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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학 개론/농사정보의 달인

살음살이/사는 얘기

by 종이인형 꿈틀이 2023. 2. 2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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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농사정보의 달인

 

2. 경기도 이천시 농업진흥과 / 박종인

 

3. 업무내용

- 이천벼 품종개발 시험연구를 통해 해들알찬미육성

- 지역 농업인에게 매주 농사정보 문자 발송(5만건)

- 유튜브를 운영하며 농사정보 콘텐츠 282편 제작

- 농업기술 및 정보 제공을 위해 <이천농업방송> 운영

 

 

 

 

MY STORY

 

시골에서 나고 자란 것을 부끄럽게 여기던 시골뜨기가 이제는 시골뜨기임을 떳떳하게 여기며 생명산업인 농업에 몸담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 진로를 농업분야 공무원으로 정한 것은 농촌을 향한 수구초심이었습니다.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공유코자 틈틈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꿈틀아, 너의 새로운 이름은 꿈틀이. 꿈틀거리는 꿈틀이가 아니라 꿈을 움틀 이로서의 꿈틀이다.

- 단편소설 <꿈꾸는 꿈틀이> (박종인 지음) 중에서

 

 


최고품질 해들벼를 개발하여 지역 대표품종으로 선발

이천시는 차세대 지역 대표쌀의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5년간의 노력 끝에 해들알찬미를 개발하여 지역 농가에 보급하였습니다. 이 두 품종은 농촌진흥청과 이천시가 공동으로 연구개발하였으며, 본인은 해들벼 품종 육성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2022년 이천시 벼 재배면적 7,000ha 중에 국산품종 재배면적은 6,700ha로 전체 재배면적 중에 96%입니다. 당연하고 당연하지만 5년 전에는 당연하지 않았습니다. 부끄럽지만 2017년에는 정 반대로 이천시 벼 재배면적의 96%는 일본품종이었습니다.

이천에서 재배하는 일본품종 벼는 히토메보레’, ‘고시히카리’, ‘추청이며, 추청은 아카바레품종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며 지은 이름입니다. 이들 일본품종 대신에 국내에서 육성한 해들알찬미품종을 재배하여 벼 품종의 독립을 실현하였습니다.

이천시는 조생종인 해들을 2019년에 처음으로 재배하였고, 2021년에 856ha재배하여 6,495톤을 수확하였습니다. 중생종인 알찬미는 2020년에 처음으로 952ha에 재배했으며, 2021년에는 전년보다 3배 확장된 2,937ha를 재배했습니다.

2022년부터 농가 및 육묘장에 공급하는 정부보급종 품목에서 일본품종인 추청을 제외 했으며, 2023년 이후에는 이천시 벼 전체를 국내 육성 품종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천시의 벼 품종독립을 위한 노력은 2016412일에 지역 특성에 맞는 수요자 맞춤형 품종개발 공동연구업무협약을 통해 진행했습니다. 이 업무협약은 농촌진흥청의 <국립식량과학원>, <이천시>, 농협중앙회의 <이천시지부> 3자간에 MOU를 체결하여 5년간 벼 품종개발을 추진한 것입니다.

 

이 협약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체결하였는데 본인은 식량작물팀장으로서 협약을 기획하고 진행했으며, 이후 2년간(2016~2017) 시험품종의 지역적응시험, 품종특성 조사, 밥맛테스트, 품종명 공모 등을 추진했습니다.

업무협약 내용은 국립식량과학원벼 품종을 제공하고, 이천시지역적응시험을 실시하고, 농협은 쌀을 상품화하여 판매하는 것입니다.

2016년에 조생계통 5품종과 중만생계통 5품종을 비교 재배하여 2017년에 조생계통 수원588와 중생계통 수원600를 후보로 선발했습니다. 201712월에는 벼 품종을 등록하기 위해 이천 시민을 대상으로 품종명 공모를 진행하였습니다. 여러 이름 중에 최종으로 수원588<해들>, 수원600<알찬미>로 품종보호 출원을 하였습니다.

