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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으며

활뫼지기(큰형)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3. 4. 1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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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를 심으며 *


오랜만에 비가 보슬보슬 내렸다.
엊그제가 식목일이었지만 비가 오기를 기다렸는데, 일기예보대로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요즘은 일기예보가 잘 맞는 것 같다.

마을에 사는 보천양반은 정원을 잘 가꾸며 여러 모양의 나무를 심고 분재형 나무로 잘 키우시는 분이다.
사철나무의 씨앗을 구하려갔다가 소복이 자란 어린 묘목들이 있어 값을 주고 사고자 했으나 그냥 가져가라고 한다.

동네 뒤편에 문중밭이 있어 올해부터는 내가 경작하기로 하고 관리기도 구입했다.
목회자이기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농사는 하지 못하고 가능한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 방법의 하나로 나무를 심기로 하였다.
그동안 로터리를 치고 비닐을 깔고 준비하며 비오는 날을 기다렸다.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이 난 자리에 손가락 만한 어린 사철나무를 두 개씩 심었다.
하나는 외롭기도 하지만 식물도 혼자 보다는 여럿이 자라야 경쟁심으로 더 잘 자란다.
그리고 하나가 혹 병들거나 죽으면 하나라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철나무를 키워서 마을에 생울타리를 만들 생각이다.
동네에 빈집이 나오면 구입해서 블록담을 허물고 사철나무를 비롯하여 파라칸사, 동백나무, 호랑가시나무, 쥐똥나무, 전나무를 심고, 그 밑에는 앙증스런 술패랭이꽃을 심어서 아름다운 시골의 풍경을 보여 주고픈 꿈을 갖고 있다.

앞으로 십 년이 지나면 이루어질 상상을 하니 비가 오는데도 힘든 줄 모르겠다.
지나온 십 년의 실험을 통해 증명했기에 앞으로도 가능하리라 확신한다.
점점 쇠퇴해 가는 농촌이지만 도시에서는 이루지 못하는 엄청난 가능성에 도전하고자 한다.

-활뫼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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