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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눈

글쓰기/시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1. 1. 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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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무식을 하였습니다.
이제 한 해를 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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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밑 눈 *

움츠린 어깨 위에 설핏설핏 내리는 눈
그것은 비듬, 하늘 살갗의 부스러기

달거리하는 여인이 달을 게워내듯
해거리하는 하늘이 해를 게워낸다

머리의 비듬이 어깨에 머물고
때론 머리카락도 덩달아 내리고
그리 오래지 않았다고 여겨지지만
실은 적잖은 세월이 흘러
머리카락 빛깔이 비듬과 같아질 때
어깨에 스민 세월을 온몸으로 느낀다

봄이면 꽃잎
여름이면 비
가을이면 낙엽을 뿌리던 하늘
세밑 겨울엔 파란 비늘을 벗는다

삼백 예순 나날은 비듬처럼 떨어져
한갓 미련없이 푸른 기운 그대로 두고
빛바랜 눈이 되어 나풀나풀 내린다

해마다 겨울이면 허물 벗는 하늘은
해말간 모양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우리는 누에처럼 새로이 자란다

-종이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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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밑 : 한해의 마지막 무렵. 섣달 그믐께. 세말.
* 달거리 : 여자의 생리. 월경(月經).
* 해거리 : 한 해를 거름. 격년결과(隔年結果).
- 사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책거리(책씻이)가 한 권의 책을 마쳤을 때 선생과 동료들에게 한턱을 내는 뜻이듯, 여기서는 해거리는 한해를 마무리 하는 것이라고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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