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거울과 겨울

글쓰기/수필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5. 12. 13. 14:41

본문

 

돌이켜보면 아쉽고 안타까운 일들이 참 많다. 잊고 싶은 기억과 보기 싫은 모습들도 있지만 그것들도 내 삶의 나이테에 그려진 올해의 띠인 것이다. 풋풋한 봄도 지나고 쨍쨍 여름도 지나고 청청한 가을도 지나 이제 밋밋한 겨울이 되었다. 거울 앞에서 몸을 살피듯 겨울 앞에서 생을 살핀다.
우린 매일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몸을 살핀다. 얼굴을 화장하고 머리를 매만지고 옷차림을 치장한다. 몸맵시를 살피느라 적잖은 시간을 들이지만 맘씨를 다지기 위해선 얼마나 정성을 쏟는가?
우리의 모임 안에서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한 자가 두 손의 손가락으로 꼽기에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적은 수라는 것을 안다. 사회 속에서 거울을 보며 몸을 단장하듯 성경을 보며 영혼을 깨워야 하리.
나이가 들을수록 세월은 덩달아 가속도가 붙어 부리나케 앞질러가고, 주변을 살피던 여유는 점차 사라지고 앞만 보고 달리게 된다. 중요한 일보다 급한 일을 우선하다보니 중심이 튼튼하지 못한 오뚝이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연말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어 좋다. 정신없이 달려온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세월의 거울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세초에 가진 대부분의 다짐이 비록 물거품이 되었을지라도 그것을 다시 추스르는 것은 막간의 다짐인 것이다.
돌이켜보면 아쉽고 안타까운 일들이 참 많다. 잊고 싶은 기억과 보기 싫은 모습들도 있지만 그것들도 내 삶의 나이테에 그려진 올해의 띠인 것이다. 풋풋한 봄도 지나고 쨍쨍 여름도 지나고 청청한 가을도 지나 이제 밋밋한 겨울이 되었다. 거울 앞에서 몸을 살피듯 겨울 앞에서 생을 살핀다.
거울 앞에서 내 몸이 솔직하듯 겨울 앞에서 내 삶이 진솔하자. 비록 만족스런 삶이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한 자신을 격려하며 박수를 보내자. 그리고 내년에 다시 열심히 살자고 용기를 북돋아주자. 매일 세수(洗手)를 하듯 매일 세심(洗心)을 하자고 다짐하며, 매끼 육체의 밥을 먹듯 매양 영혼의 만나를 먹어 몸과 영혼이 튼실하도록 다짐하자.

어수선한 세밑이다. 들뜬 분위기 속에서 물위의 부레옥잠처럼 저도 모르게 이리저리 휩쓸리기 쉬운 동짓달이다. 먼저 말씀 앞에서 영적 재무장을 하고, 책을 통해 지적인 교양을 쌓으며,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사람들과의 진솔한 교재의 통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자. 학생이 공부를 잘하기 위해 복습과 예습을 하듯, 사람이 좋은 인생을 위해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앞날을 계획하는 것이다. 맑은 영혼으로 자신의 삶을 살피는 알찬 세밑과 세초가 되자.


<거울과 겨울>

거울 앞에 서 있다.
거울 앞에 발가벗고 서 있다.
수많은 생채기와 멍든 흔적들을 거울에 비쳐보며
그 상처에 얽힌 이야기를 떠올린다.

옷을 입는다.
보드라운 속옷을 입고 어울림 좋은 옷을 입고
모양 좋은 겉옷을 입고 다시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앞에서 면도를 하고 머리를 빗고
맵시를 살피고 여러 표정들을 지어본다.

겨울 앞에 서 있다.
세초에 줄기차게 달려오다가 이제 세말에 이르렀다.
많은 이야기를 품은 한해를 되돌아보며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에 울고 웃는다.

세월을 입는다.
풋풋함과 화려한 봄을 입고
왕성함과 이글거리는 여름을 입고
원숙함과 다양한 가을을 입고
이제 눈부시게 새하얀 겨울을 입는다.

이 겨울에 올해의 많은 인연들을 떠올리며
책상 앞에 앉아 수첩을 정리한다.
수첩 속에 박혀있는 사람과 연락도 하고
뭔가를 끼적거리기도 한다.
그리고 다가올 내년을 설렘과 희망을 가지고 채비를 한다.

겨울은 거울과도 같은 것,
거울 앞에서 몸을 살피듯 겨울 앞에서 해를 살핀다.
겨울에 거울 앞에서 거울 속의 겨울 사내를 살핀다.
내 모양은 어떠한가?


글 : 박종인 객원기자

반응형

'글쓰기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높이  (0) 2006.03.06
집안에 숨은 보물찾기  (0) 2006.01.01
아버지께 마지막으로 쓰는 편지  (0) 2005.11.06
어른답게 홀로서기  (0) 2005.05.27
우는살을 쏴라, 봄꽃 전쟁이 벌어졌다.  (0) 2005.04.02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