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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여기에!

글쓰기/시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1. 11. 3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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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하나님, 어디에 계세요?
바닷가의 어부가, 들녘의 농부가, 도심의 시민이 물었다.
그러자 하나님은 한결같이 그들에게 '여기에' 라고 답하셨다.
하나님은 한 분인데 어떻게 그들 모두에게 있을 수 있을까?
그것은 하나님이 해와 같기 때문이다.
해는 하나이지만 땅이 아닌 하늘에 있기에 지구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하나님은 어디에?
하나님은 여기에!



*** 둘

"삼촌, 해가 빨개요."
네살배기 조카는 창에 비치는 석양을 보며 신기한 듯 중얼거렸다.
"어, 정말 해가 빨간 색이네?"
해거름녘의 태양이 붉그스름한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조카의 말에 다시 보니 새로웠다.
조카는 가끔 나를 일깨운다.
이미 알고 있다고 여긴, 그래서 별로 신경쓰지 않는 사소한 것들을 말이다.

엄마와 같이 밖에서 놀다 들어온 조카는 싱글거리며 자랑을 했다.
"삼촌, 나 해 세 개나 봤다?"
난 무슨 소린가 하고 뚱하니 쳐다보니, 조카는 신나게 소리쳤다.
"어 집에서 하나 보고, 어 놀이터에서 하나 보고, 또 수퍼에 가면서 하나 봤어."
조카는 해를 세 개나 본 것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운듯 앙증스런 고갯짓을 하며 떠들었다.

나에겐 해가 하나이지만 조카에겐 해가 여러 개다.
조카는 어느 곳에서나 해를 볼 수 있고, 그것은 아이에게 신기함과 감격스럼이다.
나도 어느 곳에서나 해를 볼 수는 있지만, 그것은 나에게 시큰둥한 일일 뿐이다.
그 해는 그저 그 해일 뿐이니까.
하지만 어느 곳에서나 해를 볼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참으로 놀랍고 은혜로운 일이다.

하나님은 해처럼 하늘에 계신다.
이 하늘은 물리적인 하늘이 아니고 어느 곳에서나 대할 수 있는 심리적인 하늘이다.
그러므로 어느 곳의 누구에게나 햇살처럼 하나님의 은혜가 비친다.
굳이 햇살을 피해 동굴로 피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나님은 한분이지만 모두의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한분이지만 모든 곳에 계신다.
내 마음 속에도, 그리고 당신의 마음 속에도!

-종이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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