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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한인회 30주년 행사 전후_기타하나 동전한닢(2)

박우물(둘째형)

by 종이인형 꿈틀이 2010. 5. 4.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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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티아고에서 부른 아리랑

 

1-10월 29일 행사 전날 산티아고 시내를 돌며

아침을 먹고 지인의 차에 탑승해 경동시장과 같이 생약재 파는 곳을 들렀다.

맞벌이여서인지 아니면 흔하디 흔한 편모슬하 아이인지 가게 옆에서 놀고 있길래 아이와 몇분간 놀아주었다.

거기에는 아마존 생약제랑 세상 어느 한구석도 중국산이 없으면 이제 구색자체가 안나는 것 처럼 중국산 약재도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다.

그냥 단순하게 인삼이 그리 유명하다면 예서 취급을 안 할 리 없다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나 쉽게 눈에 띄는데 문제는 모두 중국산 인삼이라는 것이었다.

한국산 인삼차가 저리 생겼을리 없는데.

 

 

 

점심 경 대통령이 집무하는 긴장감이나 경직됨은 별로 보이지 않는 Moneda(모네다: 원뜻은 동전) 궁에 들렀다가 오후에는 이번 한인교민회 행사에 고급 화장품 셋트를 기증하는 사무실에 들렀다.

주로 장미를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만드는 이곳은 마치 연구소와 같은 분위기였는데 그만큼 깔끔하고 상품만큼이나 건물도 기품이 있었다.

한국에 수출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포스터나 배너가 곳곳 공간에서 보여 반가운 마음이 든다.

그런 인연으로 이번 한인행사 찬조품으로 관련 상품이 제법 풀리는 것 같다.

 

 

2-술로 인한 작은 충돌

저녁에 나랑 같이 연주를 할 현지 음악인 체오 그룹과 만나 같이 호흡을 맞춰보았다.

베이스나 간단한 타악기주자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3명 모두가 클라리넷 또는 칠레 북쪽에서 보이는 안데스 민속악기 연주자라서 무언가 허퉁하다.

이러다보니 라틴 음악의 강점이라할 경쾌한 리듬이 못 살아난다.

공연당일때는 리듬주자가 올 거라는 말로 위안을 삼았는데 결국 행삿날에도 연습멤버들끼리 무대에 올라야 했다.

 

저녁에 머물고 있는 숙소에서 작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결국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언사가 높아진 것인데 뭐 사소한 일이었지만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달래서 보내고 나니 연장선이라 할 그 불똥이 나에게 까지 튀었다.

내 공연은 예정에 없고 반대를 했는데 본인과 다툰 사람이 나를 다른 라인을 통해 끌고 들어왔다는 말까지 이르자 나도 그예 발끈하였다.

“아니 내가 무슨 공연 구걸하는 사람입니까? 여기 오는데 50여시간 걸려서 왔고 한번 오가는데만 200달러 이상 듭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시간 맞춰 오라고 해서 중간에 비행기까지 타고 와 알다시피 머무르는 것까지 포함해 경비만 500달러 이상이 지출된 거 아세요. 경비가 더 나가도 나름 의미있는 일이라 여겨 초청에 응한 사람보고 안와야 할 사람이 왔다니 이런 말이 가당찮은 겁니까?”

취중에도 할 소리들이 있고 언급을 피해야 할 일이 있는데 자기들 싸움에 왜 나까지 끌여들여 기분을 상하게 할 비하인드 스토리를 꺼냈다가 내가 얼굴색을 바꾸며 결례라고 하자 당사자 말꼬리가 흐려진다.

방으로 들어와 술 취한 사람들끼리 한 말이라 그냥 넘어갔지만 이틀 이상을 대중교통으로 달려온 사람에게 내용의 시비를 떠나 황당한 사건임은 분명하다.

 

3-10월 31일 금 칠레 산티아고 교민 30주년 행사

행사장에 가보니 역시나 30주년 답게 다양한 공연팀이 대기중이다.

