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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보

살음살이/사는 얘기

by 종이인형 꿈틀이 1999. 12. 1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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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랑방 손님!

'시골뜨기의 잠꼬대' 집주인 박종인입니다.
법화산 자락의 경찰대학은 무척 춥군요. 옷깃을 여미세요.

바보에 이어 울보, 먹보, 잠보라는 보자(字) 보물 보자기를 다 펼쳤습니다. 바보의 잠꼬대가 되었나요?
*******************


< 잠보 >

잠을 잔다. 잠을 자며 잠을 안자는 꿈을 꾼다.
잠은 게으름이므로 멀리해야 하고, 뭔가를 열심히 해야할 것같아 눈을 부릅뜨며 안 잔다.
잠이 오는데 잠을 안자니 결국에는 쓰러져 잠이 든다. 잠 속에서 잠이 드니 비로소 잠이 깬다.

문득 글을 쓰는 지금이 꿈인지 현실인지 잘 모르겠다. 꿈속의 현실일수도 있고, 꿈속의 꿈속의 현실일수도 있다.
어쩜 현실이라고 여기는 지구상에서의 삶이, 우주라는 현실의 꿈속인지도 몰라.
우리가 길다고 여기는 인생살이 100년이 일장춘몽일지도 몰라.

꿈속에 또 꿈을 꾸듯, 우리는 꿈일지도 모르는 지금의 현실에서 아옹다옹하는지도 몰라. 난 뭘 꿈꾸지?

바보처럼 해맑게 웃고싶다.
울보처럼 게우며 울고싶다.
먹보처럼 의문을 먹고싶다.
잠보처럼 꿈꾸며 자고싶다.

난 체면과 명예와 지식과 억압의 옷을 훌훌 벗어제치고 바보, 울보, 먹보, 잠보 마냥 잠꼬대를 지껄이고 싶다.

그러나 눈을 뜨니 벽에 걸린 그림, 책상 위의 문방구, 옷장의 옷이 낯익은 소품 그대로이다.
나는 또다시 밤새 벗어 두었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일상(日常)이다.

-종이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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