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날 아빠로 세운 딸

글쓰기/수필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8. 1. 14. 22:36

본문

날 아빠로 세운 딸

우리는 의형제처럼 의리로서 아빠와 딸의 관계를 갖기로 했다. 옆에서 율동을 가르치던 아내는 얼떨결에 엄마가 되어버렸다. 예은이가 나를 아빠라고 부르니 옆에 있는 찬양팀 아이들이 의아하게 쳐다보는데, 예은이는 보란 듯이 나를 아빠라고 강조하며 불렀다.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받았는데, ‘아빠’ 하기에 처음엔 잘못 걸린 전화인 줄 알았는데 딸의 전화였다. 난 아직도 어색한데 딸은 스스럼없이 아빠라고 부르고, 주일날 만나면 ‘아빠’ 하며 내 품에 안긴다.
“선생님, 선생님이 우리 작은 아빠 같아요!”
예은이는 날 보며 자기 아빠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내가 제 아빠와 나이도 비슷하고, 고향도 비슷해서일까?
할머니가 자기 남동생만 챙기고 자기에게는 소홀하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반면에 누나로서 남동생을 얼마나 잘 챙기는지 모른다. 공과공부를 할 때, 다른 아이들이 나에게 버릇없게 굴면 ‘야, 너 선생님한테 그러면 안 돼!’라며 나를 두둔하는 모습이 참 어른스럽기도 하고 기특하다.

예은이는 내가 데리고 있는 찬양팀의 아이다. 지지난해부터 아동부 찬양팀을 맡고 있는데, 여자아이들만 여남은 명 됐다. 모두가 귀엽고 발랄하며 또한 선생님을 잘 따르니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같이 찬양과 율동을 연습하는 시간들이 즐겁고, 가끔 MT를 통해 좋은 추억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 추수감사주일 찬양연습을 위해 안성수양관에서 연습모임을 가졌다. 예은이는 나더러 아빠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러라고 했더니 바로 ‘아빠’라고 부르는 것이다. 스스럼없이 부르는 그 소리에 난 머쓱하면서도 흐뭇했다. 평소에 예은이 같은 딸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이가 나를 아빠라고 부르니 얼마나 기쁜가?

우리는 의형제처럼 의리로서 아빠와 딸의 관계를 갖기로 했다. 옆에서 율동을 가르치던 아내는 얼떨결에 엄마가 되어버렸다. 예은이가 나를 아빠라고 부르니 옆에 있는 찬양팀 아이들이 의아하게 쳐다보는데, 예은이는 보란 듯이 나를 아빠라고 강조하며 불렀다.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받았는데, ‘아빠’ 하기에 처음엔 잘못 걸린 전화인 줄 알았는데 딸의 전화였다. 난 아직도 어색한데 딸은 스스럼없이 아빠라고 부르고, 주일날 만나면 ‘아빠’ 하며 내 품에 안긴다.


새해 첫 주일, 딸이 연필로 쓴 편지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사랑하는 아빠께

아빠, 예은이에요. 딸 예은이요.
아빠. 건강하셔야 해요. 그래야 아빠 살아계시는 동안 제가 효도하죠.
제 친구들에게 ‘난 아빠가 둘이다’라고 자랑했더니
어안이 벙벙해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씩 웃어줬어요.
음... 엄마께 엄마한테도 곧 편지 쓸 거니까 삐지지 마시라고 전해주세요.^^
아빠. 제가 아빠 무지무지 사랑하는 거 아시죠?
앞으로도 아빠 말씀 잘 듣고, 엄마 말씀도 잘 듣고, 평생~ 아빠 딸 할게요. 사랑해요!
아참!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나님이 날 아들 삼으실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난 아이가 없어 친부모의 마음은 모른다. 그러나 이제 딸이 생겨서 양부모의 느낌을 알겠다. 하나님이 우리를 자녀 삼으셨을 때 얼마나 기뻐했는지를 말이다.

글 : 박종인 객원기자
2008.01.11

 

<사랑의교회> 갓피아 사랑이야기 기사

 

 

 

반응형

'글쓰기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가 쓴 성경책  (0) 2008.05.19
한 사람  (0) 2008.03.19
누군가 널 위하여 기도하네  (0) 2007.11.17
과유불급  (0) 2007.06.09
길라잡이 아버지  (0) 2007.04.1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