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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살을 쏴라, 봄꽃 전쟁이 벌어졌다.

글쓰기/수필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5. 4. 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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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살을 쏴라, 봄꽃 전쟁이 벌어졌다!
봄꽃의 효시 산수유꽃, 이천백사 산수유꽃축제에서 만나보자
  박종인 (boshing) 
▲ 산수유나무 아래를 거닐며(지난해 축제)
ⓒ2005 산수유꽃축제추진위

전쟁터에서 우는 화살을 쏘아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데 이 화살을 효시(嚆矢)라고 한다. 효시는 어떤 일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표시이다. 산수유꽃은 봄꽃의 효시다. 산수유가 피면 이어서 개나리, 진달래, 벚꽃, 제비꽃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투듯이 피어난다.

▲ 산수유나무 군락
ⓒ2005 산수유꽃축제추진위

4월 1일부터 3일까지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일원에서 제6회 산수유꽃축제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민간주도의 행사로 추진하는 산수유꽃축제는 많은 민간단체의 자발적인 참여로 순수한 향토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사장인 백사면의 도립1리, 송말1.2리, 경사1.2리에는 500년된 나무를 포함하여 17,000그루의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노란 산수유꽃 아래를 거닐면서 봄의 기운을 만끽하며 사진촬영, 나무순례, 청소년페스티발 등의 행사에도 참여하면 좋은 봄맞이가 될 것이다.

지난해는 3월 26일부터 축제를 펼쳤으나 올해는 꽃이 예상보다 늦게 터져 날짜를 미루게 되었다. 봄꽃을 시샘하는 봄눈이 푸지게 내리는 바람에 산수유꽃은 꽃망울 터뜨리기를 주춤거렸다.
행사장이 고향인 박덕기 농촌지도사는 사월인데도 만개하지 못한 산수유를 처음 본다고 했다. 자연의 시샘이 심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 인간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축제에는 뜸이 덜 된 축제라서 조금은 아쉽다.


산수유는 꽃을 두 번 피운다. 꽃 안에 또 꽃이 있는 것이다. 며칠 전부터 사무실 앞에 있는 산수유꽃을 사진에 담았었다. 날마다 달라지는 모양이 신기했다.
적갈색의 꽃받침이 살짝 벌어지며 노란 꽃잎이 살짝 비치더니 이틀 후엔 꽃받침이 벌어져 안의 꽃이 드러났다. 그러나 아직 꽃이 온전히 핀 것이 아니다. 꽃받침 안에 작은 꽃봉오리들이 여럿 모여있으며 그 작은 꽃봉오리가 터질려면 또 하루 가웃 지나야 한다.
▲ 산수유꽃봉오리
ⓒ2005 박종인

▲ 산수유꽃
ⓒ2005 박종인


꽃이 피자 벌보다도 초파리가 먼저 꽃을 찾아왔다. 꿀을 먹으려면 꽃봉오리가 터져야 한다. 젖달라고 보채는 젖먹이에게 젖가슴을 꺼내주는 어머니처럼 산수유는 꿀 달라고 조르는 초파리를 위해 작은 꽃봉오리 하나를 열어주었다.
▲ 산수유꽃과 초파리
ⓒ2005 박종인

▲ 산수유꽃과 초파리2
ⓒ2005 박종인


산수유꽃은 꽃을 두 번 핀다. 도자기를 애벌구이 하고 다시 재벌구이하듯이 말이다. 도자기라는 말이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이천은 도자기의 고장이기도 하다. 제3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가 4월 23일부터 6월 19일까지 이천, 광주, 여주에서 펼쳐지는데 주행사장이 이천이다.(http://www.wocef.com)


해토머리때 땅은 기지개를 켠다. 나무마다 물이 오른다. 줄기가 잘렸음에도 뿌리가 물을 계속 퍼올리기에 그루터기의 부름켜 부위엔 물기가 흠씬 배어있다. 봄의 생명력이 역력하다.
▲ 그루터기
ⓒ2005 박종인

▲ 해토머리의 땅거죽
ⓒ2005 박종인


거북딱지처럼 딱딱한 땅거죽은 스펀지처럼 풀어지고, 숨어있던 씨앗들은 너도나도 새싹을 움튼다. 흙은 누더기가 되어간다. 헝겊 곳곳에 송곳으로 구멍을 내듯 새싹들은 땅 여기저기에서 송송 삐져나온다. 그래도 흙은 즐겁다고 히죽거린다. 마치 가려운 곳을 꾹꾹 눌러주면 시원하듯 흙할아범은 새싹들의 재롱잔치에 그저 껄껄거린다.

새싹들이 흙거죽을 나와 바깥구경을 하려고 난리이듯 아이들도 봄이 되면 자연을 구경코자 어른들을 조른다.
4월, 봄나들이하기 얼마나 좋은가!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천에 아이들 손잡고 콧바람 쐬러 나서보라.
▲ 새싹
ⓒ2005 박종인

▲ 원추리
ⓒ2005 박종인

***** 행사내용 및 찾아오는 방법 *****

제6회 이천백사 산수유꽃축제
http://www.2104sansooyou.com/
산수유꽃축제추진위원회 (031)633-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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