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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칠로에 섬을 오가며-기타하나 동전한닢(6)

박우물(둘째형)

by 종이인형 꿈틀이 2010. 5. 1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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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칠로에 섬을 오가며-기타하나 동전한닢 6

 

2008.11.05 칠로에섬을 향해

 

 

 

 

 

 

 

 

불쾌한 기억을 뒤로 하고 여기까지 왔으니 뿌에르또 몽에 오면 거의 들른다는 칠로에(Chiloe) 섬으로 방향을 잡았다.

3시 20분차로 기억된다. 3500 Peso가 들었다.

Ancun(안꾼)으로 가는데 섬 출입하는 배들이 으레 그러하듯 철부선 안으로 버스가 통째로 움직이니 자리에 앉은 채 그대로 있으면 된다. 바람도 차고 하필 궂은 우중날씨에 움직여야 하니 바람마저도 차갑다.

그래도 이러한 기회를 놓칠 수 없어 밖에 나가 바닷바람을 쐬고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드디어 섬으로 도착해 재빨리 어차피 비가 와 흐린 날씨라 어정쩡히 사진만 찍고 중심Centro(센뜨로)로 1500뻬소를 내고 버스를 탔다.

날씨가 맑으면 색색히 칠해진 예쁜 집들이 제대로 빛을 발할 것 같지만 눈에 들어오는 사물이 온통 흐리니 그 정갈스런 색감있는 집들마저 죄다 우중충하게 보인다.

 

 

 

 

 

6시 20분 차. 이제 움직이는 차에서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시간이다. 시야도 흐리고.

8시에 도착하니 그곳의 자랑거리인 대성당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며 바로 터미널 뒤 공원께 위치한다. 먼저 돌아가는 표부터 샀다. 하룻밤 유숙하더라도 육지와 맞닿은 곳에서 자는 것이 나을 것 같았고 예까지 온 이유는 오로지 유서 깊다는 이곳 교회 사진 때문인 것 같다.

8시10분차가 뭍으로 나가는 막차였지만 30분께 출발하였다.

갈때는 5300페소의 버스비를 지불하였다.

 

 

 

 

 

-버스안에서 선교사와의 만남

오늘 일도 마찬가지고 선험적으로 현지인이 먼저 말을 걸어오면 움찔거리거나 은연중 경계심이 몸에 배었나보다.

“실례하지만 중국인이세요?”

“아니요, 전 꼬레아노입니다.”

인상 자체는 나쁘게 보이지 않게 말을 걸어오는 이, 그러나 먼저 말을 걸어오는 이방 나라 사람들에 대해서 쉽게 허를 보이지 않으려는 방어본능때문에 부러 무뚝뚝하게 대답하였는데 그가 어느 유인물을 내놓으면서 이게 중국어냐고 물어본다.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칠레 지방 야간버스에서 본것은 분명 한글 유인물이었다.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하였던 <웟치만 니>의 이름이 낯익게 다가온다.

“아니 이걸 어떻게?”

“한국인 선교사 분이 준 것입니다. 저도 선교사입니다.”

이리 정중하게 소개를 하고 뒤돌아서려는데 갑자기 미안해진다. 그래서 마침 내 옆이 비어 있어 앉기를 청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교지를 돌다 돌아가는 길이라면서 오늘 저녁 예약이 안돼 있다면 자신의 집에서 유하라 한다.

딱히 어디 정한 것도 아니고 시내로 들어가는 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마뜩찮은 판이라 저어하다가 그의 말을 좇았다.

마누엘이라 밝힌 그는 내가 주저하는 것이 전혀 가당찮다는 듯 아내에게 전화까지 미리 해놓는데 이런 급작스런 일에도 제법 익숙한듯 수화기너머로 밝은 웃음이 들려온다.

 

 

 

저녁 11시쯤 되어 길가에 있는 그의 집에 도착하다. 어느 과부가 선교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의 사저를 제공해준 곳이라 한다.

아까 내가 받은 유인물은 브라질에서 사는 한국인 목회자가 무슨 집회차 나눠줬다는 것인데 이런 어려운 내용을 어찌 현지말로 풀었는지는 내 알바 아니다.

자연스레 나를 반기는 에리카, 마누엘의 2-3살 연상 아내이다.

그곳에 기거하는 대학생과도 같이 인사를 나누고 그 밤에 허기진 배를 달래느라 곡기를 집어넣었다.

 

뜻밖에 에리카는 레슨을 하는 음악 교사 기타리스트였다. 노래는 자신이 없다고 하면서 내 여행용 기타를 잡고 가벼이 연주를 하더니 연주를 업으로 삼는 이답게 관록이 충분히 반영된다. 그러더니 이윽고 내 노래를 청한다.

판만 벌려지면 그 자리를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는 박우물이다. 에스빠뇰 노래 두어곡과 으레 빠질 수 없는 <아리랑>을 그들 앞에서 열창하였다.

 

 

 

 

 

국악기 <소금>과 <아이리시 휘슬> 나무재료로 된 <오카리나>가 신기한지 그들은 이거 저거 불어보고 흉내도 내본다.

버스에서 만난 사람들을 따라 와서 한밤의 미니 콘서트까지 갖게 되다니 이것이 특히 혼자 떠나는 여행길의 묘미가 아닐련지싶다.

음악적 영감이 좋은 초등학생 아들 하나가 있다는 데 아침에 피곤을 이기지 못해 종래 더 누리다 일어나보니 흐린 날씨탓에 몇시가 된지를 몰라 아들과는 인사를 못 나눴다.

아침을 빵으로 때우고 밖으로 나서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그런데 아무도 우산을 쓴 이가 없다. 워낙 바람이 거세니 미리 포기를 한 성 싶다.

-박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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