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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몽 항구의 황당한 상황_기타하나 동전한닢(5)

박우물(둘째형)

by 종이인형 꿈틀이 2010. 5. 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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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몽 항구의 황당한 상황 -기타하나 동전한닢 5

 

남쪽 대표적인 명소인 몽 항구(Puerto Montt)저녁 차를 타려 내려가는데 3개의 터미널이 밀집된 곳에서 사람들 발걸음이 멈춰져있다.

웬 일인가 보니 리무진 한 대가 도도히 자리를 잡고 서 있어 주목의 대상이 되어있다.

칠레 북쪽은 지나칠 정도로 많이 접했지만 남쪽 지방은 처음 방문한다.

북쪽의 황망한 사막지대에 비해-대신 북쪽은 경제적인 광물들이 다량 매장되어 있다-남쪽은 남미의 스위스라고 하니 짐짓 기대가 되지만 밤차는 밖의 풍경 감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뿌에르또 몽은 남쪽 여행의 대중교통 종점이자 새로운 출발지이기도 하다.

어쨌든지 칠레 남북에서 오는 차량과 비행기들이 산티아고에서 집결하는 것 처럼 남쪽 칠레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교통요지인 셈이다.

지도에 다 표기하기 힘들정도로 길고 긴 지도 남쪽으로 내려가는 크루즈 유람선도 모두 예서 출발하고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해 칠레 남쪽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필수 방문지인 몽 항구는 농수산물중 연어수출의 주 요지이기도 하다.

다소 칠레노들의 딱딱한 이미지가 유럽 독일을 연상시키는 것도 무리가 아니게 독일 이주자들, 특히 칠레 Puerto Montt(몽 항구)에 독일인 집단촌이 많다고 한다.

물론 남쪽은 스페인군도 어쩔 수 없었던 용맹스런 원주민 마푸체족 본거지이지만 어느 곳에서나 원주민들이 이제 객으로 전락한 현상은 칠레에서도 예외 아니다.

 

 

남쪽으로 가는 버스 티켓을 끊고 오르면서 옆자리 동행자가 누구냐가 항상 신경쓰이는 터라 힐끗 눈여겨 보니 그런대로 맘씨가 좋아보이는 중년 아저씨다.

하지만 입냄새가 심해 더 이상의 대화는 부담스러워 부러 말을 걸지 않았다.

아침녘, 저렴하고 적당한 숙소를 물어보자 아저씨는 무척 많다라면서 엉뚱하게 가이드를 소개해줄게라는 선심응답을 한다.

무슨 가이드는 가이드, 지금껏 혼자 다녔는데.

그런데 기존에 해왔던 방식과 다른 마음이 설핏 든다.

교민회 공연 후 받은 칠레 Peso가 다소 있었고 무엇보다 짧은 시간내에 돌아보려면 나중 책자 자료를 위해서도 한번쯤 안내를 받아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중년은 자신과 같이 건축디자인 일을 하는 동료인데 부업으로 가이드를 하는 믿을만한 사람임을 강조한다.

내 의향은 이제 안중에도 없이 어딘가에 전화를 하던 그는 가이드비도 하루 20달러인데 가격도 그만하면 괜찮을 거라며 열심히 혼자서 내 관련 업무 처리를 한다.

“세뇰, 당신 여행사 사람인가요?”

그의 과잉친절에 그예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묻자 그는 씩 웃으며 아까 말했듯이 건축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지역인으로 이국 여행자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까해 그리 설레발친다고 부연한다.

 

 

Puerto Montt(뿌에르또 몽)터미널에 내리자 이러저러한 호객꾼들이 몰려온다.

국제, 국내 버스티켓을 팔려는 사람, 숙소관련자, 여행사 등등...

그는 다른 이들이 호객을 하는 것을 부드러이 제지하면서 바깥 차량접근이 용이한 곳으로 나를 인도한 후 자신은 업무에 복귀하여야 하니 이쪽에서 5분만 기다리면 가이드 세뇨리따가 올 거라고 한다.

5분은 무슨, 반시간이 얼추 넘어서자 내가 왜 안하던 짓으로 가이드를 대동하려 하는 생각이 들어 마악 숙소를 찾아 움직이려는 찰나에 차 한 대가 빵빵대더니 거기에서 급하게 한 여성이 손을 흔들면서 ‘Mr Park’을 외친다.

아까 들었던 정보와 일치한가 싶어 가이드비는 얼마냐 했더니 시간은 이미 반나절이 넘었는데 25불을 부른다.

여성은 통상 내 이름을 물어올 때는 영어발음이 유창하여 지레 긴장이 될 정도였는데 간단히 안부 물어오는 정도의 영어수준 이상은 아니었고 이젠 나도 에스빠뇰이 더 친근해져가는 때라 어줍잖은 스페인어로 대화를 해갔다.

하필 내가 온 때가 우기철인지 청명한 하늘이나 바닷물색은 포기하여할 판이다.

