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바깥은 여름_김애란

책읽기/독서 후

by 종이인형 꿈틀이 2018. 5. 14. 20:57

본문

 

모처럼 소설을 읽었다. 소설은 확실히 현미밥을 먹듯 꼭꼭 씹어읽어야 한다. 그 과정이 그리 싫지 않다. 씹을수록 배어나는 고소한 맛이랄까, 잘 쓴 문장이 전해주는 그윽함에 만족하며 읽은 책이다.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이 책의 첫 작품은 <입동>이다. 뭔지는 모르지만 불안안 상황들이 그려진다. 나중에야 그 상황이 이해가 되는, 카드놀이처럼 숨은 패를 보여주고 있다. 아이를 먼저 보낸 부부, 서로 아이에 대해 말을 하지 못하고, 그러나 이제 마음에서도 아이를 서서히 놓아야 한다. 도배를 한다. 식음을 전폐하다가 밥을 뜨듯 마음을 다잡으려고 도배를 하다가 발견한 아이의 흔적에 아내는 또다시 울음을 감추지 못하고 무너진다. 아이가 제 이름을 쓴, 다 쓰지도 못하고 성하고 이응까지만 쓴 그 흔적에 결국 울음을 터뜨릴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추억하며 회상하는 표현 중에 가슴으로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가끔은 열불이 날 만큼 말을 안 듣고 말썽을 피웠지만 딱 그 또래만큼 그랫던, 그런 건 어디서 배웠는지 제 부모를 안을 때 고사리 같은 손으로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던, 이제는 다시는 안아볼 수도, 만져볼 수도 없는 아이였다." 이중에 고사리 같은 손으로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던을 읽을 때 둘째형의 조카가 생각났다. 지난해 조카 하리를 처음 안았을 때 내 등을 토닥이던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했었다. 지구 반대편의 있는 조카가 문득 보고싶다.

 

책의 곳곳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들은 채로 걷어올린다.

'하루 또 하루가 갔다. 담장 밖 개구리 울음은 매미 소리로, 다시 귀뚜라미 소리로 바뀌었다.' 42쪽

'이날 두 사람은 평소보다 달게 잤는데, 저녁상에 오른 나물 덕이었다. 도화는 밤새 내장 안에서 녹색 숯이 오래 타는 기운을 느꼈다. 낮은 조도로 점멸하는 식물에너지가 어두운 몸속을 푸르스름하게 밝히는 동안 영혼도 그쪽으로 팔을 뻗어 불을 쬐는 기분이었다.' 86쪽

'여러모로 올 겨울은 겨울 같지 않았다. 파이프에서 물이 새듯 미래에서 봄이 새고 있었다.' 87쪽

'아버지가 모닥불 쬐듯 티브이 가까이 앉아 전자파를 쐬고 있는 모습이다.' 151쪽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한겨울, 방 한쪽에 잘 개어놓은 이불 같은 사람. 반듯하고 무겁고 답답한 사람.' 155쪽

'수도와 지방의 이음매는 무성의하게 시침질해놓은 옷감처럼 거칠었다.' 159쪽

 

 


바깥은 여름

저자
김애란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2017.06.28
형태
페이지 수 272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 김애란이 선보이는 일곱 편의 마스터피스!

김애란이 돌아왔다. 작가생활 15년간 끊임없이 자신을 경신해오며,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곳의 이야기를 우리의 언어로 들었을 때 느끼게 되는 친밀감과 반가움, 그 각별한 체험을 선사해온 저자가 《비행운》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신작 소설집 『바깥은 여름』. 제37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포함한 일곱 편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소설집의 문을 여는 작품 《입동》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젊은 부부의 부서진 일상을 따라가며 독자로 하여금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다가도, 그 고통이 감당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을 때는 고개 돌려 외면해버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상기하게 만든다. 십대 무리와 노인과의 실랑이 끝에 노인이 죽는 사건이 일어난 후 그 사건의 목격자인 ‘나’의 아들 ‘재이’가 다문화 가정의 아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편견에 둘러싸이고, 그런 편견 사이에서 천진하다고만 생각한 아이에게서 뜻밖의 얼굴을 발견하게 되는 ‘나’의 이야기를 담은 《가리는 손》 등의 작품을 통해 가까이 있던 누군가를 잃거나 어떤 시간을 영영 빼앗기는 등 상실을 맞닥뜨린 인물들, 친숙한 상대에게서 뜻밖의 표정을 읽게 되었을 때의 당혹스러움 같은 것을 마주하게 된다.

