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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눈 떨어지던 날

글쓰기/수필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5. 2. 2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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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부터 큰눈이 온다는 예보가 빗발치더니 아침 누리에 싸락눈이 살핏 깔리었다.

사무실 출근하여 유리창 너머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황소눈만한 송이눈이 송송 내린다.

흩날리는 가루눈은 세상을 살짝 가려 신비감이 들지만, 

눈꽃이 뭉텅이 져 송송 내리는 송이눈은 왠지 조마조마하다.

 

자기를 불태우며 떨어지는 별똥처럼 뭐가 그리 급해 저리도 빨리 떨어질까?

눈꽃처럼 나풀거리며 내리면 더 좋을런만.

 

한 배우가 떨어졌다.

참 인상적이고 기대되는 연기자라고 여겼던 그녀,

황소눈처럼 큰 눈을 가진 그녀가 송이눈처럼 급하게 떨어지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왜'냐고 묻겠지, 대답없는 그녀를 향해.

삶의 주관식문제를 푸느라 끙끙 앓다가 결국 답을 적지 못하고, 아니 나름의 극적인 답으로 갔다.

 

오늘 죽으나 10년 후에 죽으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 삶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문득 이런 말을 던졌던 한 선배의 말이 머리에 맴돈다.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겠지.

 

그냥 먹고 자고 일하고 놀고만 살 것이라면 어차피 언젠가 죽을 것이니 오늘 죽으나 별 차이가 없지.

삶은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하는 것.

이는 팽이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도는 것.

잘 살자고 다시 곱새긴다.

 

-종이인형-

 

===================

* 곱새기다 : 되풀이하여 곰곰 생각하다.

* 누리 : '세상01(世上)'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 뭉텅이 : 한데 뭉치어 이룬 큰 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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