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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덩어리 헌금

활뫼지기(큰형)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2. 1. 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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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덩어리 헌금 *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려고 강단에 올라서니 돈을 덩어리(?) 채 올려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교회 유일한 청년인 김00 형제의 헌금입니다.
평소에도 가끔씩 올리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들기가 힘들 정도로 덩어리 채 올려진 것입니다.
이렇게 무거운 돈을 들기는 난생 처음입니다.

그를 처음 만난 때는 이곳 궁산에 와서 집집마다 인사 겸 전도하려 방문했을 때입니다.
이번에 교회로 온 전도사라고 소개한 후 복음을 제시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말 붙이기도 무안하게 딱 잘라 말했습니다.
"나는 예수 안 믿어요. 교회에 놀러는 갈 수 있죠!"
더 이상 상대 않겠다는 듯 돌아서는 그에게 무안을 느낀 그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얼마가 지난 후, 전주에서 고창 가는 시외버스를 타서 앉아있었는데 그 청년이 차에 올라탔습니다.
마침 내자리가 비어있어서 그는 내 옆에 앉게 되었습니다.
저는 하나님이 전도할 기회를 주신걸로 생각하고 무슨 말부터 꺼낼까 하고 열심히 궁리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옆자리가 나자마자 그 자리로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동네에 청년들이 귀하기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기회를 보던 저로서는 참 아쉬웠습니다.
그로부터 일년이 지난 어느 날,
그 청년이 교통사고로 전북대학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면 소재지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기사인데, 음주운전을 하다가 선운산 근방에서 논으로 굴러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옆에 탔던 사람은 아무런 상처도 없었는데,
그 청년만 크게 다쳐서 뇌수술을 하였고 보름 동안이나 무의식 상태로 있었습니다.
저는 동네사람들과 함께 교회차로 병문안을 가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이 청년을 살게 해 주시고, 이 일을 계기로 주님을 믿게 해 달라는 기도였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지난 후 그 청년은 퇴원하게 되었는데, 이마가 움뿍 들어간 모습으로,
그리고 언어와 보행하는 것이 어눌하고 부자연스런 모습으로 교회에 나오는 것입니다.
입원하는 중 병원선교하는 여 집사님들의 전도를 받고 주님을 영접했고,
그 여 집사님들이 이 곳 까지 오셔서 교회로 인도 했던 것입니다.
그 집사님들의 헌신과 사랑의 열매인 것입니다.

그 청년이 이제는 제일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며 이제는직분까지 맡아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지체장애 3급이고 날마다 읍내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지만
늘 주님을 사모하며 순수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회에 행사가 있으면 목사님들을 대접한다고 저수지의 배수구 속에 들어가 민물새우를 잡아오곤 합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이 저에게 어렸을 때부터 새우 잡는 달란트를 주셔서 이렇게 목사님들을 대접할 수 있게 되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잡아 온 새우를 고맙게 받지만 불편한 몸으로 새우를 잡기 위하여 물속을 더듬는 모습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에 말리곤 합니다.
그러면 그는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한다고 말하며 기뻐합니다.

가끔 그와 버스 안에서 처음 만난 날을 얘기하면 그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말합니다.
아직 믿지 않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특별한 직업을 가질 수 없는 그를 도울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다만 기도를 해줄 뿐입니다.
그가 병원에 오고가며 생긴 동전을 제일 커다란 돼지저금통에 넣었는데 가득 차자 이렇게 드린 것입니다.
교회를 건축할 때, 몸으로 봉사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동전이라도 열심히 모아서 드린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동전을 넣을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해요. 우리 교회를 건축하면서 부채가 생겼는데, 다만 벽돌 한 장 값이라도 갚을수 있기를 바랍니다 라고요."
그리고 "오백 원 짜리는 하나도 없을 거예요. 아직 물질이 없어서...."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그 정성과 마음이 하나님께 열납되기를 기도하며 흐뭇한 송구영신 예배를 마치고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활뫼지기 박종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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