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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물건을 놓고 내리는 아이들

활뫼지기(큰형)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7. 8. 1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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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물건을 놓고 내리는 아이들


차에서 물건을 깜박 잊고 내리는 일들은 어른들이나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심원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서진이는 한 가지 습관이 있다.

초등학교부터 버스 시간이 다 되어서야 급하게 달려가는 일이다.

아침을 늦게 먹을 때는 그런가하고 이해하지만, 식사를 마치고서도 바보상자를

보거나 이것저것 상관하다가 시간이 되면 또 죽어라 달려간다.

여유 있게 걸어가면서 저수지의 풍경도 감상하며 생각도 하면서 가면 좋으려만

언제나 달려가기가 일쑤이다.


마을 어른들은 걸음이 더디어 항상 먼저 가서 버스를 기다리는 편이다.

그에 반해 소년의 젊음을 과시하듯 녀석은 시간이 다 돼서 부리나케 달려와서 겨우 버스를 타고 가며 그 와중에도 인사를 잘 한다면 귀여워한다.  

이러다보니 학습에 쓰는 도구나 책을 놓고 갔다가 연락오거나, 또는 차를 놓쳐서 밥 먹다가 승합차로 데려다 주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저 번에는 저녁까지 특별 보충 학습 한다면 도시락을 싸 달랜다.

점심은 학교급식을 먹지만 저녁은 각 자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나가 핏잔을 준다.

“오직 공부들을 못하면 일학년들에게 공부시킬까”?

막상 도시락을 준비하자니 엄마는 신경 쓰인다.

마침 형이 전에 쓰던 도시락이 있어 정성껏 준비해서 가지고 다니게 했다.

도시락의 추억도 색다른 추억이리라 여긴다.


한 이틀 잘 가지고 다니더니 그날은 저녁에 빈손으로 돌아왔다.

도시락을 시내버스에 그만 놔두고 내렸다고 한다.

이미 잊어버린 것처럼 말한다.

당장 내일 도시락을 준비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그래도 혹시나 하여 그 다음 날 버스 터미널에서 이제 막 운행을 마친 기사님에게 물어봤다.  고창 터미널 사무실에 도시락이 있는 것을 봤다며 그리 연락하라고 친절히 말해준다.

알아보니 과연 있었다. 음식물이 상할까봐 비우고 빈 도시락의 주인을 기다린다고 한다.

고맙다고 하며 아이와 같이 가서 찾아왔다.


이 일이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등학교 일학년인 딸이 방학 중에 봉사한다며 친구들과 어느 병원에 다녀왔다.

집에 도착한지 한 참 지나서 나에게 휴대폰으로 연락이 왔다.

상대방의 번호를 보니 분명 딸의 핸드폰이다.

의아해서 받아보니 걸쭉한 아저씨 목소리였다.


“여보시요 나 버스 기사인디.... 핸드폰을 차에 놔두고 갔시오.

이제나 저제나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는디 하도 안와서 해보느거요!”

알고 보니 딸이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 놓고도 지금껏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햐~~??”

“이 녀석은 동생보다 더 한 건망증이네?

아니! 상대방이 먼저 연락오기까지 모르다니.”


그 다음날 딸과 같이 또 읍내 버스 사무실로 가야 했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음료수를 준비했다.

나는 차에서 기다리고 본인이 가서 인사드리고 찾아오도록 했다.

이제 또 다시 여기에 오는 일이 없어야 할뗀데...

기사 아저씨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대한고속버스 기사님들 고맙습니다.”

 

-활뫼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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