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어른답게 홀로서기 | ||||
부모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어른되기 시작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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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 동안 땅속에서 지내다가 때가 되어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된 것이다. 때가 되면 애벌레가 탈피하여 성충이 되듯, 아이도 때가 되면 어른이 된다. 누에가 네 번의 잠을 자며 부쩍부쩍 자라듯이 아이들은 이태만 지나도 옷이 몸에 맞지 않아 새옷을 장만해야 할 정도로 쑥쑥 자란다. 하지만 1령의 누에나 5령의 누에가 마찬가지로 애벌레이듯 몸집이 커진 아이도 여전히 아이일 뿐이다. 5령의 익은 누에가 번데기를 거쳐 나방으로 거듭날 때 비로소 어른인 성충이 된다. 사람은 언제 어른이 될까? 스스로 설 수 있을 때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나이 스물이면 몸도 다 자라고 철도 들 나이기에 어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물이 되어도 스스로 서지 못하는 어른애들이 많다. 스스로 선다는 것은 몸집이 크고 자기 뜻대로 사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생활, 즉 경제적인 독립까지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스물이 아니라 서른이 되어도 부모의 젖을 떼지 못하는 어른애가 많다. 예전과는 달리 공부하는 기간이 길어져 20대 중반까지 학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나이 스물이 지난 자식이 별 거리낌 없이 부모에게서 계속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을 하는 것과, 또한 부모도 자식에게 경제적 지원을 마다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다.
진정한 스승은 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듯 부모는 다 큰 자식이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어야(?) 할 것이고, 자식은 부모의 도움을 당연시 여기기보다는 빚이라 여기며 실제로 갚겠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거듭남은 홀로서기다. 홀로서기의 첫걸음은 부모로부터 독립이다. 아브라함이 고향을 떠난 까닭은 뭘까? 결혼하면 부모를 떠나는 까닭은 뭘까? 스스로 서기 위해서는 자신을 보호하던 껍데기를 벗어버려야 한다. 어린 시절에는 껍데기가 생명을 지키는 보호막이 된다. 가을의 씨앗이 추운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는 것도 껍질이 배를 감싸주는 덕이다. 하지만 때가 되면 껍질을 벗어야 한다.
병아리의 부화에 대해 조금 더 굽어보자. 예전에 텃밭에 닭을 몇 마리 키운 적이 있었다. 병아리를 사서 길렀는데 그 병아리가 자라서 닭이 되더니 알을 낳고 품었다. 알에서 병아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하였기에 부화일이 가까워지자 닭장에 자주 들락거리며 알을 살폈다. 드디어 알에 잔금이 갔다. 난 하던 일을 팽개치고 호기심 많은 에디슨처럼 닭장에 쪼그리고 않아 병아리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알에 금이 가고도 한참을 지나서야 갓 깬 병아리를 대할 수 있었다. 병아리는 어떻게 알 밖으로 나왔을까? 답은 병아리 스스로 껍데기를 깨고 나온 것이다. 알에 금이 가고 병아리가 나올 기미가 보이자 그동안 후줄근한 몰골로 지극 정성 알을 품던 암탉은 알을 두고 자리를 떠버렸다. 어미닭은 병아리가 부화할 수 있도록 21일 동안 알을 품으며 온도를 맞추기 위해 제 깃털을 뽑아 맨살로 알을 감싸고 틈틈이 알을 굴러주며 정성을 다했다. 암탉의 역할은 거기까지였다. 알의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것은 병아리 스스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만약 껍데기 안이 편하다고 때가 되었는데도 껍데기 안에 계속 머무른다면 그 병아리는 죽고 말 것이다.
우울하고 힘든 시절이었지만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기에 시간이라도 더디 가길 원했으나 세월조차 날 외면하여 금세 서른 즈음에 이르렀을 때 난 지나온 20대를 돌이켜보았다. 그 시절은 안개가 자욱한 들판이었다. 난 혼자였고 어스름한 길을 걸었다. 때론 왔던 길을 다시 오곤 했지만 쓰러지지 않기 위해 굴렁쇠처럼 움직였다.
젊은이는 아이가 아닌 어른이며 홀로서기가 가능한 때다. 부모의 껍데기 안에 계속 있는 한 서른이 넘어도 어른애로 남게 될 것이다.혹, 여건상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면 은행에서 대출 받는 것처럼 실질적으로 갚을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막연히 나중에 나이 들면 모시겠다는 생각보다는 월급을 타면 고정적으로 갚아나가겠다는 계획이 있어야 한다. 부모는 이미 어른인 자식을 아이로 대하지 말아야 하며, 어른이 된 자식은 더 이상 아이처럼 부모에게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 결혼은 홀로 선 둘이 하나로 다시 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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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마이뉴스 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원문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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