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일] 신영복의 '담론'

[32일] 신영복의 ‘담론’

(2020. 3. 27. / 나의 인생책)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은 성공회 대학에서 진행한 마지막 강의를 책으로 만든 것이다. 신영복 선생님은 강의란 사람과 삶에 대한 인문학적 담론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생각은 자기가 삶아온 삶의 결론이며, 대단히 완고한 것이므로 다른 사람이 설득하거나 주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선생님의 강의를 직접 듣듯 책의 내용을 노트에 적었다.

 

첫 시간에 공부(工夫)에 대해 얘기했는데, 공(工)은 하늘(ㅡ)과 땅(ㅡ)을 연결하는(ㅣ) 것이고, 부(夫)는 이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주체가 사람(人)이라고 했다. 공부란 살아가는 것 그 자체이며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키우는 것이다. 즉 세계와 인간을 ‘잘’ 알기 위한 것인데, 잘 알기 위해서는 사실과 진실, 이상과 현실이라는 다양한 관점을 가져야 한다.

 

공부란 추진력과 상상력의 조화인데, 추진력은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압축하는 것이고 상상력은 작은 것으로부터 큰 것을 읽어내는 것이다. 추진력은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가장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집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핵심을 요약하고 추출할 수 있는 이 추진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추진력과 나란히 키워야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사소한 문제 속에 담겨있는 엄청난 의미를 읽어내는 것이다. 세상에 사소한 것은 없다. 다만 사소하게 나타났을 뿐이다. 한 마리의 제비를 보면 천하에 봄이 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이 추진력과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것인데, 문사철(文史哲)의 추진 결과로 시서화(詩書畵)의 상상력을 유연하게 구사하고 적절히 조화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옛날 사람들도 문사철과 시서화를 함께 갈고닦았다. 이성 훈련과 감성 훈련이 중요한 것은 추진력과 상상력을 하나하나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이 둘을 적절히 배합하여 구사할 수 있는 유연함이다. 공부는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강의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이다.

 

‘한 발 걸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며 감옥에서 있었던 한 일화를 소개하셨다. 가장 젊고 빠른 젊은이와 가장 나이 많고 쇠약한 노인이 경주를 하는데, 젊은이는 한 발로 달리고 노인은 두 발로 달리는 시합이었다. 나름대로 공평한 경기라고 볼 수 있다. 결과는 월등한 차이로 두 발의 노인이 이겼다.

 

선생님은 한 발 걸음을 ‘실천이 없는 독서’라고 하셨다. 공부를 하기 위해 독서를 하지만, 실천이 없는 독서는 자기의 생각을 키워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거다. 감옥 안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을 찾았는데, 남의 얘기를 듣는 거였다. 다른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는 그 사람의 과거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앞서 강의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이라고 했다. 그러나 가슴이 종착점은 아니다. 또 하나의 멀고 먼 여정이 있는데, 그것은 ‘가슴’에서 ‘발’ 까지의 여행이다. 가슴이 공감과 애정이라면 발은 실천과 변화다.

 

선생님은 같은 감방에 있던 문도득 이라는 노인 목수가 집 그리는 순서를 보고 크게 깨달았다. 노인 목수가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집을 그리는데, 제일 먼저 주춧돌을 그리고 맨 나중에 지붕을 그렸다. 책을 통해 생각을 키운 자신은 집을 그릴 때 지붕부터 그리는데 목수는 주춧돌부터 그렸다. 일하는 사람, 즉 두 발로 뛰는 실천하는 사람은 집 그리는 순서와 집 짓는 순서가 같았다. 공부란 ‘두 발 걸음’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다.

 

https://youtu.be/6qFAs2sYb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