품종개발은 계획대로 진행되어 2019년에 해들을 131ha 재배하여 550톤을 첫 수확하여 판매했고, 2020년에는 개발 품종을 확대보급하기 위해 자체 채종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들>고품강원4를 교배조합하여 만들었으며, 쌀 외관이 양호하고 밥맛이 우수하며 도열병과 흰잎마름병에 강합니다. 출수기는 724일이며 벼 키는 75cm이고 쌀 수량은 564kg/10a입니다. 벼 품종은 그 특성 및 우수성에 따라 구분합니다. 양호한 품종은 고품질이고 가장 우수한 품종은 최고품질인데 <해들>은 당당히 최고품질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이 품종의 공동 개발자인 것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지역의 벼 품질을 국내 육성 품종으로 교체하는 것은 대한민국 농업의 자존심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쌀 브랜드의 명성을 유지하며 지역 농업인의 소득향상에도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벼는 국가에서 식량안보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국가나 지자체에서 개발한 품종에 대해 로열티를 요구하지는 않으나, 최근 인근 시군에서는 민간회사에서 개발한 벼에 대해 3억 원 이상의 전용실시권을 주고 계약한 것을 볼 때 해들은 이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천시 지역농협은 2021년에 해들6,495톤 수매하며, 수매가를 87,000/40kg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타 지역 및 지역의 다른 품종보다 높은 수매가입니다. ‘추청18,704톤을 수매했는데 2016년에 비하면 절반 수준입니다. 추청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알찬미는 보급을 시작한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21,133톤을 수매하여 추청보다 높았으며, 2022년에는 이보다 갑절 이상 수매할 계획입니다.

2016년 식량작물팀장으로서 일본 품종에서 독립하기 위해 시작한 국내육성 벼 품종개발이 목표대로 5년이 지나서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며 지역의 대표 품종으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을 보니 매우 흐뭇합니다.

이천시농업기술센터는 벼 품종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2020<식량작물 기술보급 전국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일본으로부터 벼 품종 독립을 선언하며 개발한 국내 육성 품종인 해들알찬미는 임금님표 이천쌀의 새로운 품종입니다. 이천시는 7ha의 논에 이 품종을 재배하여 4만 톤의 벼를 수매하는데, 이 양은 수매가로 따질 때 800억 원어치입니다.

 

 

문자로 전하는 농사정보, 때때로 울리는 뻐꾸기 상담소장

20181월에 신둔면농업인상담소장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농업인들은 농사를 지으면서 궁금하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지역의 농업인상담소를 방문하거나 전화를 합니다.

혼자 근무하다보니 출장 중일 때 상담소를 찾은 농업인은 상담소장의 부재에 불만을 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혼자서 내근도 하며 출장도 나가기에 어쩔 수 없지만 이러한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어떻게 하면 농업인의 영농 애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묻기 전에 답하고, 오기 전에 나가기로 했습니다. 그 방법이 바로 문자입니다. 시기별로 필요한 영농정보를 작성하여 문자로 농업인에게 알려줬습니다.

문자로 보낼 수 있는 글자 수는 1000자인데 A4 한 장 분량입니다. 이 안에 필요한 정보를 담았으며 농업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듬은 말로 쉽고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한 편의 농사정보에는 한 농작물의 한 농작업만 담았습니다. 가령 감자_밑거름주기, _논갈이, _순지르기 등입니다.

문자를 보내는 때는 한 주 전입니다. 다음 주가 고추 모종을 심을 때라면 이번 주에 그 내용을 미리 발송하여 대비케 했습니다.

매년 농사를 짓지만 친구 따라 장에 가듯 농부는 옆집이 볍씨를 담그면 덩달아 볍씨를 담그곤 합니다. 그래서 해마다 때가 되면 상담소에 전화를 하고 방문을 하며 농사일을 물었습니다.

시기에 필요한 농사정보를 관내의 농업인에게 일일이 전해주니 그 많던 민원 전화 및 방문상담은 오히려 줄었고, 반면에 만족도는 높았습니다.

