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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한 마리 먹고 싶다

활뫼지기(큰형)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8. 3. 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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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한 마리 폭 고아 먹고 싶다”

어제 아내가 빨래를 같이 널면서 하는 말이다.
텃밭에 탐스런 닭들이 노닐고 있지만  막상 식구끼리 잡아먹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특별한 손님이 온다든가 교회 절기 행사 때는 같이 맛을 보지만 그 때는 그야말로 맛만 겨우 보는 형편이다.
아내의 말에 “ 까짓것 잡아먹지 뭐?”
했지만 실제 잡기는 어렵다.


우선 지금 봄이라서 겨우내 움츠렸다가 이제 통통한 알을 제법 낳은 중이고, 또 잡으려면 번거로운 절차를 걸쳐야 하기 때문에 망설이다가 그만 잊어버리기가 일쑤이다.

이번에도 그냥 잊어버리고 하루가 지나갔다.
아침에 닭들이 평화롭게 사는 울타리 너머 밭에서 마늘밭을 메고 있었다.
갑자기 ‘퍼드덕’하는 소리가 나면서 금방까지도 멀쩡하던 닭이 뒤로 발랑 넘어지는 것이 아닌가?
다른 닭들도 놀래면서도 뭐 먹을 것이 없냐는 듯 달려와서 서성거린다.
그러더니 채 일분도 안 되어 그냥 죽어버린다.


지금까지 십 여 년을 키워봤지만 이런 급살(急煞)은 처음이다.
나름대로 추측을 해보니 아침에 물이 얼어 녹으면 주려고 아직 물을 공급하지 않았었다.

그런데다 사료로 쌀 싸래기를 주었는데 아마 급체(急滯)한 것 같다.
평소 병으로 죽은 것은 땅에다 묻어 주었다.  
이번에는 갑자기 죽은 것이라서 삼계탕으로 요리를 해서 온 식구들이 맛있게 먹었다.
생각해보니 아내의 어제 한 말이 씨가 되어 실제로 먹게 된 것이다.

하나님이 많은 자녀들의 기도를 들으시고 경우에 따라 응답을 빨리 하는 것과 더디 응답하는 것이 있다. 아내를 지금까지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은, 먹을 것을 지나가는 말로만 해도 그 다음날 응답되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과일을 먹고 싶으면 과일을, 떡을 요구하면 바로 떡이 희한하게 생기는 것이다.


이번에도 닭고기가 먹고 싶다는 기도가 응답된 것 같다.
남편은 말로만 하고 지나갈 것 같으니까 그 닭이 스스로 거룩한(?)사명을 다 한 것이라 여긴다.
개인적이지만 하나님의 자녀마다 어떤 특별한 경우는 잘 응답 되는 것 한 가지는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이 또 한 은사로 주신 것 같다.


필자에게는 날씨에 대한 기도는 잘 응답해주신다.
아마 농촌목회자로 부름 받았음을 확신시켜주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다음에도 아내의 닭 먹고 싶다는  말이 나오면 바로 실천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또 어떤 방법으로 닭이 죽을지 모르니까?


활뫼지기 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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