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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떨이

글쓰기/시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2. 4. 2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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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떨이


꼭두새벽 젖히고 오솔길 접어드니

옹달샘은 어느새 말끔히 단장하고

한아름 수양버들 풀머리 가다듬네


치렁한 줄기마다 가난없이 달린 잎

밤도와 이슬 모아 샘물 가득 채우니

돌 틈에 솟는 물이 도래샘 젓는구나


새벽을 한 모금 떠 마시고

빈 표주박 살포시 내려놓으니

빙그르 물길 따라 하루도 따라 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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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창을 까맣게 드리운 땅거미가 머뭇머뭇 뒷걸음치자

창호지처럼 뽀얀 여명이 슬그머니 창가로 다가와 기웃거린다.

아무도 밟지 않은 숫눈길을 밟듯 밤도와 이슬 내려 촉촉한 새벽길을 나서 예배당으로 간다.

은은한 불빛의 예배당 안에는 꼭두새벽에 옹달샘을 찾은 여남은 사슴들이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

나도 다소곳이 앉아 고개를 숙였다.

샘물처럼 맑고 시원한 말씀을 한 모금 마시고 예배당을 나서니

어느덧 세상은 하얗게 밟아져 부산스런 하루를 준비하고 있다.

-종이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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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두새벽 : 아주 이른 새벽.
* 도래샘 : 빙 돌아서 흐르는 샘물.
* 말끔하다 : 티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하다.
* 밤도와 : 밤을 이용하여. 또는, 밤을 새워.
* 아름드리 : 한 아름이 넘는 나무나 물건.
* 이슬떨이 : 이슬이 내린 길을 맨 앞에 서서 가는 사람. 이슬받이.
* 풀머리 : 땋거나 걷어올리지 않고 풀어헤친 머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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