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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언어사전_이정록

책읽기/독서 후

by 종이인형 꿈틀이 2018. 4. 1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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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우리말 사전 시집이다. 단어 중에도 순우리말 복합어를 주 소재로 하여 지은 시를 사전처럼 순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접하는 단어들, 특히 '겹낱말'이나' 범벅말'이라고 하는 복합어를 많이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복합어를 '만남언어'나 '팔짱언어'라고 불러도 좋겠다는 제안도 좋다.

농사와 생물과 관련된 단어들도 많아 나도 농사언어로 시를 지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시집이다. 두고두고 읽을 요량으로 별도로 주문을 했다.

새롭게 접하는 단어들을 도토리 줍듯 담아본다. 꽃을 늦게 피워 여물지 못한 열매인 '거저주머니'. 주름의 종류도 참 많다. 웃을 때 피어나는 '눈주름', 겹겹의 산너머로 마을을 열어주는 '먼산주름', 꿀주머니와 향기 자루를 묶어 맨 자국이며 꽃잎 펼칠 때 사라지는 꽃봉오리 속주름인 '꽃주름', 꼬막 껍데기의 '부채주름'.

노루에서 추려낸 글귀들. 노루 제 방귀에 놀라듯이란 속담과 엄벙덤벙 책 읽는 노루글, 설핏 자다 깬다는 노루잠. 눈과 관련해서는 꿈길 어귀에서 겨루는 속눈썹 눈꺼플의 '눈썹씨름'.

 

'늦깎이'라는 시는 나를 말하는 것 같아 더 친근하다. 늦었다고 생각이 들 때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이르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공부하는 나. 뒤늦은 배움은 평생학습이다.

 

<늦깎이>

늦었다는 생각을 싹둑 도려낸 사람

늦었다고 생각할 시간마저 아낀 사람

두려움을 설렘으로 감싸안은 사람

망설임이란 제자리걸음을 떨치고

온 힘으로 자신의 꿈을 마중나간 사람

우물 밑바닥에 살던 자신을 두레박질하는 사람

빈자루가 얼마나 어두운지 아는 사람

자루 속 무싹을 베어물어본 사람

자루 소 무꽃에 벌 나비를 선말하는 사람

뿌리 곳곳에 꿈을 쟁여두는 연뿌리 같은 사람

해낸 사람이 아니라 하고 있는 사람

결승선이 아니라 출발선으로 달겨가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나라고 배냇저고리처럼 웃는 사람

 

 

고집쟁이를 돼지발톱이라고 한다. 한눈팔 때에 봐야 할 것을 놓치지 안는 '딴눈'. 땅굴 속처럼 어두워지는 때를 '땅거미'. 상대편에게 손이나 발로 물을 끼얹는 놀이를 '물똥싸움'이라고 한다. 학교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길 웅덩이의 괸 흙탕물로 장난치던 일이 생각났다.

아직 여물지 않는 낟알은 '물알'. 물알이 부화하면 '밥알', 밥알이 모여서 '알통'이 된다. 뿌리내린 씨순은 '배알'.

<붓방아>

글쓰는 작가들은

방아질을 잘하지요.

방앗간을 하나씩 갖고 있어요.

원고지는 칸칸 논밭이지요.

펜촉으로 쟁기질부터 해야 하는데

언제나 하얀 눈이 수북하지요.

옛 사람들이라고 달랐겠어요.

흰 종이에 붓방아질만 해댔죠.

막물이 까막눈으로 번졌지요.

그 검은 종이를 구겨버리면

까마귀가 푸드덕 날아올랐죠.

땅만 엄청 많으면 무엇해요.

얼음눈은 좀체 녹지 않고

까마귀만 주저않아 있으니 말이예요.

방앗간 참새들오 약 올리듯

부리방아만 찧네요.

 

붓방아만 찧다 정작 글을 쓰지 못하는 나를 꼬집는 시다. 붓방아는 커녕 머리방아를 찧고 있다. 머리로 생각만 하지 손으로 쓰지 못하고 있으니.  

 

얼국 생김새를 '골표'라고 한다.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머리뼈의 생김새이기 때문이다. 땅흘려 일하는 사람의 젖은 옷에 피는 겹꽃은 '소금꽃'이다. 대문니(앞니)로 손톱을 잘근잘근 씹는 짓을 '손톱여물'이라고 한다. 뱃속 아기를 키우는 모든 걸 '아기방석'고 한다. 책은 글자방석, 하늘은 별방석, 나무는 잎방석, 논밭은 이삭방석.
비의 종류도 다양하다. 들판에서 일하다 소와 함께 만나는 소나기, 장터 생선 가개아 동태와 고등어 눈알에 쏟아지는 장대비, 술체 내리는 세찬 작달비는 모다깃비, 중병아리 모리통이 삐뚤어지는 큰비는 달구비.

