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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이 이야기

활뫼지기(큰형)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1. 12. 1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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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진이 이야기 *

올해 초등학교 일 학년에 다니는 일곱 살인 서진이가 학교를 갔다와서 저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아빠, 우리 몸 어디에 자가 있어?".
"엉! 그게 무슨 소리야?"

내용을 알고 보니 이런 이야기입니다.
작년에 마을 앞길을 아스팔트로 깔끔하게 포장했습니다.
누가 타던 롤라스케이트를 때맞추어 주어서 서진이는 틈만 나면 타고 다녔습니다.
녀석은 이날도 신나게 굴리고 다녔었고, 만나는 사람마다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였죠.
그 모습을 본 동네 어른들은 대견하게 보면서도 넘어질까 불안했나 봅니다.
사실 그분들은 한번도 타보지 않은 스포츠용품이기에 위태위태 보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서진이가 인사할 때마다 응답해주는 맘으로 한결같은 말을 한 것입니다.
"애야, 자빠진다. 조심해라".
이 말을 들은 서진이는 우리 몸에 자(?)가 있어서 빠저 나가는 줄로 알았고 궁금해 했던 것입니다.

서진이는 이곳 궁산에 와서 잉태한 아이였습니다.
위로 누나와 형도 있어 저희는 잉태할 줄은 전혀 생각못했었습니다.
더구나 서진이 엄마가 삼십대 후반이고, 정상적인 몸이 아닌 지체장애를 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쪽 집안 어른들은 이 소식을 알고 산모의 몸을 염려하여 낙태하라는 말까지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결코 그럴 수 없는 일임을 저는 압니다.
사람의 생명은 하나님의 주권에 달려 있는 것이지 사람이 임의로 낳고 안 낳고 할 수가 없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세 아이를 키우며 더욱 몸으로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아이를 못 가질 수도 있음을 각오하고 혼례를 치루며 진심으로 하나님께 기도 드렸습니다.
누가 뭐라든 자녀에 대한 모든 것은 주님의 뜻대로 맡기기로.......
흔히 말하는 가족계획을 주님께 의탁한 것입니다.

십 여 년이 지난 지금은 삼 남매를 주셔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농촌지역이라 놀만한 친구들이 없지만 셋이 있기에 외로움 모르고 커가고 있습니다.
현재의 흙집을 짓기 전, 기존 가옥은 높은 마루와 토방이 있는 집이었습니다.
이사와서 갓 돌이 지난 미리내(딸)는 일곱 번이나 마루에서 토방을 거쳐 마당으로 굴러 떨어졌고, 서진이는 무려 열다섯 번이나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마루에서 떨어져서 마당에서 울고 있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다시는 추락하지 않도록 마루 기둥에 가로 장도 만들고, 노끈으로 줄을 쳐 놓았지만 조그만 체구라 순간적으로 빠져(?) 떨어집니다.
다행히도 크게 다치지는 안했지만 마지막에 서진이는 이마가 찢겨져 네 바늘이나 꿰메었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집도 없어졌고 아이들은 기억도 못하고 건강히 잘 자라고 있는 것을 보면서 주님께 감사를 드린답니다

막내인 서진이는 종종 우리를 웃게 만듭니다.
유치원에 다닐 때 그가 받아온 상장의 내용은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 창의상 *
반.이름 박 서진
항상 새롭고 신기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는 박서진에게 이 상을 줍니다.
남들이 미쳐 생각지 못한 독특한 생각과 기발한 행동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놀라움을 안겨주기 바랍니다.
2001년 2월 14일
심원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김 영 안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우리 어른들이 미쳐 생각지 못한 말과 생각을 드러내어 웃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서진이는 글씨를 쓸 때는 꼭 왼손으로 쓰면서 아래서 위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씁니다.
아무리 가르쳐줘도 잘 안됩니다.
이제는 저 하는대로 놔둡니다.

저는 가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세상에 어린아이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옛날과 달리 지금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양육비가 갈수록 늘어가는 바람에 적게 낳고, 때로는 자식을 기피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성경은 외양간에 소가 없으면 깨끗하지만 그로 인한 많은 유익도 없다고 표현합니다.

동네에 늙으신 부모님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객지에 나가있는 자녀들이 부모님들을 위하여 효도하는 모습들을 보고 듣게 됩니다.
어떤집은 자가용을 사주기도 하고, 또 다른 집들은 온갖 가전제품들을 경쟁적으로 시골에 들여 놔주곤 합니다.
작년에는 옥장판 바람이 불더니 올해는 너도나도 김치냉장고 선물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들을 키울 때는 많이 힘들고, 희생만이 요구되었지만 지금은 보람을 누리며 사는 모습들을 봅니다.

가정이나, 교회나, 사회나, 국가도 사람을 올바로 키우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옛날 어른들이 하는 말씀들이 생각납니다.
아이가 새로 태어나면 '저 먹을 것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어린이가 높은데서 떨어지면 '천사가 받아 준다....라는 말이.


-전북 고창에서 활뫼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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