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를 파는 입장에서는 비싼 것을 찾으니 좋기는 한데 조금 안타까워요."
10년이 넘게 거래를 하는 낙원악기점 주인은 나와 비슷한 또래이다. 그런 그가 뜸금없이 한 고객이 나가고 나서 말을 꺼낸다.
"아니, 자녀에게 음악을 시키려는 사람들이 소리를 듣고서 악기를 찾는 게 아니고 보통 질문이 똑 같으니. 이거 얼마짜리 악기냐면서 가격을 보고 악기를 사거든요. 보통 전공악기는 서민들 전셋값에 맞먹는데 그런 악기를 사면서 정작 소리는 별로 중요시 안 하니..."
"선생님, 저도 색소폰을 가지고 있는데요."
평생을 연주만 해온 전문 색소폰연주자에게 그분이 가진 악기를 부러운 듯 바라보며 말을 꺼냈더니 어느 나라 것이냐고 물어본다.
"○○제 소프라노 색소폰인데요."
"에이, 그거 악기가 아냐."
"......."
사실 그분의 지적이 일견 맞았다. 운지법대로 아무리 하여도 3옥타브 C# 이후부터는 소프라노만의 칼칼한 소리자체를 아예 못 내니 내심 나도 불만이 많기는 하다. 수리를 하였냐고? 물론 몇 번이나 하였지만 그것은 도표상에만 존재하는 음이다. 하지만 지금도 이 악기를 여건내에서는 최대한 거의 매주 반주악기로 활용하고 있다. 그나마 이것도 가장 중요한 소리의 출구인 피스만 인지도 높은 회사제품으로 교체해서 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색소폰 명기로 알려진 제품을 주인이 큰 선심을 쓰며 건네주어 직접 불어 본 적이 있다. 연주를 하다 내 악기에 비해 너무도 부드러운 소리에 스스로 감탄을 하고 있을 때 악기는 가격보다 소리가 먼저라고 강조하던 사장이 또 한마디 거든다.
"좋지요? 악기는 비싼 값을 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지금도 내가 원하는 앨토 색소폰은 그냥 희망사항이다. 일단 악기 값이 내게는 버겁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왜 클래식음악을 좋아한다면서 포크음악을 하였냐고 물어본다면 난 지금껏 대한민국에서 따로 비싼 수업료 안내고도 혼자 할 수 있는 음악쟝르가 통기타여서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클래식, 그중에서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를 독학으로 하였다는 경우는 내 주변에선 거의 접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돈 안 드는 포크음악도 통기타가 기백만원짜리가 있고 가격에 따라 운지가 훨씬 편하고 좋은 기타가 있다는 것을 우리 레일아트 통기타 팀을 보면서도 종종 느낀다.
악기가 비싼 값을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지극히 평면적인 견적을 비교해보며 그 감동의 깊이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를 따져보았다. 일단 제도권 음악전공자들이나 매니아층이 사용하는 악기들은 제외하고라도 악기의 가격과 음악이 주는 감동은 전혀 별개라는 것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것 같다.
잉카음악을 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안데스음악 광팬을 자처하는 경우를 우리 공연현장에서 자주 접한다. 우리나라의 '신명'과 '한'이 동시에 어우러지는 것처럼 밝은 듯 하면서도 웬지 모를 우수가 깃든 그들의 정서가 우리와 상통하여서 급속히 음악에 빠지는 것이라는 견해가 다분하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악기가격은 기실 10만원 안짝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전문가용 악기라고 해보았자 그 나라 전통기타인 차랑고도 중급 통기타 가격이상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의 음악을 듣고 탐닉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그 감동과 여운은 우리 상식이상이다.
너무 보편화 되어서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것이 리코더나 하모니카, 그리고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팬플륫이나 오카리나도 여전히 변방악기로 분류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이들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이 고가 악기로 연주하는 것에 비해서 그 감동이 떨어졌던가라고 재차 질문을 던지면 당연히 아니라고 주변에서 거들 것을 확신한다.
양희은의 한계령에 나오는 전주부분 리코더 듀엣연주를 기억하는가? 아니면 영화 '타이타닉'주제가에 나오는 아이리시 휘슬 음색을 잊지않고 있는가? 또 일본의 소지로가 연주하는 '황하'의 오카리나 소리에 감동을 받고 흙피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아보고자 하였는가? 리오스카가 연주하는 다이아토닉 하모니카 소리에 혼을 뺏겨본적이 있는가? 관현악단의 반주에 맞추어 리코더가 독주악기로 휼륭하게 제 몫을 다하는 광경을 본적이 있는가?
이 열거 사항중 하나라도 공감하는 사람은 결코 악기가격이 음악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있게 말할 것이다.
물론 오늘의 글 전개중 연주자에 따라 어느 악기가 빛을 발하거나 죽을 수 있다는 논리는 굳이 언급 안해도 상식이니 만큼 사족이 안되게 나중 기회가 있으면 다루기로 하자.
모두가 다 색소폰이나 올겐, 바이올린을 연주하기에는 가격이 버겁고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면 한번쯤 새해벽두부터 쉽게 싼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악기에 눈을 돌려보라권하고 싶다. 지출한 돈은 1,2만원이어도 악기를 만지며 사람들과 나누는 사이 그 감동의 수입은 몇십배의 효과들로 배가될 것이다.
국내에서 하모니카를 분다는 사람들은 거의 레일아트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농담을 몇 번씩 나누었다. 그러한 농찌거리들이 더 많아지게 작은 오카리나나 리코더, 만돌린, 우리국악기인 소금과 단소를 들고 삶의 문화현장 무대로 뛰어드는 생활음악인들의출현을 2004년 이 새해에 소박하게 꿈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