Chiloe(칠로에)섬을 갈 수 있냐고 물어보면서도 아무래도 같이 온 택시가 맘에 걸린다.

시간도 어중간한데다 택시로 움직이면 가격도 만만치 않을 성 싶고, 사실 여행지에서 말이 아다르고 어다른 경우 한 두번이 아니었으니 그냥 혼자서 다녔어야 하는데 이미 이들과 조우를 했으니-약속시간보다 몇 배 늦었지만-그도 박절하게 대하지 못하는 소심 예의파 동양인은 숙소를 먼저 찾자면서도 내심 불안해진다.

걸어서나 차로가나 비슷할 터미널 조금 뒤 안쪽으로 택시는 향한다.

Chiloe(칠로에)섬을 갈 것인가 어쩔까 하다 오늘은 시간이 늦었다고 하고 나 혼자만을 위해 따로 택시가 움직일 필요는 없어 기사를 보낸 후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그 유명하다는 칠레해산물 시장으로 허기를 떼우기 위해 방문하였다.

 

 

여기도 호객행위 만만치 않다.

얼핏 둘러봐도 손님보다 식당 종사자들이 더 많아보였으니 그럴 법도 하다.

거기에서 동양인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분이 영어로 어디에서 왔느냐고 관심을 보인다.

투박하게 생긴 외형과는 달리 외항선 선장 출신이라 당연히 영어를 유창히 한다.

그의 관심에 대한 답례 겸 이왕 몽 항구에 왔으니 가지고 다니는 기타를 안 꺼낼 수 없다.

우루과이 그룹 <Los Iracundos>이 불러 라틴에서는 익숙한 곡 '뿌에르또 몽‘ 노래를 불러주니 식당주인은 물론 근처에 손님이 없어 파리 날리던 이웃 주인들까지 고개를 기웃거리며 꼬레아노의 노래에 감사를 표한다.

관광지 방문은 제대로 돌지도 못하고 거기 외곽 해산물시장부터 걸어오면서 살펴보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시내 안내소에 들러 지도를 얻는데 거기 담당자는 내 가이드가 좋은 안내자라고 추켜세운다.

지금 날씨가 흐리지만 이틀을 예정하고 왔던 일본인 청년이 이 항구도시에서 무려 4개월을 예정에도 없이 더 보냈다며 고향 자랑도 잊지않고.

날씨가 흐려 평소보다 훨씬 밤이 일찍 찾아온 것 같다.

이쪽에서 첫날은 거의 이렇게 가나.

거기서 헤어졌어야 하는데 난 내일 제대로 일정을 칠로에 섬을 가기로 하고 그니와 헤어지려하자 가까운 거리라며 그니는 숙소까지 날 바래다준다.

사실 왜 그리 둔했는지.

원래 일이 끝나면-오늘 대화상대가 되었건 가이드를 하였건-바로 일당을 주었어야 하는데 그니는 인사를 하고 5분도 안되어 다시 방문을 두드린다.

“미스타 박, 집에 가야 하는데 교통비 주면 안될까?”

“어, 그래. 난 내일 일률적으로 계산하려고 했지.”

그 상황이 되자 그니도 나도 원래 약속한 액수를 말하지 못하고 서로 머뭇거린다.

그니 입장으로서는 점심 저녁을 다 얻어먹고 실질적인 가이드 역할은 못해선지 약 15달러정도를 부른 것 같고 난 일단 내일 11시에 만나기로 다시 확인을 하면서 일단 교통비 명목으로 약속한 20달러를 준 것 같다.

 

 

 

 

 

 

 

 

아침에 미국 대통령으로 오바마가 당선되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마르틴 루터 킹 목사가 그리도 원하였고 그의 연설과 신념의 원형 모델인 아브라함 링컨이 동족상잔의 상황까지 가면서 지키고자 하였던 흑인 인권의 결정체인 미 합중국 첫 흑인대통령의 탄생을 칠레 항구도시에서 지켜볼 줄이야.

 

 

그건 그렇고 11시가 아니라 오늘은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데 그니가 보일 생각을 안한다.

무작정 기다리다 안되겠다 싶어 전화를 거니 내 목소리가 전달되는 가 싶자 바로 전화가 끊어져 재차 시도했지만 전화를 안 받는다.

비도 오는 우중날씨가 밖 출입이 쉽지 않았지만 마냥 이렇게 Latina(라틴 여성)를 기다릴 수 없어 오후 2시경엔가 짐을 싸가지고 나섰다.

그러나 일순간 여기에서 있었던 모든 좋은 인상들이 송두리째 뒤집혀지는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까부터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세노리따는 내가 계산을 하겠다고 하자 어제 하룻밤 숙박비를 계산하려 하는데 전혀 생각지도 않은 말을 한다.

“세뇰, 이거는 계산이 틀립니다. 더 내셔야 하는데요.”

