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이다, 이번 지방나들이는.
전북관광지도와 진안지도를 펼쳐놓고서 이동경로를 설정했다.
대전-통영간 고속국도에서 익산-장수간 고속국도로 접어들자마자 장수IC에서 빠져나와 19번 국도를 타기로 했다.
진안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더듬어 살피고자 장수에서 진안으로 들어가서 무주로 나오는 코스를 택했다.
장수군 중심지를 지나 진안군 백운면으로 이어지는 742번 도로를 찜했다.
지도상으로 보기에도 양창자처럼 구불구불한게 만만찮은 길이라고 여겨졌다.
역시 길은 산을 넘느라 구불구불하고, 눈이 내려서인지 원심암까지 가는길에 마주오는 차량은 딱 한 대였다.
산등성을 넘는 길에 멀리 팔공산과 타관산이 백발의 머리를 보여주고 있다.
길가의 바위 밑엔 토종꿀을 얻기 위한 벌집도 보인다. 이 추위에 벌들은 무사할까?
차들이 다니는 길가라서 소음도 심할텐데...
비닐포대로 둘러싼 벌집 안에서 벌들이 잉잉거리며 열내고 있겠지!
쓰러지지 않기 위해 빙빙 도는 팽이처럼 살기 위해 바지런을 떠는 벌들이 상상된다.
742번 도로 중에 장수군 쪽의 오르막길은 길가에만 잔설이 있지만, 고개를 넘어 진안군의 내리막길 그늘진 곳에 도로에 눈이 그대로이다. 다행히 마주오는 차량이 없어 운전하는데 부담이 덜었지만 긴장된 운전이었다. 만약 이 눈길이 오르막길이었다면 2륜 구동인 내 차로는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구비구비 산길을 넘어 내려오다보니 중턱 즈음에 나타난 이정표 하나.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샘' 입구다. 이곳에 와보려고 일부러 험한 산길의 지방도를 택했다.
742도로에서 '원신암'이라는 표지를 따라 마을길로 접어들어 작은 도랑을 따라 쭉 올라가면 섬진강 물길의 발원지인 데미샘이 나온다는 이정표가 있다.
데미샘에까지 가 볼 요량으로 마을로 접어들었는데 더 이상을 가지 못했다.
돌담집이 있는 곳이 조금의 경사길인데, 내 차는 미끄러지며 술 취한 취객처럼 우스꽝스런 몸짓을 부린다.
어쩔 수 없이 핸들을 돌려 되돌아나와야만 했다. 지난해에 SUV차를 구매하며 2륜 구동도 산간지방을 다니는데 무리 없다고 여겼는데, 눈길에서 맥을 못추는 꼴을 보니 4륜 구동 차를 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미샘에서 솟은 샘물은 작은 도랑을 따라 마을 개울로 흐르다가 742번 도로를 따라 흐르다가 섬진강을 이룬다.
겨울이라 물은 적지만 그래도 얼음 사이로 빼꼼 비치는 어린 섬진강물이 반갑기만 하다.
백운면 나들목마을로 이어진 742 도로가엔 나란히 선 벚나무와 빼곡히 줄지어선 개나리가 길을 호위하고 있다.
꽃피는 봄날에 이곳을 지난다면 환상적인 꽃길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길을 따라 내려가다보니 어린 섬진강가에 정자 하나가 눈에 띈다.
오랜 세월을 지내며 섬진강으로 떠나는 시냇물을 봐왔을 학남정.
정자 안에는 많은 글씨가 적힌 판들이 즐비하다. 그 자체가 역사박물관같다.
새끼 섬진강과 같이 이어진 길가엔 멋진 소나무도 간간히 눈에 들어온다.
달리는 차를 세우고, 차 안의 나를 내리게 해서 기어이 카메라에 제 모습을 담는 저 나무들.
기꺼이 봐주마고 속삭이며 셔터를 눌렀다.
농촌체험마을인 나들목마을에서 742번 지방도는 30번 국도와 만난다.
나는 742번 도로와 이별하고 30번 도로로 옮겨타서 다음 목적지를 향했다.
빈 정거장엔 한적함이 서있고 여유가 앉아있다. 사람없는 정거장에 그 어디보다 진한 사람내가 풍기는 이유는 뭘까?
외롭지 않을, 외로울리 없는 정거장을 한참동안 바라보다 떠났다.
정거장은 떠나는 곳이지 머무는 곳이 아니므로, 저 섬진강의 시내처럼.
-종이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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