귀와 관련한 팔짱언어를 <햇귀>라는 시에서 소개하고 있다. 밭귀는 밭의 귀퉁이, 이불귀는 이불의 네 귀퉁이, 항아리의 두 손잡이도 귀이다. 햇귀는 해가 뜰 때 퍼지는 첫 햇발. 하느님은 무엇이든 귀부터 만들었다고 시인은 말한다.

이 시집을 읽으며 재밌고도 새로웠다. 손으로 흙장난을 하듯 낱말로 말장난한 시를 흐믓하게 읽었다. 새록새록한 동심의 놀이터에서 잘 놀았다.

-종이인형-

 

 


 

 

성인과 아이들 모두의 감수성을 깨우는 '동심언어'

이정록 시인의 『동심언어사전』. 사전 형식을 빌려 316편의 시편을 수록한 이 시집은, 각 시의 제목이 모두 순우리말로 된 복합어로 이루어져 있다. 단어와 단어가 만나 생겨난 ‘겹낱말’을 제목으로 삼은 각각의 시들은 하나의 언어가 다른 언어를 만났을 때 의미가 어떻게 확장되는지,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이 언어에 어떻게 깃들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언어가 본래 품고 있는 의미와, 언어 사이에 숨어 있던 속뜻을 시화하는 방식으로 써내려간 이 책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시집으로, 독자의 상상력과 언어적 감각을 깨운다. 이 한 편의 시집에 담긴 ‘동심언어’는 아이들을 흥미로운 언어의 세계로 안내함은 물론이고, 성인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이정록
1964년 충남 홍성에서 출생하였으며,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시집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 〈정말〉 〈의자〉 〈제비꽃 여인숙〉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풋사과의 주름살〉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와 산문집 〈시인의 서랍〉이 있으며 동화책 〈대단한 단추들〉 〈미술왕〉 〈십 원짜리 똥탑〉 〈귀신골 송사리〉, 동시집 〈지구의 맛〉 〈저 많이 컸죠〉 〈콧구멍만 바쁘다〉, 청소년 시집 〈까짓것〉, 그림책 〈달팽이 학교〉 〈똥방패〉 등을 냈다. 박재삼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김달진문학상,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생명에 대한 호기심이 재미와 감동으로 이어지길 꿈꾸며, 부지런하게 글을 쓰고 있다.

