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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 온천하나? 벼도 온천한다!

농사일/농업&농촌

by 종이인형 꿈틀이 2010. 3. 1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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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움과 차가움의 어울림, 비엔나커피.
까만 커피에 하얀 생크림을 얻으면 뜨거움과 차가움의 거침이 따뜻함과 시원함의 부드러움으로 거듭난다. 이 오묘함은 입으로만 아니라 몸으로도 느낄 수 있다. 눈이 펑펑 내리는 한겨울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온천에 몸을 담그면, 데워진 몸의 열기 탓에 벌개진 얼굴 위로 함박눈이 점점이 스며든다.


      


온천으로 이름난 이천에 또 다른 명물 이천쌀!
이천쌀의 대표적인 품종은 추청(아끼바레)이다. 추청은 일본에서 육성된 품종으로서, 밥맛 좋기로 소문난 경기미의 대부분이 이 품종이다. 쌀알은 크지 않으며 심복백이 적어 품질이 우수하고, 아밀로스 함량이 적어 차진 편이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쌀이다.


겨우내 언 땅이 시나브로 풀리는 이즈막 해토머리, 벼의 그루터기가 연병장의 병사들처럼 가지런히 줄지어 있는 논은 고즈넉하기만 하다. 아직은 논갈이를 하기에 이른 때인데, 모내기를 준비하는 곳이 있어 찾아갔다. 3월 9일, 전국 최초로 노지에서 첫 모내기를 하는 곳이다.


이천지역의 모내는 시기는 5월 중순 경이다. 아직도 두 달이 더 남아있고, 꽃샘추위가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는데 어떻게 가능할까?


3월 모내기의 히든카드는 따뜻한 물이다. 벼는 물이 잠긴 논에서 자라기 때문에 기온보다는 수온의 영향을 더 받는다. 비록 3월의 기온이 차갑더라도 물과 흙의 온도가 따뜻하다면 모의 생장에는 무리가 아니다. 더구나 어린 벼의 생장점은 뿌리 부근에 있으므로 물의 온도가 적당하다면 모는 잘 자란 것이다.


모내기를 하는 곳은 부발읍 신하리, 하이닉스 옆에 자리한 논이다. 반도체 공장의 열병합발전소에서는 발전기계의 열을 식히는데 사용된 냉각수가 매일 600ton 가량 논 옆에 있는 수로를 통해 배출된다. 냉각수의 수온은 23℃ 가량 되며(벼가 자라기에 적합한 온도는 20~22℃), 수질검사 결과 수은을 비롯한 13개 항목의 중금속은 전혀 검출되지 않은 농업용수로 적합한 물이다.

 




이 물 덕에 전국 첫 노지 모내기가 가능하다. 이천에서는 노지 모내기뿐만 아니라 하우스 모내기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시했다. 지난 1월 27일 호법면 후안리에서 하우스 안에 모내기를 실시했다. 지하수를 이용하여 언 땅을 높이고, 이중하우스를 설치하여 보온한다.

첫 모내기는 이천쌀을 홍보하는 기회이기도 하며, 세계화에 따른 다양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품종도 추청이 아닌 조생종(진부올벼, 히토메보레)을 재배하여 이르면 6월부터 수확이 가능하다.
 

  



농업기술센터 식량작물팀장과 모내기할 논과 육묘장을 미리 살펴봤다. 하이닉스를 뒤로 한 논에는 트랙터가 논갈이를 하고 있었고, 논을 가로지르는 수로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수가 흐르고 있다.


모는 잘 자랐을까? 못자리관리는 벼농사의 절반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모는 아주 잘 키웠다. 짙은 초록으로 가지런히 자란 모들은 어린 아이들처럼 생기가 넘쳤다. 이제 며칠 후면 온실을 떠나 바깥으로 나가서 꿋꿋하게 잘 자랄 것이다.


모는 온실 안에 비닐터널을 만들어서 2중으로 보온을 하였고, 비닐터널 안에 따뜻한 물이 흐르도록 파이프를 설치하여 가온을 하였다. 그 덕에 못자리는 아주 양호했다. 모를 키우는 분의 노하우가 느껴졌다.

 


    

 
이제 노지에서 전국 최초의 모내기를 한다. 같은 지역에 자리한 생명농업과 전자산업이 서로 협력하니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다. 
지난해에 이곳에서 모내기하는 장면을 살펴보며 올해도 흥겨운 모내기를 꿈꿔본다. 개구리가 기지개를 켰듯이 바야흐로 한 해 농사의 시작이 움튼다.

   


온천의 고장 이천에서는 사람들만 온천을 즐기는게 아니라 벼들도 온천을 즐긴다. 비엔나커피처럼 따뜻함과 시원함이 어울린 벼농사의 멋과 이천쌀의 맛을  느켜보자.


-종이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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