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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무엇을 먹을까 염려하지 말라했지만....(peru report)-박우물

박우물(둘째형)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6. 9. 2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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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글은 박종호 대표님이 레일아트 홈페이지에 남기신 글입니다.
카페에 글쓰기가 안되신다며 옮겨달라시기에 옮깁니다.

무엇을 먹을까 염려하지 말라했지만....

페루로 언어연수를 떠난다고 하자 모두들 제일 먼저 하는 걱정은 역시 음식에 대한 걱정이었다.
물론 어떻게 보았는지 차경찬 음악감독(뮤지컬 작곡가)은 날보고 하긴 무어나 잘먹는 사람이니까 하며 말꼬리를 흐린다.

로마가 아닌 어느 곳이라 하더라도 그곳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 이방인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처음에는 입에 안 맞아도 현지적응차 무엇이든지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이것저것 시도도 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내 짝꿍이 사준 신라면 1박스와 시어터지겠지만 한국 생각하며 먹으라고 사준 봉지 김치는 채 한달이 못갔다.
아끼고 아끼며 먹던 라면은 우리가 먹은 것 보다 초대를 받았을 때 사용용도로 써 금세 소비가 된 것 같다.
다행인 것은 집에서 싸준 고추장이 잘하면 올 연말까지는 우리 식단을 지킬 것 같다.
이제는 고추장 공수도 영국 공항에서 붙잡힌 액체폭탄 테러 기도에 손님들이 가져오기도 어려워졌지만 말이다.

페루의 음식 특징을 몇가지 살펴보면 우선 엄청난 대식을 권장한다는 점이다.
물론 아침에는 간단히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점심과 저녁은 먼저 스푸가 나오고 후에 2차 메인이 나오는데 우리가 양식집에서 생각하는 스푸가 아니다.
그 스푸만으로도 충분히 한끼가 해결되도록 양이 과다하고 국물과 건더기들이 많아서 다음 음식이 부담스러울 정도이다.
밥을 남기는 것은 죄로 알아서 군대에서도 무식하게 다 먹어치웠는데 여기는 양이 많은데다 후 불면 날라가는 쌀이라서 거의 밥은 남기고 있다.
밥힘으로 버틴다는 것은 내 경우 페루에서는 일단 통하지 않았다.
우리 진기있는 찰진 밥에 길들여졌다가 소위 안남미 같은 이곳 쌀에 적응이 안되어서다.

무엇보다 식후 물을 한바가지는 들이켜야 한다는 경험자들의 이야기와 맞아 떨어지는 죄다 짠 음식은 어거지로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우걱우걱 어 넣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했던 것 같다.
안되는 말로 소금은 적게 넣어달라고 해도 그들이 생각하는 적정양이 우리 기준과 달라서인지 부탁과는 달리 여전히 소금 투성이다. 하다못해 밥에까지 소금칠을 하니 당연히 밥을 남길 수 밖에.

어느정도 육식은 활동력을 보장한다지만 여기 음식들은 또 거의 육식류로 한정이 되어있다.
닭고기 전문점이 즐비하고 밥이나 그나마 여기에서 즐겨먹는 모든 면종류에도 쇠고기들이 들어가있다.
이웃 나라인 아르헨티나가 묵축업이 발달되어 싸게 육류들이 공급되는 탓이라나.

그런데 이런 식단에 반하는 채식주의자들을 또 생각보다 많이 만났다.
대부분은 종교인들이었는데 안식일 교인들이나 일반 개신교인들로 육식을 피하는 사람들이라 이들과 같이 있을 때는 덩달아 나도 배지터리안이 되었다.
한국여인과 결혼한 외삼춘과,또 아빠마저 한국에 가있는 아빠 이야기는 극도로 아끼는-아마 내 생각에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것 같은-안지네는 직접 채식주의자 식당을 운영하면서 우리가 사는 근처까지 매주 한번은 천연요구르트를 공급하며 다녀서 나도 단골고객이 돼있는중이다.
우리 조카 태권도 관장도 역시 신실한 신앙인이며 채식주의자라 한번씩 식사대접을 할때는 레스랑 선정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저번에 우리 레일아트와 같은 일을 하는 미국인 여자도 역시 채식주의자라 이곳에 2달동안 잠깐 살면서 언제 알아놨는지 전용점으로 안내를 한다.
거기에서 반가운 것은 그녀가 좋아하는 영락없는 우리나라 깨강정도 선물 받으면서....

페루의 대표적인 음식중에 세비체라는 것이 있다.
우리의 생선회와 다른 방식으로 시디신 즙에 절였다가 다른 야채소스와 더불어 양파와 같이 먹는 음식으로 주로 아침에만 먹는데 산도가 높아서 먹기가 힘들지만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보편화된 음식이라고 한다.
페루라는 나라는 지형적으로 매우 특이한 곳이지만 세계 어류수출국중에 손각락안에 꼽히는 나라이다.
일전에 광주에 공연을 갔다가 수퍼마켓에서 페루산 오징어를 발견하고 페루출신 음악인들에게 너네나라 음식이네 하였더니 자기는 수산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일본이나 우리처럼 살아 있는 회를 먹는 것을 어디에서는 야만적으로 본다고도 한다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매콤하고 신 초고추장에 싸 먹을 생선회가 갑자기 그리워진다.

