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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살음살이/사는 얘기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1. 6. 2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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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인형 박종인입니다.
흐린 하늘을 보면서도 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조금 비를 맞았습니다.
장마가 시작됩니다.
대비 잘 하여서 피해가 적었으면 합니다.

이번 글은 제가 다니는 서울 '사랑의교회' 기드온이라는 공동체의 게시판에 올렸던 글인데,
제 삶의 한 모습이기에 이 칼럼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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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포 전, 6년 전에 무척이나 어렵게 들어왔던 공무원직을 정리했다.
그곳(경찰대학)은 내가 평생 있을 곳은 아니었다.
그곳의 일(조경)은 그리 까다롭지도 않고 때론 재밌기도 했다.
누가 나더러 나가라고 눈치주거나 심하게 구박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난 사직서를 썼다.

송인규교수님의 영성수련회를 통해 느끼고
주혜경박사님의 하나님사랑을 통해 느끼고
내가 다짐하던 것을 다시 다짐하게 된다.

서른넷의 나이에 고시를 준비하겠다고 직장을 그만 둘 때
주변의 사람들은 많이 걱정하며 말렸다.
하지만 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신났다.
하루 종일 공부만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드디어 그것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직장에 다녔었고,
직장을 다니며 야간에 학원을 다녔고,
신문배달을 하며 공무원시험을 준비했고,
공무원생활을 하며 독학학사학위를 취득했던 지난날들.
낮에 일하고 밤마다 도서관을 찾았지만 기술고시의 고개를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신앙생활, 직장생활, 수험생활을 다 할 수 없어서
올 봄엔 수험생활을 포기하고 정상인의 직장인처럼 생활하며
보다 신앙생활을 충실히 하지고 다짐했다.
들러리처럼 겨우 얼굴만 비치던 기드온에서도 조금씩 활동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책꽂이에 꽂힌 손때 묻은 책들을 보니
그냥 이렇게 안이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나 자신이 불만족스러웠다.
10년 후,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을 어떻게 평가할까?
지금의 내 현실보다는 10년 후의 내 평가에 의지하여 난 직장을 떠났다.
내가 준비하는 시험의 결과가 어떠하든
10년 후, 나는 지금의 내 결정을 만족해 할 것이다.

주혜경박사님이 하나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고 무엇을 할 것인가 두리번 거릴 때,
그것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었다고 했다.
그분은 당시 정치학 공부를 하고 있었고,
그 정치학을 통해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내가 품은 농업.
농업은 생명을, 환경을, 그리하여 건강한 삶과 사회를 다루는 분야이다.
기술고시에 합격하여 사무관으로서 정책을 입안하는 위치에 있든,
7급에 합격하여 중견간부로서 농정을 담당하든,
농촌지도사가 되어 농민들에게 직접 농업 기술 및 정보를 전해 주든 이것은 대단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해야 하는 것은 준비하는 것이다.
어떤 시험에 합격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 보다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주님이 가장 적절한 곳으로 보내달라고 기도하며
나름대로 준비만 하면 되는 것이다.


공부를 한다는 핑게로 자칫 주님과의 관계가 불성실해질까봐
직장을 그만 둘 때 새벽기도를 다니기로 맘먹었다.
그러나 새벽 1-2시에 잤다가 새벽기도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그래서 아예 밤을 새기로 했다.
새벽 5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새벽기도를 다녀와서 오전에 잠을 잤다.
이런 생활이 내 몸에 거부반응을 일으키기보다는 너무나 잘 적응하였다.
밤에 하는 공부가 집중도 잘 되어 더 효과적이었다.

새벽에 동네의 가까운 교회에 가면 그렇게 평안할 수가 없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지난 내 생에 함께 하셨던 하나님의 손길이
기억에 하나씩 떠오른다.

그 당시에는 불만스럽고 고통스러웠던 각각의 사건들도 돌이켜보니
다 내게 필요했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저 감사할 수밖에 없다.
무얼을 해달라고 기도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지금까지 함께 하셨듯이 앞으로도 함께 해 달라고만 기도한다.

새벽기도시간을 통해 내가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나라의 농업을 위해 주님이 쓰시고자 할 때 바로 일할 수 있도록
더욱 준비를 해야 한다는 각오를 같는다.

송인규 교수님의 말씀처럼 우리가 영적으로 충만해야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으며,
주혜경 박사님의 말씀처럼 끊임없이 하나님께 기도하며 그 인도하심을 따라 준비를 해야 한는 것이다.
새벽에 듣는 찬양, 그리고 주님의 음성은 새벽공기처럼 상쾌하고 후련하여 가슴이 탁 트인다.

-종이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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