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후배이다.
적어도 중학교까지.
아는 지인의 친동생이고 우리동네 옆동네인 미동마을 출신이다.
문학에 심취해서 나에게 어린 나이에 하던 그의 말이 생각난다.
"시인이 될거예요."
72년생이니 7년 후배이지만 나보다 먼저 등단했다.
우리집 앞앞집에 살던 조선대와 전남대 의대 수석입졸업자인 박병식 시인과, 중학2년후배 김영숙 시인부터 이래저래 주변사람들 모습이 문단에서 보이는 것도 좋은 현상.
물론 아직 소설가는 없이 거개 시인들이지만, 학교에서 같이 문학(시, 소설, 코메디, 시나리오, 희곡..)을 전공한 선후배들 동기들은 각자 문인으로 예술인으로 현장에서 생업과 문화업에 종사중이다.
꽤 유명한 사람들도 몇 있고.
검색하던중 우연히 발견해 기분좋게 올려본다.
박우물------------>
김명국 ▷ 대숲이 있는 작은마을 |
|
|
대숲이 있는 작은마을
김명국
시리도록 투명한 햇살이다 눈길 닿는 곳마다 깨진 사금파리들이 은빛의 언어가 되고 아침 해가 떠서 저녁 해가 질 때까지 강물은 잔잔하다 아침 마당에 빨래줄처럼 늘어진 햇살을 칭칭 감아 올리던 나팔꽃눈들이 보랏빛 물방울을 터뜨려 놓았다 풀끝에 이슬을 손톱으로 톡톡 건드려 밤새 오므렸던 채송화꽃송이를 부끄럽게 벌리면서 고요한 하루가 시작된다 봉숭아꽃들이 줄을 지어 늘어진 마당 한 귀퉁이 민들레가 피었던 산밑 방죽에서부터 들판 안개가 살며시 밀려나간다 나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곤 한다 울창한 수목들로 빽빽하게 들어찬 숲 오솔길 잎이 푸른 한그루 상수리나무가 되고픈 시절이 있었다 가지를 떠난 새들이 어디론가 휙 날아갔다 날아오기도 하면서 풍성한 아침 햇살을 풀어 놓은 채 개울물이 낮은 돌그림자를 건드려 작은 여울을 이루는 것을 보았다 물흐름 소리가 좋아, 조용히 지느러미를 너울거리며 고기떼가 납작한 돌틈 나뭇잎새 사이로 날래게 몸을 감춰 숨어드는 것을 보았다 나는 고요한 강 언덕까지 나가본다 나무등짐 하나 가득히 지고 노루목께를 내려오는 산나무꾼처럼 털 끝에 이슬이 묻은, 검은 까마귀떼 깃털이 떨어져 있는 외길목 당산나무 그림자에 탑처럼 선다 줍지 않은 논바닥 진흙땅에 박힌 이삭과도 같이 하늘 우물에 빠뜨린 눈썹 몇 개쯤 아득히 잊고 갈수록 빛이 나는 저 억새 풀밭에 억새꽃이라든가 갈대가 바람에 몸을 꺾는 들판 후두두 잎턴 싸리나무가 기러기 울음에 젖을 때 마음의 장작에 불씨 몇줌 꺼내 노을을 지피고 감나무, 그 붉디 붉은 전설이 까치밥으로 영근 대숲 마을에서 나는 동면하는 산짐승마냥 긴 겨울을 나고 이른 봄의 햇살로 다시 태어나리라.
|
참고사항 : 199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http://www.moonhakdong.pe.kr/data/sinchun/1998/page7.html, Hit:6
다른 시와 김시인의 약력은 이 주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jmoon.org/bbs/board.php?bo_table=m08&wr_id=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