목차

시로 쓰는 동심언어사전

가갸날 / 가난살이 / 가는귀 / 가로쓰기 / 가방끈 / 가새주리 / 가슴놀이 / 가슴우리 / 가시방석 / 가시손 / 가시울타리 / 가위바위보 / 가위표 / 가을귀 / 가을마당 / 감칠맛 / 개구리밥 / 개구리헤엄 / 개똥장마 / 개미굴 / 개미허리 / 개밥바라기 / 거름종이 / 거지발싸개 / 거지주머니 / 걱정꾸러기 / 걸음걸음 / 걸음나비 / 게거품 / 겨울나기 / 겨울잠 / 고깔불 / 골목대장 / 공기방울 / 공룡고기 / 구두병원 / 구두쇠 / 구두코 / 구른돌 / 구름다리 / 구름먼지 / 구슬땀 / 굴뚝연기 / 그물눈 / 글쟁이 / 금송아지 / 기둥뿌리 / 기러기가족 / 기러기발 / 기침머리 / 길모퉁이 / 김칫국 / 까치눈 / 까치발 / 까치밥 / 꼬부랑국수 / 꼴다듬기 / 꽃보자기 / 꽃사슴 / 꽃상여 / 꽃샘추위 / 꽃손 / 꽃잠 / 꽃주름 / 꿀단지 / 꾀주머니 / 나무거울 / 나비물 / 나비잠 / 나이떡 / 나이배기 / 나이테 / 나잇값 / 남의나이 / 날궂이 / 넋두리 / 노랫가락 / 노루잠 / 노른자 / 눈물샘 / 눈싸움 / 눈썹씨름 / 눈심지 / 눈엣가시 / 눈요기 / 눈웃음 / 늦깎이 / 단비 / 달꽃 / 달맞이꽃 / 닭살 / 닭알주먹 / 닮은꼴 / 더운술 / 도깨비바늘 / 도깨비방망이 / 독서왕 / 돋을볕 / 돌부리 / 돌심장 / 돌잡이 / 돼지꿈 / 돼지발톱 / 돼지저금통 / 되새김질 / 두꺼비씨름 / 뒤풀이 / 뒷북 / 뒷심 / 등긁이 / 딴눈 / 땅강아지 / 땅거미 / 땅끝마을 / 똥파리 / 마음가짐 / 마음다툼 / 말씨 / 매꾸러기 / 먹구름 / 먹장가슴 / 먼눈 / 먼발치 / 메밀꽃 / 멸치똥 / 물갈퀴 / 물걸레 / 물똥싸움 / 물수제비 / 물안개 / 물알 / 물음표 / 물집 / 물회오리 / 미끄럼틀 / 미닫이문 / 미운털 / 바늘구멍 / 반쪽 / 발등 / 밤동무 / 밤손님 / 밥맛 / 밥심 / 배꼽시계 / 배밀이 / 백합조개 / 별꼴 / 별똥 / 별바다 / 별바라기 / 병아리눈물 / 보릿고개 / 보조개 / 볼멘소리 / 봄바람 / 봄밤 / 불날개 / 불땀 / 불땀머리 / 불똥 / 붉은귀거북 / 붓방아 / 붕어빵 / 비꽃 / 비단구름 / 빗맛 / 빨랫줄 / 빵봉지 / 사람멀미 / 사슴뿔 / 사이시옷 / 사이짓기 / 사자고추 / 산더미 / 새끼갈매기 / 새털구름 / 새해맞이 / 샘주머니 / 생김새 / 생트집 / 서리병아리 / 설앓이 / 세발자전거 / 소금꽃 / 속풀이 / 손깍지 / 손거울 / 손뜨개질 / 손바닥 / 손버릇 / 손뼉치기 / 손잡이 / 손톱그림 / 손톱달 / 손톱여물 / 솜방망이 / 송이눈 / 싹쓸이 / 쑥떡 / 씨알 / 씻나락 / 아기방석 / 아기자기 / 아침뜸 / 아침이슬 / 안개오줌 / 앉은뱅이저울 / 알거지 / 알랑방귀 / 알음알음 / 알콩달콩 / 앞길 / 애벌빨래 / 애어른 / 약손 / 양말구멍 / 어금니 / 어깨너머 / 어깨높이 / 어깨동무 / 깨사다리 / 언덕밥 / 얼싸안기 / 엄마젖 / 엉덩방아 / 엉덩이춤 / 엿장수 / 오리걸음 / 오목눈이 / 오색딱따구리 / 오줌싸개 / 온누리 / 올챙이배 / 옹달샘 / 외곬 / 외기러기 / 우스갯소리 / 울음바다 / 움집 / 웃음빛 / 육쪽마늘 / 은방울꽃 / 이갈이 / 이슬떨이 / 이야기꽃 / 입김 / 잎몸 / 잎사귀 / 잔가시 / 잠옷 / 젖소 / 조각구름 / 조각보 / 좁쌀얼굴 / 종이호랑이 / 주근깨 / 죽을힘 / 줄무늬 / 쥐뿔 / 지우개똥 / 지우개밥 / 진주알 / 진흙탕싸움 / 징검돌 / 징소리 / 짝사랑 / 찍소리 / 찔레꽃가뭄 / 참사람 / 참새가슴 / 채찍비 / 책거리 / 책날개 / 첫눈 / 첫사랑 / 첫술 / 칠성무당벌레 / 코딱지 / 콧물 / 콧방귀 / 콩깍지 / 콩나물 / 콩칡뿌리 / 콩털 / 큰사람 / 키꺽다리 / 터무니 / 턱밑 / 턱받이 / 토끼뜀 / 토막구름 / 파김치 / 팔베개 / 팽이치기 / 풋사과 / 하루바삐 / 한물 / 한우물 / 할미꽃 / 해쑥 / 햇귀 / 허깨비걸음 / 혀꼬부랑 / 혓바늘 / 호박고지 / 호박벌 / 호박부침 / 홑이불 / 황금들판 / 황소걸음 / 황소눈 / 회오리바람 / 흙이불 / 흙장난 / 힘줄

해설 지금은 언어의 마음을 읽을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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