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지리산 토방에서 도를 나누다

살음살이/사는 얘기

by 종이인형 꿈틀이 2014. 11. 8. 01:30

본문

 

지리산의 가을이 짧다.

노고단 산마루의 나무들은 비 온 후 젓은 빗물을 털 듯 나뭇잎을 한꺼번에 털어버렸다.

산 아래는 아직 푸른 기운이 있는데, 산마루는 회색 나무로 서 있다.

뭐가 그리 급했을까?

우리가 보지 못한 뭔가를 미리 본 걸까?

오후 햇살에 비낀 노고단의 회색 나무는 산 아래에 사는 우리들에게 경이감을 풍기고 있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물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한 선비의 집에 들렀다.

아무리 둘러봐도 눈길은 산을 벗어날 수 없는 지리산의 산중이다.

때마침 보름달은 산에서 솟아올라 우릴 비추고, 군불 땐 토방에서 빙 둘러앉아 도를 나눈다.

20년을 넘게 공부하며 퇴계의 맥을 잇는 선비인 정산 선생은 지리산에 자리를 잡았다.

그 선비는 토방에 군불을 때고 우릴 맞이하였다.

그 정산 선생으로부터 정도를 듣다가, 같이 내려간 철학을 전공한 소설가에게 탁도를 듵다가, 사이에 내가 하모니카를 불고, 또 사이에 작가의 자작시를 듣고 흥에 겨우면 노래도 불렀다.

 

밤은 그윽히 깊어 새벽 1시가 넘었다.

마당에 나오니 보름달이 하늘 정수리에 이르렀다.

 

-종이인형-

 

 

 

 

 

 

 

 

반응형

'살음살이 > 사는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계[木鸂], 나의 호  (0) 2014.11.20
국어를 다시 배우다  (0) 2014.11.13
상수허브랜드 방문  (0) 2014.10.31
출퇴근길  (0) 2014.10.29
쌀축제장에서 탈곡체험 진행  (0) 2014.10.22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