하나님이 독자님과 함께하시길 빕니다.
샬롬!

-종이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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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 살의 허텅지거리 (5)



* 사랑은 옹달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사랑하고픈 사람만 있을 따름이다.
사랑은 그지없는 희생과 돌봄과 이해가 있어야만 하기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고 섣불리 말하기가 저어스럽다.

사랑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자신 없음은 내 안에 자리잡은 욕심 때문이리라.
사랑의 탈을 쓴 소유욕 말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 소유욕이 아닌 순전한 사랑을 말이다.
하지만 욕심이 앞섬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과 소유욕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아마도 적도에 서서 정동 쪽을 향해있는 사람의 바로 등 뒤 만큼의 거리가 아닐까?

가깝고도 먼 양면성의 거리.
(적도에 서있는 사람이 곧장 앞으로만 가면 지구를 한바퀴 돌아 40,075㎞의 거리이고,
그 자리에서 뒤돌아서면 40㎝의 거리이다.)


사랑은 옹달샘이다. 퍼내면 퍼낸 만큼 다시 샘솟고, 그대로 고여있으면 썩어버리는 샘물.
사람의 가슴속 어느 곳에는 저마다 옹달샘 같은 사랑샘이 있다.



* 옹달샘과 조롱박 *


님은 옹달샘
나는 조롱박
그대의 맑은 샘물 그렁그렁 넘쳐도
나그네 내 없어 목마름 못 달래네

님 가슴에 내 내리자
잔물결이 일었지만
그대여 저어마오

이 물결은
꼬맹이 장난스런 물장구 아니오
한여름 소나기의 들볶음 아니오
첫새벽 꽃사슴의 물고픈 입맞춤

물 한 모금 퍼내면
물 한 모금 샘솟고
길손의 마음 담아 살포시 내리면
넌지시 볼웃음 동그랗게 지으소서
96.8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던 할머니가 있었는데, 어느날 한 젊은이가 찾아와서 물었다.
"할머니는 어떻게 평생을 행복하게 사실 수 있었습니까?"
"소녀시절에 나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신에게 간절히 기도를 했었지.
어느 날 천사가 찾아와 내게 귀엣말을 속삭였는데, 그 후로 난 행복한 삶을 찾게 되었었지."
"그 천사가 뭐라고 말했습니까?"
"아무리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너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난 이 말대로 도움을 줌으로써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오."

어느 날 상일이가 찾아와 이런 말을 하였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위로를 받고자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나의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뿐이더구나. 그래서 그들을 위로하던 중에 도리어 내게 위로가 되었다."

이 친구의 고백처럼, 모든 사람들은 사랑을 필요로 하는 존재일 것이다. 비록 대놓고 요구하지는 않을지라도 말이다.
어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죄를 씻고 신과 화목하는 성스런 제사인지도 모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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