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곳살이
물에 살던 올챙이
개구리 되어 뭍에 올랐으나
그저 물가에서만 어물쩍어물쩍
풀잎을 스치며 살랑대는 바람결에도
슬그머니 기어오는 구름의 그림자에도
뻥튀기 튀듯 물속으로 뛰어드네
툭 불거진 두 눈만 물위에 삐죽 내놓고
끔벅거리며 두리번거리는 너는
그래서 두 곳을 오락가락 하는 양서류(兩棲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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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는 올챙이때 물에 살고 변태하여 개구리가 되면 물과 땅에서 다 살수 있는 양서류이다.
하지만 잠자리는 유충 때에는 물속에서 살지만 탈피하여 성충이 되면 물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우리는 살다보면 많은 갈림길을 맞닥뜨리게 된다.
어떤 것은 개구리처럼 양쪽을 더불어 생활할 수도 있지만
어떤 것은 잠자리처럼 한 생활만 택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나머지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때 포기하는 것을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우리가 어떤 것을 선택할 때는, 그 선택으로 잃게 되는 기회비용보다 선택하는 것의 가치가 더 커야 한다.
그러기에 갈림길에 서서 나름대로 신중히 생각한 후에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가다가 힘들면 자꾸 되돌아보는 것이 또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이듯 포기한 기회비용이 더 가치 있어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 올가미이다.
흔히 힘들면 옛날이 좋았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어제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옛날의 그 순간에는 그리 좋게 여기지 않았던 것들까지도 오늘은 좋게 여긴다.
곱새겨 생각해보면 내일의 한 순간에는 힘들다고 느끼는 지금을 좋았었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이다.
둘 다 움켜쥘 수 없어서 그 중에 더 가치 있다고 여긴 것을 붙잡았다면,
이제는 그것을 더욱 굳게 붙잡아야만 할 것이다.
돌이켜봄은 부질없을 뿐만 아니라 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소금기둥이 된 롯의 아내를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야 하리.
-종이인형-
============= 토박이말 풀이 ==============
* 그저 : 그대로 줄곧. 다른 짓을 아니하고 그냥.
* 끔벅 : 큰 눈을 잠깐 감았다 뜨는 모양.
* 뭍 : 육지(陸地). 섬사람들이 본토 땅을 이르는 말.
* 비죽 : (얼굴이나 물건을) 살짝 내밀거나 나타내는 모양. <삐죽.
* 살랑 : 바람이 가벼이 부는 모양.
* 슬그머니 : 남이 모르게 넌지시. 힘들이지 아니하고 천천히.
* 어물쩍 : 꾀를 부리느라 말이나 행동을 모호하게 하는 모양.
* 두곳살이 : 사전에는 없는 말이며, 이 글에서는 개인적으로 양서류를 일컬음.
팔당의 '양수리'는 우리말로 '두물머리'라고 한다. 즉,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라는 뜻이다. 두 곳에서 사는 양서류(兩棲類)를 '두곳살이'라고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