문자는 손오공이 자기 머리카락으로 분신을 만들 듯이 혼자인 상담소장을 여럿 만드는 마술효과를 발휘했습니다. 덕분에 혼자서 근무하지만 농업인에게 공백 없이 영농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문자를 활용한 것은 상대인 농업인을 고려할 때 매우 적절한 수단이었습니다. 나이가 많고 학력이 짧은 농업인은 컴퓨터를 보면서 정보를 찾기는 어렵지만, 누구나 휴대폰은 가지고 있으며 그 휴대폰의 문자 정도는 이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농사정보의 전달수단으로 선택했습니다.

특히 나이 많으신 농업인들은 이동수단이 없어 상담소에 방문하기 어렵고 언론 매체를 통한 정보 획득도 어려운데, 매주 서너 건씩 오는 상담소장의 영농문자는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지역의 노인회에서는 농협 총회 때에 농업인상담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고,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시군농업인상담소장을 대상으로 사례발표를 하게 되었고, 농업 소식지 및 농업인신문에도 기사가 실렸습니다.

 

농사정보는 매주 2~5을 작성했는데 2018년에 60, 2019년에 91, 2020년에 60편으로 211편을 제작하였습니다. 문자발송은 개인 휴대폰으로 개인 농업인에게 발송했는데 2018년에 11,880, 2019년에 22,477, 2020년에 15,660건으로 50,017건을 발송했습니다. 천일 동안 매일매일 50명의 농업인에게 문자를 보낸 셈입니다.

문자는 간단한 정보를 손쉽게 제공하는 효과가 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텍스트만 전달하다보니 자세하고 시각적인 전달에는 한계가 있어 아쉬웠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이해하기 쉽게 영농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까 다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농사정보에 달개를 달다. 유튜브 농사정보!

글보다는 영상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유튜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유튜브는 쉽고 편리하게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정보공유 채널입니다. 유튜브에 농사정보를 올리니, 걷던 농사정보는 날았습니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면 링크주소가 만들어지는데, 문자를 보낼 때 맨 아래에 그 주소를 같이 보냈습니다. 내 문자를 받은 농업인은 별도의 검색이나 가입 없이 첨부된 유튜브 주소만 클릭하면 내가 만든 동영상 농사정보를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 농사정보는 지역의 농업인뿐만 아니라 전국의 농업인은 물론 농업인상담소장도 잘 활용하며 감사전화를 하였습니다.

농사정보 동영상 1편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0시간입니다. 자료를 찾고 문서로 정리한 후 PPT로 제작하고, 설명을 녹음한 후 화면과 맞춰서 입력하고 동영상으로 변환하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시간이 아깝지 않았던 것은, 이것이 시간을 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0시간을 투자하여 만든 5분짜리 영상은 단지 5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유튜브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습니다. 5분짜리 농사정보를 한 사람이 보면 5분이지만, 12명이 보면 1시간이며, 120명이 보면 10시간이고, 1,200명이 보면 100시간의 교육효과가 나타납니다. 제 영상 중에 20203월 넷째 주에 올린 <마늘_잎마름병 및 잎끝마름현상>조회수는 127,655이며 시청시간은 7,598시간입니다.

유튜브는 만들었다고 해서 바로 많은 사람들이 찾거나 봐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도움이 될 만한 유용한 정보를 주기적으로 꾸준히 올릴 때에만 가능합니다.

제 유튜브 채널은 시골뜨기입니다. 20193월에 시작했으며 구독자가 20204월에 1천 명, 20215월에 1만 명이 되었습니다. 2022531일 현재 구독자 수는 12,681이고, 시청시간은 124,348시간이며, 조회수는 1,761,082회이고, 노출수는 18,013,521회입니다.

지금까지 올린 농사정보 콘텐츠 수는 282입니다. 한 편 제작에 10시간이 걸렸으니 2,820시간을 투자하여 만든 셈인데, 시청시간이 124,348시간이니 44배의 효과를 얻는 결과입니다. 밑진 장사가 아닌 남는 장사입니다.