신 음식과 달리 전통음식중에 로코또라는 맵고 크기가 피망보다 일반적으로 더 큰 홍고추가 있다. 머리를 잘라내고 그 속에 고기들을 다져 넣은 뒤 다시 뚜껑을 닫아 식식탁위에 올려놓는데 그 음식 맵기가 상당하다.
그러나 매운 맛에 길들여진 꼬레아노는 끝까지 그 고추를 남기지 않고 먹워치웠다. 여기와서 매운 음식은 못 먹겠다는 조카 것까지 해결하면서 말이다.
매운 음식의 원조라고 자부하던 멕시코 마리아치 멤버들이 한국 매운맛에 눈물콧물을 흘리면서 우리 음식을 먹던 때 어때 한국의 매운 맛을 알겠지 하면서 득의양양하던 유치한 기억을 상기하면서 말이다.

나중에 음식문화를 비교하면서 페루의 전반적인 식성이 짜고 신것에 익숙해져있고 우리 한국은 매운 맛에 많이 길들여져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니 맞다고들 한다.

고기음식을 가급적 피해도 우리나라 곱창과 같은 방식의 내장음식과 소의 심장으로 요리하는 안티꾸초는 한국인들 정서에도 제법 맞는 음식이다. 안티꾸초는 세비체와 더불어 페루 대명사 음식으로 여겨진다.
길거리에서 파는 꼬치구이형 안티꾸초도 곳곳에서 보인다.

사실 이 나라에선 사먹는 것이 집에서 해먹는 것보다 더 쌀 수도 있다고 하면 이해가 힘들 것이다.
정확히 한끼 식사에 2점 5솔에서 플러스 마이너스를 하면 충분히 해결된다.
3솔이라고 해도 채 1000원이 안된다고 보면 되는데 새로 이사한 우리 보금자리 근처는 다른 곳보다 더 싼 2솔들에 식사들이 충분한 식당 천지다.
굳이 계산하자면 650-700원이면 장년 한사람의 식사가 양껏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그렇지만 가능한대로 아침은 물론이고 혼자 있으면 모든 음식을 집에서 조리해먹고 있다.
시장에 가면 감자의 본고장답게 수없이 많은 색깔의 감자와 필리핀에서동일명으로 가모떼라 불리우는 고구마가 있어 한번씩 시장을 볼때마다 양껏 사오고 있다.
당근은 생으로도 고추장에 찍어먹지만 비교적 단단한 음식과 같이 조리할때 색깔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서라도 자주 애용한다.

양파도 흔한 곳이라 빼놓지 않는 재료인데 저번주 초대를 받은 페루 성공회(카톨릭 형식의 영국 개신교)예배에 갔다가 양파냄새가 심해 아침조리후에 비누칠을 덜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과일과 계란반숙으로만 먹었던 기억이 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구나 하고 안심을 했던 것처럼 양파는 이곳에서 김치만큼 흔히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주재료이다.

또 흔히 우리 나라 농촌에서 어릴 적 미국옥수수라고 부르는 알 굵은 옥수수는 소금물에 끓이면 휼륭한 보조식사가 된다.

물론 과일도 빼놓지 않고 사는데 원숭이 바나나로 불리는 작은 바나나가 우리집 인기과일이고 비교적 이곳에서 비싼 가격을 받는 살구, 그리고 청사과도 자주 사들이고 있다.
굵은 바나나는 조리음식에 속한다.
포도는 한국의 머루포도와 흡사한 판박이 맛이지만 당도는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 토마토보다 색깔이 훨씬 붉고 모양이 원추형인 코토마토는 과일점보다 주로 채소가게에서 팔고 있다.
과일로 먹는 것보다 조리해서 먹는 것이 더 보편적인 것 같다.

파나 피망, 계란등을 활용하여 아침 한끼를 해결하는 것이 하루 일과이고 시장보는 가격이 더 비쌀 수도 있지만 건강식으로 식단을 만들고 그나마 질리지 않는 집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조카는 역시 외식을 선호하고 또 찾아오는 손님이나 저녁 한끼 정도는 나도 나가서 해결하는 편인데 이사하기 전에는 미니공원에서 인연을 맺었던 한 식당이 동양식으로 음식을 하여 주로 그곳을 이용하였다.
현재는 일전에도 칼럼에 썼지만 내가 들어오고 본토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갑자기 3곳이나 더 생겨 집에서 가까운 집을 거의 매일 드나들고 있다.
매일 다른 종류의 음식을 시식하면서 꼭 빠지지 않는 것은 공통적으로 음식들에 해산물 또는 채소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을 시키고 있다.
짜장면은 알지도 못하고-사실 짜장면은 한국식 변형중국음식이니까-대표적인 중국음식 만두도 없어서 주문을 하니 만두는 자신이 있는지 이번주내에 시작을 할거라고 한다.
조카가 중국음식도 입에 안맞는지 만두만 찾아서 특별부탁을 한것이다.
물론 외국음식이라 조금 더 비싸고 일부 메뉴는 몇배씩 비싸지만 선택의 폭이 넓고 아직까지는 질리지 않으니 말이다.

물설고 말설고 음식설은 이곳에서 물은 계속사먹다가 이제 끓인물에 커피를 최소량으로 타서 먹거나 전통음료인 치차라는 검은색 발효 음료를 희석하여 마시고 있다.

이곳을 전달하는 것이 글로써는 한계가 있지만 아마 다음 칼럼부터는 집에 인터넷이 되어 사진도 같이 첨부가 된다면 더 생생하지 않을까 싶다.

신변 잡기적인 글들이 어쩌면 가장 현장을 잘 전달하는 수단이 아닐까 싶어서 이번에는 음식항목을 잡아보았다.

그나저나 오늘은 또 무얼 먹지라고 고민하면서 말이다.
몸무게?
물론 많이 빠진 것 같다.
원상 복귀지만 말이다.
출처 : 박우물의 7080 이야기
글쓴이 : 삐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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