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에 텃밭에 병아리 십여 마리를 입식했다.
이미 기존의 큰 닭들이 우리에서 수탉 한 마리를 위시하여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상태이다.
넓은 공간이기에 그냥 자연스럽게 적응하라고 풀어놓았다.
닭들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유난히 텃세가 심하였다.
새로 온 병아리들이 모이를 먹으려면 사정없이 쪼아대며 약한 자는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잔인성과 왕따 시키는 못된 성질을 가지고 있다.
큰 닭들에 치어 모이를 먹지 못할까봐 따로 모이통을 놔두면 자기 모이가 충분히 있어도 그 자리를 놔두고 병아리들을 쫒아내고 얼씬도 못하게 한다.
그런 중에도 요령껏 틈새를 노리며 겨우 겨우 현실에 적응해가는 병아리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영양분이 부족한 녀석들은 약하여 죽고 또 주인의 뱃속으로 영양분이 된 사명을 감당한 병아리들이 하나 둘 없어지더니 이제 수탉과 암탉 한 마리만 남아 있었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이제는 큰 닭이 되어 수탉의 눌림도 받고 알도 낳는 제 몫을 감당했다. 기존의 암탉을 포함해서 6마리이고 수탉은 두 마리가 된 것이다.
나중에 자란 수탉은 선배 수탉 모르게 암탉하고 짝짓기 하면 금새 선배 닭이 쫓아와서 남의 아내를 차지 하냐며 공격한다. 하지만 먼 거리에서 달려오는 순간에 상황은 이미 끝나버린다.
수탉 한 마리가 감당할 숫자도 부족한 현실에서 두 수탉이 살고 있으니 늘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팽배해 있었다. 수탉 한 마리가 목청껏 “꼬끼오~”를 하면 다른 수탉도 이에 질세라 소리를 내면 장단을 맞추며 경쟁적으로 자기의 힘을 자랑한다.
그런 중에 드디어 왕위 쟁탈전이 벌어졌다. 병아리부터 자란 수탉이 도전을 한 것이다.
목털을 잔뜩 세우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뾰족한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으로 점프하면서 머리를 쪼아대는 그 싸움광경은 혼자 보기 아까울정도의 흥미진진하다.
처음에는 막상막하더니 결국 기존의 수탉이 도망을 간다.
젊은 수탉은 그동안 수없이 당한 서러움을 보복하듯 항복했어도 계속 공격한다.
그러다 조금 쉬고 나서 다시 결투를 벌인다.
암탉들은 이리저리 피하면서 그저 구경만하고 있다. 몇 번의 싸움이 있었지만 이미 선배 수탉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나중에는 구석에 머리를 처박고 엉덩이만 내놓고 완전패배를 시인하며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
그때서야 필자가 따로 만들어놓은 우리에 옮겨다 놓았다. 이대로 놔두면 곧 죽을 것 같다.
이미 그 위용을 자랑한 벼슬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사람 손에 잡혔어도 반항할 기운도 없이 탈진된 상태이다. 이제 새로 왕이 된 젊은 수탉은 승리의 포효를 마음껏 내짖는다.
이에 반해 패배한 수탉은 그리도 자주 하는 소리를 며칠 지난 지금까지도 벙어리 상태로 있다.
새벽이면 어김없이 두 수탉의 울음소리가 조화를 이루더니 이제는 한 마리의 소리만 들리는 것이다.
강한자만 살아남고 암탉은 차지하는 엄격한 ‘약육강식’의 세계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기업들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곳곳의 경쟁에서 낙오된 자의 실패자의 탄식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은 다시 기회는 주어진다. 오늘의 실패가 내일은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다.
바닥까지 내려간 사람은 더 이상 두려울 것도 잃을 것도 없기에 다시 일어선다면 더 강한 자가 될 것이다.
젊은 수탉은 병아리 때부터 끈질기게 살아온 과정을 겪은 닭이었다.
그야말로 제일 밑바닥에서 올라온 수탉이기에 강할 수밖에 없었다.
전염병에 강한 사람은 그 병을 안 걸린 사람보다 이미 감염이 됐지만 이기고 나은 사람이다.
면역성이 있어 다음에 실제 병이 와도 능히 정복할 수 있다.
부모 복이 없고 행운이 없다고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가장 밑바닥이 가장 안전한 자리이기도 한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도전하는 사람이 아름답다. 과정 과정이 삶의 맛이 아니겠는가?
바닥에 살아도 하늘을 바라본다는 말이 있듯이 기초부터 시작하여 벽돌 하나하나를 쌓듯이 우리의 인생을 건축하는 그 자체가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인생이리라 생각한다.
-활뫼지기 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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