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더위!
둘둘 말린 잔디
시들부들 호박잎
매미는 나무에 달려 맴맴
멍멍이는 혀 내밀고 헉헉
아궁이 가마솥의 감자는 삶아지고
한여름 뙤약볕에 우리는 익어간다
덥다 생각하니 더 덥고
더 덥다 생각하니 짜증나고
짜증내니 열나고 열나니 정신없다
홀라당 벗어제치고 익은 감자 물에 담근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하늘을 째려보니
더운 해, 시원한 하늘, 시원한 구름
더움 대 시원함은 1 : 2
아, 시원타!
이끼 낀 우물에서 금방 푼 샘물
시린 물 아가리로 찰랑 찰 넘고
바가지 물위에 얼음조각 두리둥실
새파란 하늘에 고즈넉한 새털구름
파란 하늘은 우물, 하얀 구름은 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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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운지! 아마 더위를 먹었나 봅니다.
온 몸에 힘이 없고, 머리도 지끈지끈 아프고, 의욕도 없습니다. 뙤약볕과 숨이 벅찬 공기가 얄밉습니다.
자귀나무 꽃피는 7월입니다.
널찍한 꽃잎 대신 명주실처럼 가느다란 꽃을 우산살처럼 펼치는 자귀꽃, 자귀꽃은 우리의 때깔을 닮은 우리의 꽃입니다.
아래는 하얗고 위는 분홍이며 끝에는 노란 꽃밥이 있는 큰 붓꼴의 자귀꽃. 예로부터 우리는 흰옷을 즐겨 입어 백의민족이라 했습니다. 분홍치마에 노랑저고리가 잘 어울리는 우리의 맵시는, 봄이면 연분홍의 진달래와 연노랑의 개나리가 우리의 산을 물들이는 것을 닮은 까닭일 것입니다.
야산에 피는 이 꽃이 너무 우아하여 정원에 옮겨심기도 합니다. '자귀'라는 이름은 나뭇잎이 밤이면 오므라들어 마치 자는 듯한 느낌을 주어서, 잠자는데 귀신같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소찰밥나무'라고도 하는데 이는 소가 자귀꽃을 잘 먹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잠잘 때에 이 나무의 가지를 잠자리 밑에 넣어두면 부부의 금실이 좋아진다고 하여 중국에서는 합환수(合歡樹) 또는 야합수(夜合樹)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나라 말로는 '사랑나무'라고도 합니다.
지금 산에는 자귀나무가 곱살스레 피었습니다. 구경들 다녀오세요.
-종이인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