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은 섬세하다. 길을 지나가다 보는 꽃과 멈추고 굽어보는 꽃은 그 모양이 다르다. 아니 다르게 보여준다. 자세히 보아야, 그리고 오래 보아야 보이는 것이 있다. 꽃을 그리는 사람에게 꽃은 이것을 보도록 허락한다. 옷고름을 풀어헤치듯 자신의 속살을 내보이는 것이다.
자연관찰 드로잉의 두 번째 이야기인 황경택 작가의 <꽃을 기다리다>. 사진보다 더 사실적이다. 사진은 지금만 보여주시만 그림은 지금 전후도 같이 보여준다. 존재하지만 다른 존재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여준다. 그래서 더 사실적이다. 이 사실을 섬세한 관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책을 통해 나에게 와서 의미가 된 꽃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이미 알게 된 친구를 더 깊이 알게 된 느낌이랄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내 머리에 기억하기 위해 종이에 기록한다.
흔히 알고 있는 하얀 목련이 사실은 백목련이고, 진짜 목련은 꽃잎 뒷면에 자주색 줄무늬가 있고 꽃도 백목련보다 작다.
개나리는 암수딴그루이고 꽃도 두 가지로 핀는데 하나는 암술이 긴 장주화이고 하나는 암술이 짧은 단주화이다. 한 종류만 심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한다.
은행잎은 한 나무에서도 세 가지 잎이 난다. 새 가지(장지)에서 난 잎은 잎 가운데가 살짝 갈라졌고, 짧은 가지(단지)에서 난 잎은 갈리지지 않고, 나무 밑동의 맹아지에서 난 잎은 갈라진 데가 더 많다.
소나무 꽃은 암수가 따로 있는데 한 나무에 같이 달린다. 자가수분을 피하기 위해 암꽃과 수꽃의 피는 시기가 다르다. 먼저 수꽃이 아래쪽에서 노랗게 피고, 수꽃이 지면 가지 끝에서 암꽃이 핀다. 소나무 잎은 2장인데 아래의 단면이 원형이다. 이것이 자라면서 두 갈래로 자라 각 잎은 반원형이다. 잎이 5장인 잣나무도 아래의 단면은 원형이고 이것이 5갈래로 갈라졌다.
배롱나무는 목백일홍, 백일홍나무라고도 한다. 꽃이 백일 동안 핀다는 뜻인데, 실재로 석 달 가량 꽃을 볼 수 있다. 간지럼나무라고도 하는데 줄기를 간질이면 가지 끝이 간지럼을 타듯이 움직인다. 사실은 대부분의 나무듯이 그렇다고 한다. 며칠 전 속초의 자생식물원에 갔을 때 배롱나무를 간지럽히며 줄기 끝이 흔들리는 걸 보면서 같이 간 동료들이 신기해하며 웃던 일이 생각난다. 새로 아는 것은 즐거움을 더하는 것이다.
사계절 내내 곁에 두고 보면 좋은 자연관찰 일기
‘숲 해설가들의 선생님’으로 잘 알려진 황경택 저자의 두 번째 자연관찰 드로잉 에세이『꽃을 기다리다』. 이 책은 저자가 10여 년간 직접 관찰하고 그리면서 기록한 것으로 꽃의 아름다움과 식물이 온 힘을 다해 겨울을 이겨내고 싹을 틔워 꽃을 피우기까지의 과정을 드로잉으로 담아냈다. ‘꽃’을 주제로 겨울눈부터 가을꽃까지 사실상 우리 풀과 나무들의 한해살이를 보여줌으로써 ‘식물 관찰의 눈’을 기르는데 도움을 준다.
꽃은 봄 뿐만 아니라 여름, 가을, 남부 지방에서는 겨울에도 꽃이 핀다. 모든 시기에도 식물은 생명 활동을 이어가지 때문에 이 책은 1년 365일 우리 풀과 나무들의 성장사를 기록한 책이 되었다. 나무마다 개성일 다른 겨울 눈을 관찰하는 법, 나무들의 겨울눈과 로제트 식물의 겨울나기, 4~5월의 신록, 봄부터 가을까지 차례로 피는 꽃들의 이야기를 시간대 순으로 쫓아 간다. 다양한 주제로 접근과 함께 시기별로 식물 관찰하는 포인트까지 짚어주며 자연 관찰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7 이 책을 보는 법
9 저자 서문
15 제1부 _ 꽃의 시작점, 겨울눈
51 제2부 _ 소리 없이, 새순이 돋다
89 제3부 _ 로제트식물의 겨울나기
111 제4부 _ 봄을 알리는 전령사들
139 제5부 _ 꽃보다 연두, 신록에 빠지다
173 제6부 _ 꽃의 계절을 수놓은 나무꽃들
207 제7부 _ 정열적인 여름꽃들
247 제8부 _ 무더위 지나 가을까지 풀꽃 산책
293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 수업
308 이름으로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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