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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의 어린시절

농사일/농업&농촌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5. 5. 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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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벼 '육아일기'
  박종인(boshing) 기자
바야흐로 모내기철이 다가온다. 겨우내 잠자던 논을 써레로 고르고 물을 끌어다 대느라 논두렁을 오가는 농부의 발길이 부쩍 잦다.

매주 화요일은 담당지역 일제출장이다. 내 담당지역은 설성면이다. 설성면으로 가면서 길가의 논을 둘러보니 어떤 논은 성급하게 모내기를 끝냈는가 하면, 물꼬를 트느라 삽을 어깨에 메고 농두렁을 오가는 농부도 보이고, 트랙터를 타고 논을 고르는 농부도 보인다.

설성면농업인상담소에 도착하니 상담소장님은 출장 중이란다. 전화를 하니 육묘장에 있다고 한다. 육묘장 한 켠에서는 다 자란 모를 차에 실어 내가고, 다른 한 켠에서는 새로이 모판을 만들고 있다. 공장에서 컨베이어가 움직이며 물건이 완성되듯 모판이 만들어지며 모가 자라고 있었다.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적산온도 100도) 일주일 가량 침종하여 싹을 틔운 볍씨를 모판에 파종한 후 보름 정도 관리를 하면 모내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모가 자란다.

이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현장에서 농업인들에게 벼농사를 지도할 뿐만 아니라, 직접 벼를 재배해 지역 적응성과 병해충 및 기상에 대한 반응 등을 실험하기도 한다.

보름 전에 벼농사 담당직원들이 모판만들기 작업을 할 때 한나절 같이 작업을 했다. 벼가 균일하고 잘 발아할 수 있도록 물에 담가 두어 발아를 시킨 후 모판에 파종을 한다.

침종시 볍씨를 담그는 물에 소독약을 타서 병원균을 처리하는데, 그 때문에 볍씨는 화장한양 불그레하고 시큼한 소독내를 풍기기도 한다. 모판에 부직포를 깔고 상토를 모판의 절반 가량 채운 후 볍씨를 뿌리고 그 위에 복토를 하면 모판만들기가 완성된다.

▲ 침종 후 발아한 볍씨
ⓒ2005 박종인

▲ 모판만들기(이천시농업기술센터 식량작물담당)
ⓒ2005 박종인

▲ 모판에 볍씨 뿌리기
ⓒ2005 박종인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관리를 하면 농부의 살색인 볍씨에서 눈처럼 새하얀 싹이 튼다. 살짝만 건드려도 금방 부러질 여린 싹이지만 그 안에는 백 톨의 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바위 같은 모래를 비집고 솟아오르는 그 싹을 보노라면 삶의 의지가 덩달아 치솟는다.

ⓒ2005 박종인

▲ 싹튼 볍씨
ⓒ2005 박종인
껍질 안에 있을 땐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잠잠하던 벼가 한 번 눈을 뜨면 꿀벌처럼 부지런히 활동을 한다. 나날이 다르게 자란 벼는 하나 둘 잎을 내며 점점 제 색을 찾아간다. 풋풋한 연둣빛의 어린모가 얼마나 생생한지 모른다. 토끼처럼 초식동물이 되어 먹고픈 생각이 들 정도이다.

▲ 어린모
ⓒ2005 박종인

ⓒ2005 박종인

▲ 어린모의 물방울
ⓒ2005 박종인
갓난아이처럼 함초롬한 어린모를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못자리에 잠시 머무르다 본답에 모내기를 한 후 무럭무럭 자랄 벼를 생각하니 벌써 눈앞엔 황금물결이 일렁인다. 올해도 풍년이 되어다오, 모를 보며 이렇게 기원한다.

▲ 자동식 모판작업(설성육묘장)
ⓒ2005 박종인

▲ 육묘장의 모판(이천시 설성면)
ⓒ2005 박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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