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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나무와 칡넝쿨 (봄)

글쓰기/소설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1. 9. 2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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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잣나무와 칡넝쿨 ***

부제 : 내가 살고 네가 죽으니 내가 죽는다.





春.

나는 조경사이다.
화창한 봄날, 따사로운 햇살은 곳곳을 들락거리며 잠자는 눈들을 깨운다.
거무튀튀한 땅거죽에 풀의 어린순이 뽀글뽀글 돋아나고,
물오른 나무마다 움이 미어져 앙증맞은 기지개를 켠다.
바야흐로 생명의 계절이다. 하지만 봄은 죽음을 확인하는 계절.


나는 쪽빛 천에 얼룩진 핏방울처럼 불그레한 꼬락서니로 죽어있는 잣나무를 베어내고 있다.
봄은 그의 목숨을 더욱 빨리 사그라지게 했고,
주변의 나무들이 생기발랄할수록 그의 죽음은 더욱 도드라졌다.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옥죄이고 있었으나 난 건성건성 지나쳤다.
톱질을 하는 나는 지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농부처럼 허탈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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