현지 클래식 앙상블팀이나 합기도 마샬아트 시범과 경기도 파주 공연단도 왔다.

칠레 지방-아마 떼무꼬?-도시와 자매결연 문화 맞물려 관련공무원과 문화공연팀이 왔다는 주최측 설명이다.

한국에서 일상이 맨날 다양한 공연자들을 만나고 직접 노래를 해오던 사람이라 거기에 참석한 젊은 청년들에게 나와 관련있는 예인들을 거론했더니 좁은 바닥이라 역시 이름정도는 알고 있다.

국악-국악도 워낙 장르가 많지만-과 백댄서에 가까운 B-boy(브레이크 댄서)들은 칠레 프로젝트 팀이었다.

한국인이 교장인 칠레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찬조도 있었고 무엇보다 정통 벨칸토 창법을 구사하는 두 성악도의 <칠갑산>이나 여성 가창자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그만큼 관객흡인력이 있는 실력자들로 봐도 될 것 같다.

 

 

 

 

 

 

온라인상으로만 알고 지내던 이들과 행사장에서 직접 얼굴을 대면하고 처음 인사를 나눴다.

21세기에 사이버 매개체를 통해서 공간의 개념이 어느 정도 희석화 된 것을 느낀다.

중간중간 나 같은 개인이 소위 뗌빵용에는 적합해 몇번 마이크를 잡고 뒷 켠으로 가니 앞 은 무대대로, 뒤는 가설주점대로 활기가 넘친다.

마지막 노래자랑 시상 발표전에 부른 <담배가게 아가씨>까지 해서 도합 4번 단상에 오르락 내리락했다.

 

4-한국 이름을 가진 칠레 어린 숙녀와 오빠

“세뇨르, 노래 한번 다시 불러볼 수 있어요?”

잉, 이건 뭔가.

한국인 허드렛일을 도맡아 한다는 현지인을 소개받아 자리에 앉았는데 예쁜 여동생을 둔 초등생 아들이 대뜸 이런 부탁을 한다.

술 좌석에 끼면 여흥을 돋게 해달라는 의미로 취중에 이런 제안을 받는 경우는 종종 있어왔지만 아이에게 이런 소리를 듣고 녀석 의도가 무엇일까 잠시 생각하다 언제 제안자의 대상을 가리고 내가 노래한적 있었나 싶어 여행용 기타를 재차 꺼내들었다.

“세뇨르(아저씨), 참 목소리 좋아요.”

사실 아이는 무례한 요구를 한 게 아니라 마이크를 통해 변조된 인위적인 소리보다 직접 면전에서 자연스런 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 같다.

파라과이를 방문했을때도 엇비슷한 또래 사내애가 교회에서 특송을 하고 나오자 계단에서 기다려 이런 말을 했었는데 그때와 얼추 상황이 닮았다.

남매는 참 정감이 가는 녀석들이다.

아이때만 이쁠지는 몰라도 여자아이 수애-아빠가 지어준 한국 이름-는 나중 희망이 스튜워디스가 되는 거라지.

 

 

 

5-한인성당에서 만난 칠레나의 부탁

누가 뭐래도 2008년 30회 한인회 행사는 그런대로 알차게 보였다.

아직 본 건물이 없지만 행사후 어찌 또 다른 지인을 겁결에 따라가다보니 한인 천주교인들이 모이는 집회장소까지 가게되었다.

꽁지머리 멋쟁이 신부님의 걸찍한 입담과 교인들의 스스럼없는 환대속에 자연스럽게 게서도 뒷풀이를 하는데 현지 세뇨리따들 두어명이 동석했다.

한국문화를 알고 싶어서 한인들과 관계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예서도 또 비슷한 제안을 받았다.

“세뇰, 김범수의 <보고싶다>라는 노래 불러줄 수 있어요.”

 

 -박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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