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뫼지기(큰형)

[스크랩] 시골 노인들의 겨울나기

종이인형 꿈틀이 2007. 3. 20. 13:22
 

시골 노인들의 겨울나기


거실 앞 에 외풍이 심하여 하이샷시 창문을 하나 더 달기 위해서 창문을

떼어내는 작업을 하였다.

무거운 창문을 조심스레 떼어낸 김에 거미줄로 더러워진 창문 사이를 청소하려다가

곤충들의 겨울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름에 얄미운 모기들이 방으로 침입하기 위해서는 두 방어막을 지나야 겨우 거실로 들어올 수 있다. 그 1차 관문은 모기들을 잡기 위해서 펴놓은 거미들의 끈적끈적한 거미줄을 무사히 통과해야 하고 2차관문은 사람들이 만든 방충망이 그 역활을 담당한다.

사람이 모기들을 물리치라는 명령을 내린바는 없지만 거미들은 본능적으로 먹잇감을 기다리다 걸리면 잡아먹는다. 그 거미줄이 때로는 지저분하기도 하지만 천적의 역할을 훌륭하게 감당하는 고마운 곤충들이다. 그저 사람들에게 피해가  안 될 정도의 거미줄만 제거하면 된다.

그 거미들이 스폰지같은 모양의 집에다 수많은 알을 실어 놓고 창문 사이의 각진 구석에다 집을 만들었던 것이다. 


웬만한 추위가 와도 거뜬히 견딜만한 모양이었다.

어미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지만 아마 그들도 넉넉히 겨울나기를 하리라 여긴다.

비단 거미들뿐 아니라 많은 곤충들이 겨울나기를 나름대로의 다양한 방법으로 지내는 것을 가끔씩 발견하곤 한다.

사람들과 함께 사는 자연의 일부인 곤충들도 겨울나기를 잘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요즘 시골의 노인들이 새로운 방법으로 겨울을 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다.

몇 년 전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정착해가는 마을의 풍습이 시작되었다.

필자가 사는 마을 뿐 아니라 시골의 어느 동네에 가도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옛 날 구들방으로 쩔 쩔 끓는 사랑방이 사라지고 대신 마을 회관이나 노인당으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시대가 변하여 집집마다 기름보일러가 겨울 난방으로 대신하지만 자꾸 오르는 난방유로 인해 어려운 겨울을 난다.

불합리한 정책인지 몰라도 시골 서민들이 사는 단독주택은 구조상 단열이 잘 안되는가 하면 도시의 집들은 아파트를 비롯하여 더 좋은 재료로 단열효과가 뛰어난다. 그럼에도 가격이 저렴한 도시가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난방비가 적게 드는 방면 시골은 이중으로 난방비가 많이 드는 현실이다.


집 집 마다 난방비를 적게 들게 하기 위해서 안방 하나만 겨우 벨브를 열고 그 위에 전기요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럼에도 춥게만 지내야 하는 이 겨울에 마을 노인당은 그래도 따뜻한 장소가 되며 사람들이 모이는 사랑방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군(郡)에서 매 달 난방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보일러를 가동시켜 그나마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그렇게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사를 같이 나누며 내친김에 저녁까지 들게 된다. 홀 로사는 노인들은 혼자 밥을 해 먹으면 밥맛도 없고 힘들기도 하는데 이처럼 아침만 어떠하든 해결하고, 노인당에 가면 점심과 저녁까지 그리고 심심찮게 나오는 여러 간식을 드시며 지내다가 퇴근(?)하는 새로운 풍속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마을 행사를 치르기 위해 모여 음식을 나누며  넓고 편리해서 애경사를 치루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로 자리잡아갔었다.

행사의 당사자들이나 출향민들이 적잖게 기부하는 자금이 생기자 이제는 저녁까지 식사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자녀들은 고향에 홀 로 남은 노인들의 안부를 물으면서 마을 노인당에서 공동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들은 이후로  너도나도 기회 되는대로 간식거리나 비용을 즐거움으로 참여했다.


주방일은 주로 칠팔십 대 노인들을 오육십 대 젊은 분들이 섬기고 있다.

웬만한 분들은 다 사위와 며느리를 보는 나이지만 여기서는 어른 대접받기 보다는 젊은이에 속한다. 아마 그들이 혈기왕성한 이십대에는 육십대의 노인으로서 공경 받았던 시대였다.

환갑잔치는 당자자인 부모나 자녀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잔치였었다.

그런데 이제는 환갑잔치는 점 점 사라지고 칠순잔치는 간간히 있는 편이다.


시대와 풍조가 변하였지만 지금의 노인들은 항거하기 보다는 순리에 순종하는 모습들이다.

예로부터 우리네 농민들은 그래왔다.

수없이 손이 가며 땀방울로 얼굴을 씻어야 하는 고달픈 농사일도 노래와 춤으로 발전시켰다. 길쌈을 메든 상여를 메든 흙을 이겨 집을 짓든 모든 힘든 일에는 그에 맞는 장단과 소리로 고달픔을 이겨 나갔었다.


그 소리는 삶의 애환과 소박한 소망의 소리가 담겨있었다.

이제는 힘든 일은 기계가 대신하며 어울려서 하는 일을 사라짐과 아울러 전해 내려오는 소리들도 사라지고 있다.

같이 늙어가는 이웃과 더불어 같이 밥상을 나누고 자식자랑, 시집살이 등 지나온 이야기를 하고 또 하며 이 겨울을 지낸다.


따뜻한 봄이 오면 마을 노인당은 썰렁하지만 대신 새로 돋아나는 수많은 나물과 채소들이 노년의 친구들이 될 것이다.

자식 낳고 길러 가르치고 출가 시키느라 평생 힘들게 했던 땅과 가축들은 남아 있지만, 이제는 힘에 부쳐 젊은 사람들에게 내어주고 가까운 텃밭을 일구며 산다.

이제는 텃밭의 작은 농작물이 노인들의 말없는 친구들이다.


지금의 노인들은 우리 역사 속에서 가장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온 분들이다.

새로운 것을 터득하기도전에 도 다른 새로운 물결을 맞이해야 하는 시대 속에서도 끈끈한 두레 공동체로 겨울나기로 이어가고 있다.

내년에는 좀 더 따뜻하고 즐겁고 유익한 겨울을 맞이하기를 소망하지만 그 사이에

저 세상으로 가실 분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해마다 찾아오는 겨울나기 보다는 더 큰 인생의 겨울을 나는 지혜를 얻었으면 한다.

겨울이 지나고 새 봄이 오면 모든 자연이 새싹을 내며 새로운 생명을 살듯 저 세상에서의 영원한 생명을 이어가는 인생의 겨울나기가 되는 노인들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싶다.

활뫼지기 





출처 : 활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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