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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내 책 내기

글쓰기/글쓰기(2020)

by 종이인형 꿈틀이 2020. 4. 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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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내 책 내기

(2020. 3. 26. / 도전하고 싶은 일)

 

난 시골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시골에서 사는 촌놈이다. 어릴 적에는 시골뜨기인 게 창피했지만 어른이 된 후에는 오히려 자랑스럽다. 20대가 되어 서울에서 생활할 때 모임의 한 후배가 말했다. 그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살았는데, 시골뜨기인 내가 부럽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자기에게 없는 추억을 나는 가지고 있다는 거다. 개울에서 물고기 잡고 뒷산에서 머루 따먹고 들녘에서 삘기 뽑던 추억이 자기에게는 없었다는 거다. 아파트의 놀이터가 전부인 그는 나의 어릴 적 추억을 부러워했다.

어릴 적에 내가 그렇게도 부러워했던 서울살이가 막상 서울내기에게는 시큰둥한 일상일 뿐 환상적인 추억은 못되었다. 내가 지긋하게 여긴 시골살이가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에 놀라면서 나의 시골살이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돌이켜보니 좋은 면이 보였다.

 

내가 글을 쓰게 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내가 하찮게 여겼던 것들도 나름 가치가 있다는 생각. 어린 나는 내 배경과 출신과 상태를 너무 가볍게 여겼었다. 주눅이 들었었나보다. 그러다가 어른이 되어 다른 세상의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알게 된 것은, 다 나름의 모양과 색깔이 있으며 그것들은 나름대로 가치가 있고 드러낼만한 것이라는 거다.

서른 즈음부터 머뭇머뭇 글을 썼다. 그 전에는 글쓰기는 딴 나라 사람들의 일이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나도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나의 생각, 나의 바람, 나의 모양을 글로 그리기 시작했다.

 

내 글을 촌스럽다. 예전에는 감추기에 급급했던 그 촌스러움을 이제는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시골뜨기인 내가 떳떳하다. 도시보다는 시골이 자연에 더 가깝다. 작물은 그림처럼 예쁘고 가축은 장난감처럼 친근하다. 산과 호수는 생활의 바탕이고, 하늘과 바람은 삶의 배경이다. 인간이기 이전에 생명체로서 자연스런 환경을 누리며 사는 것은 소소한 축복임을 어른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쉰을 마주할 즈음에 내 글을 엮어서 책을 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이 바람은 나의 도전이다.

 

https://youtu.be/e68Vtv3vnu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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