언젠가 출연한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소재를 이야깃거리로 소비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이야기했던 저자의 그 조심스러운 태도가 곳곳에 묻어나는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대다수의 작품들은 어느 때보다 안과 밖의 시차가 벌어져있음을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밖에 없던 최근 삼사 년간 집중적으로 쓰였는데, 그 혼란의 시기를 비켜가지 않고 천천히 걸어 나가고자 했던 저자의 다짐을 엿볼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김애란

저서 (총 44권)
김애란2002년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에 「노크하지 않는 집」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2005년 대산창작기금과 같은 해 제38회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1980년 인천에서 태어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2005년 대산창작기금과 같은 해 최연소로 제38회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했다. 일상을 꿰뚫는 민첩성, 기발한 상상력, 탄력있는 문체로 “익살스럽고 따뜻하고 돌발적이면서도 친근”(문학평론가 김윤식)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칼자국」으로 제9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하였다.어머니와 단둘이 반지하 단칸방에 사는 ‘나’가, 만삭의 어머니를 버려둔 채 집을 나간 아버지에 대해 떠올리는 상상을 의뭉스러운 서사와 경쾌한 문장으로 빚은 작품 「달려라 아비」에서는 근원적 결핍 또는 실존적 상처이기 쉬운 아버지 부재의 아픔과 페이소스를 아련히 전달하면서, 한국 소설 속에서 나타나는 전통적인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의 아버지상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의 아버지 상이 갈등 또는 포용의 대상이었다면 김애란이 제시하는 아버지의 상은 아버지를 철부지로 표현하는 아버지 비틀기를 시도하고 있다.작가는 엉뚱한 듯 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화법을 주로 구사하는데, 가볍고 경쾌하면서고 발랄하고 참신할 뿐 아니라 감각적으로 사건과 인물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그 예로「나는 편의점에 간다」와 같은 작품을 통해서는 후기자본주의의 일상을 예리한 시선과 단순명쾌한 문장으로 담아 전하고 있다.또한 ‘딸이 말하는 어머니 이야기’라는 너무나 흔한 이야기를 독특한 감각과 표현으로 전혀 새로운 차원에 펼쳐놓은 「칼자국」에서는 작가 특유의 예리함, 신랄함, 명랑함, 상처가 될 법한 일을 상처로 구성하지 않는 독특한 발상법을 작품 곳곳에서 선보였다.주요작품으로 소설집 『달려라. 아비』,『침이 고인다』,『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등이 있다.
저자 김애란의 다른 책더보기
한정희와 나한정희와 나다산책방2018.01.22
走れ,オヤジ殿走れ,オヤジ殿晶文社2017.12.12
바깥은 여름바깥은 여름문학동네2017.08.08
달려라, 아비 1 (큰글자책)달려라, 아비 1 (큰글자책)창비2017.02.20

목차

입동 _007
노찬성과 에반 _039
건너편 _083
침묵의 미래 _121
풍경의 쓸모 _147
가리는 손 _185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_223

작가의 말 _267

 

반응형

'책읽기 > 독서 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의 정반대의 행복_난다  (0) 2018.05.15
꽃을 기다리다_황경택  (0) 2018.05.15
호모데우스_유발 하라리  (0) 2018.04.25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_오연호  (0) 2018.04.20
★동심언어사전_이정록  (0) 2018.04.13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