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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격다짐

활뫼지기(큰형)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5. 2. 2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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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참 깊은 잠에 곯아떨어진 새벽 한시쯤에 고요한 정적을 깨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한밤중에 울리는 전화벨소리이기에 바싹 긴장하며 수화기를 들었다.

성도의 집이거나 아니면 부모님 집에서 위급한 일이 있어 한 전화일지 모른다.

 

내가 놀란 목소리로 수화기를 들면 상대방이 더 놀랄까봐 목소리 차분히 가다듬었다.

“여보세요?” 

순간 대뜸 들려오는 어떤 남자의 혀 꼬부라진 목소리가 나를 황당케 했다.

“거,! 누구시오?”

“예?”

“누구요?”

“아니 ! 전화한 사람이……"

 

‘뚝, 띠띠띠...

상대는 그제야 상황파악을 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추측이 든다.

어떤 남자분이 밤늦도록 술 마시며 놀다가 집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한 것 같다.

 

그런데 번호를 잘못 눌러 나에게 전화를 하고서는 우격다짐으로 따지며 의처증(?) 증세를 보인 것으로 여겨진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지는 오해, 의심, 지나친 열등감, 우월감 등은 대부분 남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된 생각과 판단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읽은 책 중에서 마음에 자리 잡은 구절이 떠오른다.

서울 지하철에서 맨발로 전도하는 최춘선 할아버지의 말씀이다.


행복은 무엇인가?


세상에 무서운 사람 없고,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없으며,

세상에 미운사람, 보기 싫은 사람 하나 없으니 감사 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항상 기뻐하고 감사하는 삶이라고 말하는 그 분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최장수로  살다가 간 외국의 어느 할아버지도 좋은 물과 공기도 좋은 환경적인 요인이지만 평생 남을 미워하거나 보기 싫은 사람 없이 살았기에 장수하는 요인이 되었다고 한다.


결국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남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자세와 가치관을 가지고 사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불행과 잘못은 남의 탓이요, 잘한 것과 행복은 자신에게 돌리는 원초적인 병을 가지고 있다.

변화와 개혁은 나 자신부터 이루어져야 비로소 모든 사회가 발전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생활의 작은 일로서 체험케 해 주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얼마 후 또 하나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교회당에 나오는 학생들을 데리려 주일 오전예배 전에 차를 운행한다.

 

예배를 마치고 다시 아이들을 태우고 각자의  집으로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 그 학생은 열심히 과자를 먹고 있었다.

“지금 그렇게 과자를 먹으면 점심 밥맛을 잃어버리지 않니?”

“아침에 밥을 못먹어 배고파서 그래요.”

“아니, 왜?”

“목사님이 너무 빨리 와서 그랬잖아요.”

“.......”


그 학생 집은 다른 학생들을 태우고 맨 마지막으로 가는 지점이고, 그 시간은 아침 먹기에 결코 늦은 시간이 아니었다.

결국 내가 잘못한 사람이 돼버린 것이다.

깊은 생각 없이 내뱉는 그 말속에는 인간의 본성이 뿌리 박고 있다.

유독 그 학생만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한 때 ‘내 탓이요’ 라는 선전 광고를 붙이고 다니는 차량들이 생각난다.

이제는 부정적인 것만 아니라 긍정적으로 ‘행복도 나하기 나름’이라는 선전 글귀를 보았으면 한다.

-활뫼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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