 

 

지역의 농업을 방송하는 [이천농업방송] 채널

본소의 농업기획팀장으로 발령을 받은 후 영농정보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농업기술센터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채널 이름은 [이천농업방송]입니다. 20216월에 개통했으며, 본인은 방송의 기획 및 제작하는 PD로서 지역의 농업소식, 농사정보, 영농교육 등의 콘텐츠를 기획하며 제작하고 있습니다.

건물의 빈 공간에 농업방송실을 마련하여 간소하나마 영상장비를 들여놓았으며, 시장님의 결재를 받아 방송실을 운영할 기간제근로자도 1명 채용했습니다. 2022531일 현재 이천농업방송 채널의 구독자는 1,392이며 콘텐츠는 농사정보 43, 영농교육 10, 소식 및 행사 27편으로 80을 제작하였습니다.

방송제작에는 전 직원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원예담당 농촌지도사가 고추의 재배요령을 현장에서 설명하고, 농기계담당 교관이 농기계 안전사용 요령에 대한 설명을 하며, 농업인상담소장이 해당 지역의 농업소식을 전하는 영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지역 농업인의 궁금함과 영농정보를 전하는 농업전문 방송으로서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기본 업무 외에 방송업무를 추가하는 것은 많은 부담이 있지만 정보 취약계층인 고령의 농업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에 기꺼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 삼아 <비대면교육>을 자리매김

202010월에 인력육성팀장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인력육성팀의 농업인단체 지원과 농업인교육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교육은 <이천농업생명대학>으로 대학원과정을 포함하여 4개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천농업생명대학은 2008년부터 시작하였으며 1,291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으며, 이들은 각 영농분야의 발전을 선도하며 지역사회의 리더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라 집합교육이 불가한 상황이었고, 나름대로 방법을 찾는 중에 네이버밴드를 활용한 실시간 비대면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교육을 진행하는 입장이나 교육을 받는 입장에서 불편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나, 코로나19는 훗날에나 가능할 것 같은 비대면교육을 오늘날로 앞당긴 효과(?)를 보였습니다.

이천시농업기술센터는 농촌진흥청에서서 주관하는 2020년 농업인대학대상을 수상했고,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주관한 2021년 농업인대학 운영평가 발표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한 2020년 비대면 교육 콘텐츠 경진대회에 참가하여 장려상을 받았습니다.

농촌지도의 수단과 방법은 시대를 반영해야 합니다. 농업기술센터는 농업인을 대상으로 영농교육을 하는데, 1960년대에는 커다란 전지에 손글씨를 써서 가르쳤고, 1980년대에는 슬라이드 필름을 넣고 돌리는 환등기나 OHP였고, 2000년대 이후에는 빔프로젝터를 이용하였습니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활용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교육의 방법도 달라야 하며, 그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비대면교육입니다. 비록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앞당겨 적용한 방법이지만 이후의 농업인교육은 대면교육+비대면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배워서 남 주자! 기록하고 공유하기.

벼농사 업무를 담당하며 3년에 걸쳐 320 페이지에 달하는 <이천쌀 재배매뉴얼> 책자를 만들었으며, 파일자료를 블로그 등에 공유하였습니다. 농업인상담소장을 하면서 지역의 주요 작물에 대한 <농작물 재배기술 핸드북>을 제작하여 상담소장 및 담당직원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농업의 가치를 일반 시민과 공유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DAUM 블러그는 20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신문과 농업소식지 등에도 정기적으로 기고를 하고 있습니다.

 

지역아동 독서장학 프로젝트인 엄마의 책밥상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지역의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책읽기를 장려하였습니다. 2020년에는 버킷리스트 중의 가장 우선인 나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지렁이를 통해 흙의 가치와 생명 존재 이유를 묻고 답하는 성인동화 형식의 단편소설 <꿈꾸는 꿈틀이>니다.

