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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글쓰기/시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0. 8. 1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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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모습, 손의 양면처럼 각각의 모습을 번갈아 보고자 합니다.
그리 못난 것도 없지만 또한 잘난 것도 없는 나.
치우치지 않으려 자꾸 뒤돌아봅니다.

남의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이 행여 손바닥뿐이라면
난 스스럼없이 손을 뒤집어 보이렵니다.
비록 얼룩진 때와 흉진 생채기의 손등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가만두면 한녘만 향하는 지남철처럼
우쭐대며 뻐기고 제 잘난 멋에 살죠.
그러기에 부러 손등을 보이고자 합니다.
고해성사를 하듯 말입니다.

억세고 나약하고, 악하고 선하고, 굳고 무른 것이
내 꼬락서니입니다.


**
막바지에 접어든 여름이 보통내기가 아니군요.
더운 열기 뿜어대는 선풍기가 밉살스럽죠?
제가 시원한 부채를 드릴께요.
지난 겨울에 알음알이이에게 보낸 메일인데요,
이 한여름에 다시 읽으니 맘이 시원해 지더군요.


***
옷깃을 여미세요.
된바람은 옷깃 틈바구니를 비집고 파고들고,
단풍나무의 여린 가지도 매서운 회초리가 되는군요.
손가락이 손잡이에 쩍쩍 달라붙는 강추위
들숨에 코털이 얼어붙어 갈기작갈기작거립니다.


겨울밤

한공중 시린 달 둥둥

가직이 여린 별 총총

저만치 다복 솔 빽빽

누리의 겨운 나 함함


-종이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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