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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공과 동행하다_기타하나 동전한닢(4)

박우물(둘째형)

by 종이인형 꿈틀이 2010. 5. 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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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에서 저녁께 남쪽으로 출발 전 운동삼아 오전 중 산에 오르는데 오늘은 영 개판이다.

남산이라고 한인들이 임의대로 명명한 산을 남쪽 뿌에르또 몽으로 내려가기 전 제대로 돌아보려고 오르내리면서 물론 사람들과 조우도 많이 했지만 희한케도 견공녀석들과 많이 만났으니 말이다.

먼저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을 방지한다고 죄다 지상에서 간격을 두고 만들어 놓은 쓰레기통을 뒤지다 열적은 듯 바라보는 견공의 대명사 세퍼드.

눈치를 살피는 꼴이 저렇게 다리와 주둥이로 헤집다가 주인이나 사람들에게 야단을 맞은 이력이 많은지 잔뜩 주눅든 모습이다.

미안하다. 난 그냥 산책 나왔을 뿐인데 네게 살짝 긴장을 유발시켰나보다.

 

 

어제 보았던 아카시도 낯익었지만 엉겅퀴류나 쑥갓류, 야생보리로 여겨지는 작은 종자부터 옷에 착 달라붙어 귀찮게 해 어릴 적 <옷도둑놈>이라 불렀던 우슬뿌리(우슬초)등에서 화초도 제법 실하디 실하게 만개한 조팝나무와 같은 것 까지 다양하고 친근한 화훼, 수종들이 보인다.

 

 

공록을 받는 산 관리인임직한 이는 말을 타고 우유자적하게 점검중인가?

앞에서는 그냥 아침인사만 하고 카메라를 무조건 누르지 못하는 소심증은 뒤에서 살짝 찍어댄다.

 

 

산중턱에 이를때쯤 원동기에 올라탄 몇몇이서 도심과는 다소 이격된 이 산속 고요를 뒤흔든다.

복장이 통신사 전담반처럼 보였는데 등산객과 조깅객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위해 몇 번씩 동일 도로를 반복해 오가는 삼성회사 홍보맨들이다. 

 

이산에는 자주 올라와 사진을 찍었지만 이번처럼 죄다 돌기는 처음이다.

그도 꽤 시간을 요하는 일이어서다.

 

성모상이 있는데서 내려가는 길이 마뜩찮아 일부 뒤로 후퇴하여 내려오는 길에 두 마리의 개가 나란히 서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까지 별반 그렇고 그런 동네 잡견이려니 했다.

 

 

샛길을 잡아 내려오는 순간 뒤에서 기척이 있어 보니 그중 한 녀석이 나를 뒤따라오더니 곧 내 앞에서 안내를 자청한다.

처음에는 내려가는 길이 비슷한 가 했더니 내가 다소 발걸음을 미적거리면 자신도 발을 멈추고 기다리거나 다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하는 것 아닌가.

닳고 닳게 말하였지만 난 군대 생활을 사병들과 전우조로 보내지 않고 세퍼트 개끈을 잡다 전역을 한 군견병이다.

그래서 잠시 내가 다시 군대에서 내 애견과 산책을 하는 것이 아닌 가 하는 착각에 빠질 만 했다.

 

녀석은 수컷본능을 잊지 않고 뒷다리를 들고 가끔씩 나무에 영역표시를 한다.

 

 

 

끝까지 동행해주는 녀석이 고맙지만 갑자기 걱정이 밀려온다.

자전거 여행자들이 인적 하나 없는 산악지대에서 개를 만나 같이 길동무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직간접적으로 들었는데 이 녀석도 장소만 조금 다르다뿐 그런 유기견이 아닐련지 하는 우려다.

결국 그리 동행하다 안녕을 고하면 그 글을 읽는 네티즌들이 짧게는 반나절부터 이삼일여 같이 동행한 견공을 매정히 또 한번 유기하느냐는 질책을 댓글상으로 듣는다고 들었는데 혹여 나도 이리 한시간여를 같이 한 녀석이 안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부터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 속셈을 알리 없는 녀석은 끝까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앞장서서 충분히 나와 보조를 맞추더니 이제 그 길아닌 길에서 포장도로가 맞닿은 곳 까지 길을 헤치고 거지반 이르렀다.

 

 

 

 

 

잠깐 돌 줄 알고 끝까지 산을 다 돌려 시도한 건데 시간이 예상외로 길어져 나중에는 지름길을 찾느니라 험하게 내려왔는데 마침 데이트를 하던 현지인 커플이 난감히 되려 내게 길을 물어온다.

나도 제대로 돌기는 처음이고 엄연히 이방인인데 말이다.

 

초입로는 포장이 되어있지만 어차피 등산로 성격이 강해서 많진 않지만 그래도 차량이 있는데 거기에서도 녀석은 우유히 산에서처럼 뒤를 잘 돌아보지 않고 내려간다.

 

거기까지였다.

아마도 녀석이 사는 데가 그쯤이었는지 모르지만 어떻게 떨굴 것인가 고민하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게서 슬그머니 빠져나오는 데 따라올 기색은 아니다.

갑자기 비겁한 내 모습에 그 말없는 짐승에게 미안한 감이 엄습한다.

당연한 의무감처럼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동행을 해준 녀석을 난 어디쯤에서 떨구어나라고 만 생각했는데.....

 

 

 

 

아침 첫 대면한 대상도 견공이었는데 숙소로 들어오면서 부러 돌아 주택가를 돌다 거기서 마지막 조우한 것도 설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을라치면 항상 등장하는 시베리안 계열 고급견종이었다.

산에서 곧바로 내려와 다소간 더위를 느끼고 있는 차에 녀석의 그 복스런 털마저 더워보였지만.

 

 

오늘 저녁은 내려가야지.

그동안 너무 예서 시간을 지체한 것 같다.

 

 

-박우물-

라틴애 라틴에 http://cafe.daum.net/la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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