 

 

지역의 농촌지도사로서 200회 이상 새해농업인실용교육 등에서 강의를 하였고, 인근 시군의 농업기술센터에도 출강하였으며, 농촌진흥청에서 신규 농촌지도사를 대상으로도 벼농사 강의를 진행하였습니다. 2내고향 잠재자원개발 콘테스트에서 대상(농림부장관상)을 수상했고, 전국의 농촌지도사가 선수로 나서는 제11회 농촌진흥공무원 강의기법 경영대회에도 참가하여 장려상을 수상했습니다.

2020년에는 한국농업기술보급대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농업기술보급대상은 농촌진흥공무원의 노벨상과 같은 농촌진흥청 최고의 대회입니다. 2022년에는 지방행정공무원의 노벨상과 같은 지방행정의 달인에 도전하여 선정이 되었습니다. 흐뭇하고 뿌듯합니다.

저의 농촌수필을 올리며 갈무리합니다.

 

<수필>

 

조팝과 이팝 꽃 필 때

 

볍씨는 언제 뿌리고, 모는 언제 심을까?

사위를 살펴보자. 하루 중 나무 그림자가 가장 짧으면 해가 내 정수리에 머문 정오다. 한 달 중 밤이 가장 밝으면 달의 끌림이 가장 센 보름이다. 한해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면 태양이 가장 높게 뜬 하지다. 낮에 뻐꾸기 소리 들리면 여름 오는 때요, 밤에 귀뚜라미 소리 들리면 가을 오는 때다. 봄이면 들판에 아지랑이 아른거리고 가을이면 강가에 물안개 자욱하다. 이렇게 주변을 둘러보면 때를 알 수 있다. 이 때는 자연의 때다. 자연의 때는 생명의 때다. 볍씨에 머물던 생명은 벼 자람을 따라 이어간다. 생명 품은 생물은 때 따라 나고 때 되면 간다. 언제 볍씨를 뿌리고, 언제 모내기를 할까?

농부 몸 안에는 옥신 호르몬이 있는 듯 빛에 순순히 반응한다. 어슴새벽 홰치는 수탉처럼 동트기에 저절로 몸이 깬다. 식물이 해를 바라는 해바라기이듯 농부도 해를 따르는 해따라기다. 직장인은 추분 때나 동지 때나 9시에 맞춰 출근하지만, 농부는 춘분 다르고 하지 다르게 들에 나선다. 농부의 하루는 날이 밝으면 시작한다. 이 시작은 벽에 걸린 시계가 아니라 동녘의 해돋이다.

해토머리, 묵묵하던 땅거죽이 들썩이더니 여기저기서 비죽비죽 싹이 오른다. 이들은 몸에 스미는 따신 기운 따라 눈을 뜨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알에서 깨어난 벌레는 물 오른 순을 먹고, 둥지 튼 새들은 살 오른 벌레를 잡아먹는다.

농부는 여러 작물을 기른다. 그중에 식량인 쌀을 얻기 위해 벼를 키운다. 벼는 가장 기본적인 농작물이다. 그 해의 작황에 따라 죽살이가 달렸다. 원시시대 불꽃어멈이 불씨를 다르듯 씨알은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를 베고 죽는다라는 속담이 생겨났다.

볍씨는 다음 삶을 보장하는 알짜다. 소중히 다뤄야 할 보물이다. 동굴에서 불씨를 살리듯 볍씨를 틔워 모를 기르는 것은 성스런 생명의식이다. 모를 길러 모내기를 하면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다. 불씨가 땔감에 불꽃 번지면 이어서 스스로 잘 타오르듯 어린모를 논에 옮기면 새 가지를 내며 들불 번지듯 포기를 번다.

볍씨는 언제 뿌리고 모내기는 언제 할까? 지역 따라 품종 따라 차이지지만 중부 평야지에서 중만생종을 심을 때 4월 중순에 볍씨 뿌리고 달포 후인 5월 중순에 모를 낸다.

그즈음에 주변을 둘러보면 하얀 꽃들이 눈에 찬다. 조팝나무와 이팝나무 꽃이다. 농부는 흰 꽃을 보고서 흰쌀밥을 떠올린다. 보릿고개를 넘던 어르신들은 신기루에 홀리듯 흰 꽃을 하얀 쌀밥으로 여겼다. 입에 담지 못하는 쌀밥을 눈으로나마 실컷 담으며 헛헛증을 달랬으리라.

