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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사랑을 믿니?

글쓰기/시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0. 1. 14.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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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사랑(사람)을 믿니?


1.
해포 전,
깨끔한 그가 말했다.
-형, 사랑은 참 아름답지?
난 사오정 인가봐!
-그래, 사람만이 희망이지! 라고 말했어.

달포 전,
께끔한 그가 말했다.
- 형, 사람이 날 힘들게 해!
난 정말 사오정 인가봐!
- 그래, 사랑이란 절망이야! 라고 말했어.

근데 이상해!
'사람'을 '사랑'으로 갈음해도 전혀 껄끄럽지가 않아.
사람이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2.
이 세상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단지 사랑하고픈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3.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게 얼마나 큰 아픔인데, 그 쓰라림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사랑을 찾아 허겁대는 사람.
사랑하는 것은 마취주사를 맞는 것.
사랑함으로써 옭매인 가시올가미가 하나도 아프지 않아.


4.
사랑할만한 사람이라면,
하나를 얻기 위해 백도 기꺼이 버릴 수 있다.
비록 혼자만의 짝사랑일지라도,
그녀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기꺼워.


5.
내가 여우라고 불렀던 한 아이가 있었어.
난 그 아일 길들였다고 여겼지.
그러나 그 여우는 달아났어. 길들여진게 아니었나봐.
개목걸이로 옭아매었어야 했나?


6.
-넌 사랑을 믿니?
-믿을 걸 믿어야지!
내가 묻고 내가 답한다.

사랑이란
아세틸콜린, 아드레날린 등등의 화학물질이 만들어낸 기계적인 작동일 뿐이야!

너 아직도 사랑 따윌 믿니?


7.
실은…
나 장담 못해, 아까 한 말.

-종이인형-


==================================================
* 달포 : 한 달 이상이 되는 동안
* 해포 : 한 해 이상이 되는 동안
* 깨끔하다 : 깨끗하고 아담하다.
* 께끔하다 : 께적지근하고 꺼림하다.
* 갈음하다 : 갈아넣다. 대신하다. 대체하다.
* 껄끄럽다 : 매끈하거나 반드럽지 못하고 깔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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