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교회의 성탄절
시골교회에서 자라난 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추억에 남는 교회행사는 성탄절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기회가 자주 없는 어린이들도 이때만큼은 저마다 순서를 맡아서 하기 때문에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게 됩니다.
성탄전야는 온 밤을 새우고 새벽에는 흩어져 있는 성도들의 집을 찾아가서 새벽송을 합니다.
옛날에는 눈도 참 많이 왔었습니다.
쌓인 눈이 무릎까지 차지만 끝까지 맡은 구역에 임무를 완수 했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러다 정작 성탄예배는 잠에 빠져 지각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성탄절이 다가와도 주일학생들에게 예전처럼 다양한 행사를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젊은이가 없고 가르칠만한 교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단 한사람만 있어도 하는데......
그렇지만 성탄예배 때 전체가 참여해서 찬송하는 순서를 가졌고, 대신 선물을 주기로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쪽지에다 자기가 갖고 싶어하는 선물을 무엇이든지 적어 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너무 큰 것을 요구하면 어떡하지 하는 염려가 슬며시 들었습니다.
그러나 쪽지를 열어보니 순박한 시골아이들답게 그 내용들이 고만고만합니다.
서진이는 종합장, 종윤이는 색종이, 현정이는 토끼인형과 수첩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초등학교 일 학년생들입니다.
다음으로 용진이와 지원이 철호는 좀 컸다고 게임 CD를 원하였고, 진희는 다이제스트, 윤희는 재미있는 책, 미리내는 필통을 요구했습니다.
새벽에는 성도가정마다 새벽송을 돌았습니다.
이번에는 주일학생들도 다 참여하여 모두들 신나서 서로들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주님께 감사드렸습니다.
가정마다 새벽송을 돌면 어린이들에게 줄 선물을 갖고 나오며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올해는 교회에서 성도님 가정과 마을에 나홀로(?) 사는 할머니들에게도 유자청을 한 병씩 돌렸습니다.
이 유자청은 우리 교회와 비슷한 농어촌교회에서 무농약으로 재배된 유자를 할머니들이 손으로 직접 썰어서 만든(거제도 해금강 영광교회) 것입니다.
가격은 시중보다 비싸지만 좋은 것의 가치를 알아주는 의미로 이 선물로 정했던 것입니다.
오십여 가구되는 마을에 홀로 사는 노인들이 아홉 분이나 됩니다.
아침에 유자를 전달하면서 점심에 떡국 잡수러 오시라고 초청했습니다.
동네에 호젓하게 사시는 부안댁 할머니에게 선물을 주었더니, 호주머니를 뒤적이며 돌아서는 저에게 멈추라고 합니다.
저는 돈을 주는 것이라 여겨 말했습니다.
“할머니! 이건 할머니만 드린 것이 아닙니다. 그냥 받아주십시오.”
“아!... 거기 있어 봐라?”.
하시면서 거듭 사양하는 저에게 그 분은 위협적인(?)말을 합니다.
“나! 그러믄 떡국 먹으려 안가불랑께?”.
이 말에 할 수없이 받고서 다시금 오시라고 권했습니다.
그 할머니는 예배 중간에 살짝 들어오셨습니다. 처음으로 인사조로 예배에 참여해준(?)것입니다.
예배 마치고 아이들에게 원하였던 선물과 새벽송에 거둬드린 선물을 나눠주었더니 폴짝 뛰면서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온 성도들과 동네 어른들을 모시고 교회당에서 떡국 잔치를 벌였습니다.
음식솜씨가 좋다고 소문난 집사님들이 맛있게 끓인 떡국을 어떤 분은 세 그릇도 드셨습니다.
봉사하는 성도님들도 신나서 식혜도 대접하고 과일도 드렸습니다.
그리고 교회당의 이모저모를 둘러보며 밖에서 본 것과 다른 볼거리에 놀라와 했습니다.
시골교회는 이런 행사를 통하여 마음을 여는데 효과적이라 봅니다.
어느 성탄절보다도 더 풍성하고 즐겁고 따뜻한 성탄절이 되었습니다.
-할뫼지기- 박종훈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