하얀 조팝나무와 이팝나무는 그 이름을 밥에서 따왔다. 조팝나무는 원래 조밥나무인데 세게 부르다 보니 조팝나무로 굳어졌고, 이팝나무 역시 이밥나무인데 세게 부르다 보니 이팝나무로 굳어졌다. 둘 다 밥나무다.

먼저 조팝나무를 보자. 잡곡밥은 쌀밥에 각종 잡곡을 섞어 지은 밥이다. 콩을 넣으면 콩밥이고 보리는 넣으면 보리밥이다. 조밥은 하얀 쌀에 노란 조를 넣어 지은 밥인데, 조팝나무의 꽃 모양이 마치 조밥 같다. 조팝나무의 꽃잎은 쌀밥처럼 하얀데 가운데의 수술과 암술은 노래서 흰쌀밥에 노란 조가 섞인 조밥처럼 보인다. 또한 잔가지에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어 핀 조팝꽃은 꿀 바른 나무막대에 뻥튀기한 하얀 튀밥을 붙여놓은 듯 소복하다. 조팝나무는 조밥나무다.

다음 이팝나무를 보자. 이밥은 쌀밥이다. 쌀이 귀했던 조선시대에는 쌀밥은 이 씨(李氏) 왕족이나 양반들이 먹는 밥이라는 뜻으로 이밥이라고 불렀다고도 전해진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쌀밥을 이밥이라고 부른다. 이팝나무의 꽃 피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그해 농사를 점쳤다. 입하 무렵 이팝꽃이 한꺼번에 활짝 피면 풍년이 들고, 잘 피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 눈이 덮이듯 커다란 나무를 뒤덮은 하얀 이팝꽃을 보면서 쌀 가득 안은 풍년을 바라는 농부의 기원이었으리라. 농경지가 많은 전라도와 경남지방엔 마을 정자수로 이팝나무를 심은 것은 이런 바람이다.

천연기념수로 지정된 이팝나무는 전국에 일곱 그루가 있는데, 내 고향 전북 고창의 중산리에도 250살 된 천연기념물 183호 이팝나무가 있다. 나무가 활짝 필 때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커다란 고봉밥이 떠올랐다. 그때는 한창 들에서는 모내기를 하던 때였다. 모를 찌고 모춤을 듬성듬성 논바닥에 던져놓은 모습들이 떠오른다. 지금은 볼 수 없는 내 기억 속에 바랜 흑백사진처럼 자리한 정겨운 풍경들이다.

시골마을 정자수로 심겼던 이팝나무가 근래에는 도시의 가로수로 인기가 높다. 서울의 청계천로와 로데오거리에는 이팝나무거리가 있고, 이천시청 주차장에도 이팝나무가 가로수로 심겨있다. 시골 농부들은 활짝 핀 이팝나무를 보면서 고봉으로 담긴 흰쌀밥을 생각했는데, 도시 시민들은 활짝 핀 이팝나무 꽃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도 산더미처럼 쌓인 눈꽃빙수를 떠올릴 게다.

조팝나무와 이팝나무를 다시 생각해보자. 조는 아주 작고 쌀은 조금 크듯, 조팝나무는 개나리처럼 키가 작은 관목이고 이팝나무는 느티나무처럼 키가 큰 교목이다. 조팝나무 꽃은 청명과 곡우 절기인 4월에 피고, 이팝나무 꽃은 입하와 소만 절기인 5월에 핀다.

두 나무의 공통점은 꽃빛이 하얗고 이름에 밥이 들어있으며, 꽃 필 때를 벼농사에 참고할 수 있다. 조팝꽃이 한창일 때 볍씨를 뿌리고, 이팝꽃이 한창일 때 모내기를 한다. 다시 처음 물음을 돌이켜보자.

볍씨는 언제 뿌리고 모는 언제 심을까?

조팝나무 꽃 필 때 볍씨 뿌리고, 이팝나무 꽃 필 때 모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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