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품고 있는 암탉의 포근한 품, 진주
새해 첫날에 경남 진주엘 갔다. 서진주나들목에서 진주성으로 향하는 길은 지방도시의 고즈넉함이 느껴졌다.
아담하고 정적인 도시는 오래된 고성을 간직한 도시다웠다. 진주성의 입장은 새해 첫날이라고 무료입장이다.
공북문으로 들어가 성곽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돌았다. 돌성곽 너머의 진주 시내 풍경은 차분하기만 하다.
대도시의 고층빌딩에 눈이 익은 사람들에게는 촌스럽게 여겨질 전경이다. 하지만 이 모습은 진주성 부근만 그렇고, 진주의 다른 곳은 어느 도회지 못지않게 규모있다.
성은 전쟁과 관련된 시설이다.
주로 방어를 하지만 나름의 공격용 무기들이 있다.
진주성전투에 쓰였던 대포가 성 밖을 향해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대포가 천자나 날아간다 하여 붙여진 천자총통,
그리고 지자총통과 현자총통.
성 안에는 많은 비석들이 서있다. 그 비문 중에 “晋陽溪山勝致 嶺南第一(진주의 아름다운 산천은 영남의 제일이다.)”이 있다. 진주를 예찬한 최초의 시문이란다.
이 글은 고려조 명종 때의 문신 李仁老(이인로, 1152~1220)가 그의 '파한집' 에서 한 말이다. 그는 명종 10년(1180)에 문과에 급제하여 여러 관직을 역임하다가, 무신정권의 횡포가 심해지자 뜻을 버리고 문학으로써 생을 찾으려 했던 분이다.
진주성에서 가장 유명한 촉석루가 보인다. 상당히 큰 누각이다.
촉석루 아래에는 남강이 흐른다. 남강 너머엔 대나무숲이 울창하다.
그러고보니 진주엔 대나무가 참 많다. 논개를 모신 사당에는 까만 대나무인 오죽이 심겨져 있다.
강릉의 오죽헌에서 보던 그 대나무이다.
촉서루 앞의 성곽 아래엔 남강으로 통하는 쪽문이 있다.
절벽 아래 남강이 아찔하다. 지금은 수심이 많이 낮아졌지만 예전엔 꽤 높았으리라 짐작된다.
절벽의 곳곳은 물이 차서 침식된 흔적이 역력하다.
논개의 이야기가 서려있는 의암 바위에 올랐다.
약간의 틈을 두고 강에 홀로 있는 섬인데, 넘나들기가 아슬아슬하다.
義巖(의암)은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순국한 바위다.
당시 논개의 나이는 방년 19세였다.
임진왜란 2차 진주성 싸움에서 진주성이 함락되자 논개는 왜장을 이 바위로 유인하여 순국하였다.
이에 논개의 순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영남사람들은 이 바위를 의암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진주의 선비 鄭大隆(정대륭, 1599~1661)은 바위의 서쪽 벽면에는 전서체로 義巖(의암)이라는 글을 새겼고, 남쪽 벽면에는 韓夢參(한몽삼, 1598~1662)이 쓴 것으로 전하는 해서체로 된 義巖(의암)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해가 기울고 있다.
남강 위에 어린 석양은 제 모양을 길게 강 위에 드리우며 떨어지고 있다.
나무는 까맣게 잠이 들고, 성은 고요 속에 잠자리를 펼칠 즈음, 다시 빛이 비친다.
덩달아 어둠 속에 잠기던 건물들이 다시 새롭게 팔딱거리며 형형색색의 단청을 뽐낸다.
진주성의 밤이 시작되었다.
진주성을 나와 인사동거리를 걸었다. 골목길에 즐비한 옛 농기구며 돌조각들.
고품스런 물건들보다는 농경문화와 정원에 어울리는 것들이 주를 이루었다.
인사동거리를 따라 쭉 내려가니 진주성 외곽에 분수대광장이 나온다. 밤에 분수쇼를 한다는 곳인데 겨울이라 분수는 겨울잠 중이다.
진주역 부근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진주는 비빔밥과 냉면이 유명하다고 한다. 옆 테이블의 사람들의 지방 사투리를 들으니 이곳이 경상도지방이란걸 정겹게 느껴진다. 그 지방의 말소리는 그 지방의 삶이자 문화이자 색깔이다. 어느 지방에 가서 그 지방의 사투리를 듣는 것은 어느 경관 못지않게 중요한 여행의 맛이다.
내가 진주관광지도를 보고있으니 옆 테이블의 아저씨들이 말을 건다. 진주에 구경왔나고? 그렇다고 하니 진주에 대해 자랑과 설명을 하신다. 진주가 이번에 살기좋은 도시로 선정이 되었단다.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진주성 부근은 아담하고 고즈넉한 작은 고을같고, 시내를 가로지르는 남강, 시내를 전망할 수 있는 석류공원 안의 전망대, 교육의 도시답게 많은 대학, 도시 주변의 산과 바다, 참으로 건강하고 살기좋은 도시이다. 진주성 같은 알을 품고 있는 암탉처럼 아늑하면서 풍성한 도시이미지이다.
진주여행을 소개하는 아저씨는 내일 아침은 중앙시장 안의 제일식당에서 해장국을 먹고, 점심은 문산읍의 제일식당에서 염소탕을 먹으라고 권했다. 볼거리는 진주성과 진양호를 강력 추천했다. 그분의 권유에 따라 다음날은 진양호를 가기로 했다.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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