엥, 무슨 소리지. 분명히 하룻밤은 저렇게 가격표에 적혀져있는데 하면서 따지자 의외의 대답으로 어젯밤 여기 칠레 여자친구와 부부용을 사용했으니 2인 침실값을 계산하라는 것이다.

어제 가이드가 두 번 내 방을 들락거렸지만 계산상 잠깐 들른 것이고 다 합해봤자 10여분이나 채 되지 않았다 항변했지만 주인 여자가 지시를 하고 갔는데 어제 CCTV에 분명 들어간 것만 찍혀있지 재차 나가는 기록은 없으니 분명 한 방에서 동침을 한것이라는 식으로 몰아간다.

어차피 내가 하는 에스빠뇰이 이런 상황에서는 거의 도움이 안되겠지만 카메라 테잎을 보자하니 그 기록테잎은 없다는 식으로 나간다. 그러면 주인아주머니와 통화하겠다고 하니 이제는 주인 연락처를 모른다고 한다.

어젯밤 근무를 안해서 자신은 지시받은 대로 한다고만 말하지만 그 말도 거짓이다.

전날 밤, 내가 가이드와 들어설때 분명 카운터는 지금 나와 언쟁하는 세뇨리따는 아니었지만 2층을 오르면서 그니를 보았는데 자신은 저녁에 근무를 안해 지시받은 대로만 하겠다는 것이다.

그때서야 퍼뜩 짚히는 게 있어서 물어보았다.

“혹시 어제 가이드 여기와 잘 아는 사이 아냐?”

“나는 그 사람 몰라요. 그리고 우리 주인도 그 사람과 모르는 사이예요. 그 세뇨리따는 어제 처음 우리 집을 찾았다구요.”

하룻밤을 더 묵으려고 하였던 나는 기분이 완전 잡쳐버려 지금 떠날꺼다 선언하면서 2층으로 올라와 아무런 미련없이 기타와 가방을 들고 나섰다.

어제 마주치고 아침에 전화를 하러 오갈 때 인사를 나눌때만 해도 상냥하던 아가씨는-주인 딸 같은 느낌도 풍기고-사안이 사안이니 만큼 표정을 제대로 바뀌어 나와 언쟁을 하더니 가방을 가지고 내려오자 뒤로 살짝 물러선다.

“오케이, 내가 하룻밤 잔 것만 계산하면 되니까 여기.”

카운터의 세뇨리따는 자신보다 훨씬 큰 동양인의 화난 표정에 눌렀는지 어젯밤 2인 값은 더 이상 요구하지 않고 새로운 지불방식을 고집한다.

“시간 초과 되었으니 오늘 하루 숙소값 더 내세요.”

내가 지불하려 내놓은 돈에는 어젯밤 개인 숙소비와 2시간여 초과한 금액을 따로 계산했지만 초과요금이 아니라 아예 그니는 이틀분을 요구하면서도 단 둘이 있다는 사실에 그 처자는 겁에 질린 뒷걸음질로 카운터 안으로 쑥 들어간다.

“No. Quiero(싫어)"

나는 단 한마디로 빽 소리를 질러대고 출입문으로 나가려는데 알고보니 여자가 카운터로 들어간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안에서 잠궈봐야 소용도 없을텐데 내가 나가지 못하게 할 요량으로 문을 걸고는 급히 몸을 피한 것이었다.

한번 눈을 마주쳐 째려본 후 문을 열고 무슨 악당들 소굴을 탈출하는 양 숙소를 벗어나 급하게 발걸음을 딛었다.

 

 

사진이라도 찍어 블랙리스트로 올릴까 했지만 유감스레 그때는 화가 주체할 수 없이 치밀어 오르기도 했고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자 하는 생각뿐이었다.

혹여 어깨들이라도 나온다면 아무리 공권력 시스템이 잘 된 나라라 해도 지금 당장 나를 구제할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데.

거기에다 아무리 요령껏 전달한다 해도 그래봤자 말도 잘 안통하는 외지 이방인 신분인데.

굳이 자랑할 거리도 못되지만 아직까지 개인의 신념상 性(성)을 돈주고 사본 일이 없다.

사람일이라 장담 못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렇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런데 다른 일도 아니고 이런 황당한 상황에 처해 얼마 안되는 돈이라도 뺏길뻔한 것은 물론 내 스스로가 그런 파렴치범 상황을 자초한 것 같아 얼굴도 화끈거린다.

 

사람이 평소 안 하던 짓을 하면 꼭 사단이 난다고 했던가.

무슨 카리브국가 아이티 빈민지대를 들어가는 보디가드 가이드를 기용한 것도 아닌데 제대로 궁지에 몰릴뻔 했구나 생각되니 좀체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전화로 가이드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어차피 아까처럼 전화 안 받을 거 뻔하고 지금 이 상황에 뭐 따져서 어쩌란 말인가.

-박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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