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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강아지의 매력에 빠져보시렵니까?

농사일/농업&농촌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5. 4. 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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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강아지의 매력에 빠져보시렵니까
버들개지, 봄을 안고 내려온 선녀
  박종인(boshing) 기자
▲ 하늘에서 내려온 봄 선녀 버들강아지
ⓒ2005 박종인
하늘에서 봄소식을 가지고 내려온 선녀는 갯버들의 꽃에 머물렀다. 보송보송한 겨울 꽃눈은 하얀 솜털을 벗고 깜찍하고 앙증맞게 피어났다. 갯버들을 통해 노랗고 붉고 까만 암술과 수술이 꽃잎보다 더 우아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갯버들의 꽃눈은 복슬복슬 강아지처럼 귀여워 버들강아지(버들개지)라 부른다.

ⓒ2005 박종인

ⓒ2005 박종인
버드나무는 여인의 나무다. 중국의 장조(張潮)는 “버들은 만물 가운데서 가장 사람의 마음을 때리며 감상적으로 만든다”고 했으며, 또한 “미인은 꽃 같은 얼굴을 갖고 있어야 하고, 새 같은 목소리에, 달의 혼, 버들가지 같은 몸매, 가을 호수 같은 맑은 아름다움, 경옥(硬玉) 같은 뼈, 눈(雪) 같은 하얀 피부, 시(詩)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어당(林語堂)은 “솔은 장대한 기품 때문에 뭇 사람들의 환영(歡迎)을 받고, 매화는 낭만적 기품 때문에 만인의 애상(哀想)을 받고, 버들은 날씬한 가인(佳人)을 연상케 히는 기품이 있어 만인의 사랑(愛)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같이 동양에서는 소나무와 대나무는 선비로, 버들은 여인으로 비유한다.

ⓒ2005 박종인

ⓒ2005 박종인
봄에 물기 오른 갯버들의 꽃망울을 굽어보고 있노라면 아리따운 선녀를 마주 대하는 듯 그지없이 기껍다. 그 함함한 솜털엔 감히 손 댈 수 없는 순결함이 배어있고, 붉고 노란 수술의 꽃가루는 숨조차 멈추게 한다.

보기에 아깝고 만지기에 설레는 그 꽃을 꿀벌은 어루만지며 부비고 다닌다. 봄에는 나도 꿀벌이 되고 싶어진다.

ⓒ2005 박종인

ⓒ2005 박종인

문득, 어디선가 삐르르~ 버들피리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싸목싸목 다가오는 봄을 재촉하듯 아이들은 버들피리를 불며 봄을 꼬드겼다. 물오른 갯버들 가지를 새끼손가락 길이만큼 토막 내어 살짝 비틀어서 안의 목질부를 빼내면 껍질 대롱이 남는다. 대롱의 한쪽을 납작하게 눌러 겉껍질을 벗겨내면 자연의 피리가 되는 것이다. 꼬맹이들은 산새들과 견주듯 버들피리를 불며 신나게 불며 봄놀이를 했었다.

봄이 되니 사방이 온통 난리다. 명령을 기다리던 병사들이 나팔소리에 뛰쳐나가듯 봄꽃들이 여기저기서 막무가내로 피어난다. 꽃다지, 봄맞이꽃, 제비꽃, 냉이, 별꽃 등은 볕 좋은 양지에서 작고 수수한 꽃을 피우며 봄바람에 살랑거리고, 팬지, 페튜니아, 프리뮬러, 메리골드 등은 크고 화려한 꽃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2005 박종인

ⓒ2005 박종인
시장에 가면 볼거리가 많아 어디에 눈을 둬야 하는지 모르듯 봄에는 어느 꽃에 눈길을 주어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갖은 꽃이 핀다. 무심코 지나치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버들강아지가 내 눈에 들어와 나를 반하게 한 것은 한 도구 때문이다.

도구란 어떤 기능을 도와주는 보조기구인 것이다. 시력보조도구인 안경을 통해 사물을 보면 모양이 또렷하고 색깔이 선명하게 보인다.

카메라를 통해 꽃을 보면 맨 눈으로 불 수 없었던 그 꽃의 숨은 매력까지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점심식사 후 산책을 하다가 아직 뽀송뽀송한 솜털에 가려진 버들강아지의 겨울 꽃눈을 디지털카메라에 담았는데, 카메라를 통해 보는 버들개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틈틈이 디카에 담았다. 디카 도구를 이용하면 작아서 지나치기 십상이고 자세히 볼 수 없었던 것을 세밀하게 또렷이 볼 수 있어 또 다른 흥미와 감탄을 얻는다.

안경과 카메라처럼 좋은 도구가 있어 사물을 선명하고 새롭게 볼 수 있듯이, 각각의 사람들도 가정과 사회에서 도구로 쓰임 받으면 봄날처럼 활기차고 즐거운 세상이 될 것이다.

ⓒ2005 박종인
남도지방은 이미 벚꽃이 피었는데 중부지방은 꽃망울이 아직 터지지 않았다. 진장 피었을 버들강아지에 대한 소식은 뒤늦게 전하니 원님 지나간 후 북치는 꼴이 되었다. 그래도 버들강아지의 매력이 너무 많아 같이 빠지고 싶어 나발을 분다. -이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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