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떨이 *
꼭두새벽 이슬떨이 오솔길에 접어드니
옹달샘은 어느새 말끔하게 매무시하고
아름드리 버드나무 어정어정 서성인다
풀머리 줄기마다 촘촘히 달린 잎은
밤도와 이슬 모아 샘물 가득 채우고
돌 틈에 솟는 물이 도래샘물 저으니
빙그르르 물결 따라 잎사귀도 따라 도네
손 모아 샘물 퍼서 그대에게 드리나니
땅거죽 비집고 선 서릿발처럼 꼿꼿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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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동안 슬픔에 절여 헤어나지 못하는 이를 격려하고자 지어드린 시입니다.
슬픔이란,
기쁨처럼 인간에게 딸린 자연스런 감정이죠.
없었다가 갑자기 불거진 사마귀가 아니라 원래부터 몸에 지닌 점과 같은 것입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점도 나름의 맵시입니다.
슬퍼할 줄 아는 자만이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은 갈증 후에 마시는 샘물이 그지없이 시원한 까닭과 같겠지요.
-종이인형-
========== 토박이말 풀이 ============
* 꼭두새벽 : 아주 이른 새벽.
* 도래샘 : 빙 돌아서 흐르는 샘물.
* 말끔하다 : 티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하다.
* 매무시 : 옷을 입고 나서 매만지는 뒷단속. 옷매무시.
* 맵시 : 어떤 대상의 멋스러운 모양새. 태(態). 몸∼. 옷∼.
* 밤도와 : 밤을 이용하여. 또는, 밤을 새워.
* 비집다 : (맞붙거나 좁은 데를) 벌리거나 헤치거나 뚫어서 틈을 내거나 넓히다.
* 아름드리 : 한 아름이 넘는 나무나 물건.
* 이슬떨이 : 이슬이 내린 길을 맨 앞에 서서 가는 사람. 이슬받이.
* 풀머리 : 땋거나 걷어올리지 않고 풀어헤친 머리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