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알이 여문 벼알에서 메뚜기가 짝짓기하다.
<이천쌀의 한살이_10>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사춘기를 지난 벼는 어른이 된다.
꽃가루와 암술머리가 만나 수분(종자식물에서 수술의 화분<花粉>이 암술머리에 옮겨 붙는 일)과 수정이 이뤄지면 왕겨 안에서 쌀이 자라는데, 쌀을 품은 벼알은 유숙기(벼 따위의 곡류가 성숙하는 과정의 초기 단계)와 호숙기(낟알이 채 여물지 않아 내용물이 아직 된풀 모양인 시기)를 거쳐 완숙기(완전히 익는 시기) 에 이른다. 따사로운 가을햇살에 알알이 여문 벼알은 점점 고개를 숙이며 무게를 더해간다. 푸른 기운이 가시고 누런 빛깔로 변하면서 부푼 풍선처럼 알찬 벼알은 나날이 튼실해진다.
벼알이 여무는 등숙기는 기상상태가 중요하다. 등숙 초기에는 일사량이 강하면서 비교적 고온이 등숙에 유리하고, 등숙 후기에는 고온이 필요없고 저온이 동화물질 전류와 축적에 유리하다. 등숙기인 8월 하순~9월중의 벼 등숙에 적정한 온도는 20~22℃인데, 이천시의 평균기온은 20.4℃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이 벌고 적게 써야하듯이, 벼알이 알차게 여물려면 양분을 많이 만들고 적게 소비해야 한다. 식물은 빛과 온도의 영향을 받아 양분을 만들기도 하지만 호흡을 통해 양분을 소비하기도 한다. 낮에는 빛이 있어서 양분은 많이 만들고 소비는 적게 하지만, 밤에는 빛이 없기에 생산은 없고 소비만 있게 된다. 밤온도가 높으면 그만큼 낮에 저축한 양분을 소진하게 된다. 그러므로 등숙기에는 밤과 낮의 기온교차가 10℃ 정도 있는게 좋다.
이천의 경우 9월 평균 기온차가 11.1℃(최고 25.6 ↔최저 14.5)이다.
벼베는 시기는 이삭 팬 이후의 평균 적산온도가 1,100℃ 일때가 적기인데, 중만생종인 추청 품종의 경우는 이삭 팬 후 50~55일 경이다. 이천지역에서 추청은 8월 20일 경에 이삭이 패므로 10월 10일 경이 추수할 때이다.
수확시기가 빨라지면 청미(덜 여물어 푸른 빛깔을 띤 쌀알)와 미숙립이 많아지고 수분함량이 높아져서 싸라기가 많이 발생한다. 수확시기가 늦어지면 강층(겨의 층)이 두꺼워지고 빛깔이 나쁘며 미질이 떨어지고 금이 간 쌀(동할미)이 많이 발생한다.
예전에는 낫으로 벼를 베어서 말리고 탈곡기로 벼알을 털어낸 후 자루에 담으며 수일이 걸렸는데, 요즘엔 콤바인 기계로 벼베기를 한다. 콤바인은 논에서 벼를 베면서 바로 벼알을 훑어내어 자루에 담고, 볏짚은 갈아서 논에 까는 것을 한번에 한다.
벼 품종비교와 병해충 관찰을 위해 관리하는 예찰논의 벼를 일부 낫으로 베어내어 내년에 품종으로 사용할 것을 따로 저장했다.
벼가 익어가는 논에는 메뚜기가 한철이다.
알알이 여문 벼알에 매달려서 사랑을 나눈다. 이 모습을 언뜻 보면 엄마 메뚜기가 아기 메뚜기를 업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데, 실은 암컷 메뚜기 위에 올라탄 수컷 메뚜기이다. 예전에 메뚜기는 벼의 해충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친환경 이미지로 더 부각된다.
해마다 가을걷이를 마치면 이천시 설봉공원에서 쌀문화축제를 펼친다.
벼를 탈곡하는 체험하는 탈곡마당에서는 예전에 벼를 탈곡하던 홀테(그네)와 족답식 탈곡기로 벼를 직접 훑어보는 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이삭에 달린 벼알들이 투투둑 떨어지는 것을 보며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신난다.
이제 거진 수확을 마친 들녘은 고즈넉하다. 이 들을 바라보는 농부의 맘은
애지중지 키운 딸을 시집 보낸 부모의 맘처럼 뿌듯함과 허전함이 교차한다.
올해는 농사하기 참으로 어려운 기상환경이었다.
봄의 저온, 여름의 일조 부족, 가을의 태풍. 특히, 초가을에 찾아온 태풍에 많은 벼들이 쓰러져서 예년에 비해 수확량이 많이 줄었다.
그래도 잘 자라준 벼가 고맙고 반갑다.
-종이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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