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매미가 매애앰
밤엔 여치가 찌르릉
낮엔 가을볕에 얼굴 타고
밤엔 찬기운에 소름 돋고
낮엔 벌건 태양이 이글이글
밤엔 맑은 별무리 초롱초롱
방금 깎은 잔디가 까까머리처럼 가지런 촘촘합니다.
잣나무 끄트머리에는 송진 듬뿍 배인 잣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시골집의 뒤안엔 감이 빨갛게 익어 가겠죠?
명절 첫날과 끝날에 당직근무가 있지만, 그래도 고향에 다녀와야 겠습니다. 부모님이 기다리니까요.
-종이인형-
* 흙이 된 지렁이 10-1 *
꿈틀이는 흙살림꾼이 나르는 두엄더미에 실려 밭으로 옮겨졌다. 새로운 곳에 도착하여 어리둥절하는 꿈틀이에게 다운이가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안녕, 이곳은 다운터이고, 난 다운이야."
"다운터? 다운이?"
"이곳의 모든 생물체는 각자 자기답게 살지. 농부는 농부답게, 밀을 밀답게, 흙은 흙답게, 그리고 지렁이는 지렁이답게 살아."
"어떤 것이 지렁이다운 것이니?"
꿈틀이는 지렁이다움을 찾아 이제껏 돌아다녔는데, 드디어 이곳에서 그 비밀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흥분이 되었다.
"꿈틀아, 네가 슬기곶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을 알고 있어."
"다운아, 넌 슬기곶이 어딘 줄 아니?"
"물론, 우리가 찾는 꿈나라는 의외로 가까이에 있어."
"어딘데?"
"창문!"
"팽나무 밑의 빈터 말이니?"
"응"
"난 그곳에서 왔는데! 그럼, 여태 헛걸음을 한 건가?"
"아니, 네가 창문에만 있었으면 넌 그저 꿈틀거리는 '꿈틀이'로만 있었을 거야. 하지만 네가 꿈을 찾아 창문을 떠났기에 꿈을 움트는 '꿈 틀 이'가 된 거야.
"........"
"모든 생명체는 흙에서 왔고,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너도 흙이 될 거야. 우리의 꿈은 바로 좋은 흙이 되는 것이다."
꿈틀이는 막연했던 꿈의 실체를 듣자 어안이 벙벙해졌다. 자신이 이제껏 찾아 헤맨 것이 흙이라니! 흙은 자신이 항상 먹던 것이고, 항상 그 안에서 생활했고, 잠시라도 떠나지 않았던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어리둥절하였다.
"다운아! 내가 어떻게 흙이 된다는 거니?"
"가능성이 있어!"
"가능성이라니?"
"가능성이란, 조건이 충분하면 이루어질 수 있는 잠재적인 성질이야. 꿈틀아, 지금의 네 모습을 보고 흙과 연관시켜 생각하면 잘 이해가 안 될 거야. 하지만 가능성이란 지금의 모습에 한정된 개념이 아닌 보다 넓은 개념이지. 지금의 네 모습이 너의 전부인양 착각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극히 일부만 아는 것이야. '지렁이는 흙이다'라는 말이 이해되지 않니?"
"아직은 실감이 안 드는데!"
"그럼, 산에 있는 저 바위를 봐."
다운이는 손등에 난 사마귀처럼 불쑥 불거진 바위를 가리켰다. 꿈틀이는 다운이가 가리키는 바위를 보았다. 딱딱하고 변함없을 것처럼 보이는 바위의 모습이 뚜렷이 들어왔다. 다운이는 바위를 바라보며 꿈틀이에게 말했다.
"저 바위는 흙이다."
"다운아, 그건 너무 억지가 아니니?"
"난 가능성을 얘기했어. 비록 지금은 저 바위가 그저 딱딱한 돌덩이지만 언젠가는 먼지가 될 거야. 시간이 흐르면 말이다."
다운이는 흙을 한입 씹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이 흙은 바위가 부서져서 생긴 거야. 저 바위도 천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물의 압력과, 식물 뿌리의 침입, 햇빛과 기온의 변화 등등의 영향으로 흙이 될 것이다. 내 말이 이해되니?"
"응, 조금은."
"바위는 흙이다라는 말을 이해한다면 지렁이는 흙이다라는 말도 당연히 이해 할 수 있을 거야. 바위가 흙이 되는 기간은 천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지렁이가 흙이 되는 것은 불과 일년밖에 안 걸리거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