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산교회의 십주년 *
성남에서 이삿짐을 싣고 이곳 활뫼에 들어서서 넓은 저수지의 평화로운 물결과 막 피어나는 살구꽃을 보면서 짐을 내린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강산도 변한다는 십 년이 되었다.
빈집인 상태라서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했고, 다듬지 않은 정원의 상록수가 나의 손길을 기다리듯 반가이 반겨주었다.
몇몇 마을 주민들은 이곳의 풍습에 따라 이삿짐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껏 사월이 시작되는 첫날을 교회의 생일로 지켜오며 성도들과 애찬(愛餐)을 나누었다.
이번에는 십 주년을 맞이하여 동네잔치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몇 달 전부터 광고하며 준비를 했다.
돌이켜보니 황무지 같았던 이곳이 이제는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울만한 옥토밭이 된 것 같다.
교인들도 일년에 몇 분씩은 새로 나왔고, 여기 와서 막내아들을 선물로 받았고, 예배당과 사택을 지었고, 조금씩 지역에서 필요한 교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 동안 마을 분들의 무언의 협조로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으로 동네 분들을 초대하였다.
이웃동네의 양돈장에서 암퇘지를 구입하여 주민들의 도움으로 돼지를 잡아 즉석에서 숯불구이와 삶은고기로 점심을 제공했다.
이제는 한 동네의 주민으로 인정하듯이 스스럼없이 교회당으로 들어와 오찬을 나누며, 벌써 십년이 됐냐며 지난 세월의 흐름을 서로 이야기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어떤 분은 난생 처음으로 예배당에 들어왔다며 이리저리 둘러본다.
믿는 사람들만 들어오는 높은 문턱의 특별한 예배당이 아니라 누구든지 드나드는 장소임을 느꼈을 것이다.
교인들은 모두 주인의식을 가지고 친 부모님 생신을 세듯 개량한복을 입고 열심히 봉사하며, 십시일반 헌금과 성미로 협력하는 모습 속에서 농촌의 소박한 인심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마을에 그래도 교회가 있었기에 신앙심을 가지게 된 것이라며 감사와 기쁨의 얼굴로 주민들을 맞이하며 유일하게 술이 없는(?) 잔치를 치렀다.
때마침 할머니 한 분이 새로 등록을 했는데, 그분은 이사올 때 짐을 받기 위해 오셨던 분이셨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사진을 찍고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할머니로서 십 년이 되자 이처럼 나오며 열심히 신앙생활 하게 되었다.
또한 동네 어귀의 첫 번째 집이라 나름의 의미가 있는 소중한 분이시다.
저녁에는 작은 음악회를 교회당에서 주민들과 이웃 교회들과 함께 감상했다.
<철도.지하철문화예술협회>의 대표인 동생의 제안으로 '잉카 엠파이어' 외국팀을 초청하여 우리들 귀에 익은 '철새는 날아가고, 외로운 양치기' 등을 감상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남미의 대나무 악기로 연주하는 환상적인 자연의 소리는 우리만 듣기에는 아까운 정말 감동이 넘치는 시간이었다.
평소 이 소리를 즐겨 들으며 팬플릇를 구입하여 내 나름대로 불러보기도 했는데, 우리 정서에 맞는 깊고도 청아한 그 소리는 참석한 이들에게 탄성을 불러내었다.
어떤 할머니는 앉은 자세로 음악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며 흥을 돋구었다.
동네 가운데 자리잡은 교회가 이 시대와 이곳 환경에 맞는 장소로 사용되길 원했기에 마음이 흐뭇하였다.
교회는 예배처소, 잔치의 연회마당, 음악과 영화의 관람실, 아이들의 독서공간, 주민들을 위한 무료 한방 치료공간, 작은 모임들을 위한 수련회장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이 마을이 예배당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전원마을로 거듭나고자 한다.
신앙으로 살아가는 공동체, 마음속에 그리는 고향, 언제 오더라도 늘 변화가 있고, 자연에서의 쉼을 통해 삶의 활력을 얻는 동네가 되도록 앞서고자 한다.
또 십년이 지난 후에는 더 큰 잔치를 기대하며 오늘도 주어진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하련다.
-활뫼지기 박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