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인형 꿈틀이 2007. 2. 9. 22:31
  아기

인간의 방법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시도해봤다. 그렇다고 계속 시험관시술을 실시할 수도 없다. 비용부담도 만만찮고 몸과 마음이 지친 것도 감당키 버거운 일이다. 그래도 아내는 한번 더 시도해보자고 한다.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며 또 한번의 시험관시술을 준비한다. 하나님께 억지로 떼를 쓰는 것은 아니다.
휴대폰을 통해 들리는 아내의 목소리가 우중충하다. 모임의 사람들을 뒤로 하고 얼른 집으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는 거실에 앉아 혼자서 울고 있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TV를 바라보던 아내는 스르르 내 품에 기대어 흐느끼며 울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던 아내는, 내가 오지 않았으면 그렇게 혼자서 계속 울고 있었을 거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울지 않으려 했으나 막상 좋지 않은 결과를 들으니 그냥 눈물이 나오더라는 것이다.

우리 집안은 참 조용하다. 한창 미운 짓을 할 꼬맹이가 집안을 헤집으며 다닐 결혼 6년차, 그러나 우리에겐 그런 아이가 없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가고 이렇게 저렇게 신경을 썼지만 아이의 소식은 깜깜무소식이다. 산부인과에 다니며 배란일을 알아보고 한약도 지어먹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난 자연스런 방법으로 아기를 갖길 원했으므로 아기를 갖기 위한 병원시술을 생각지 않았었다. 하지만 아내는 포기할 때 포기하게 되더라도 할 수 있는 한 모든 방법을 다 시도해봐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며 날 설득했다. 그래서 인공수정을 실시했다. 실패다. 또다시 인공수정을 했다. 실패다. 시험관 시술도 했다. 실패다. 또 다시 시험관 시술을 했다. 실패다.
담당 의사선생님은 수정란을 2번이나 이식해도 착상이 되지 않자 혹시 자궁 안에 착상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있을지 모르니 자궁경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검사 결과 괜한 검사였다고 말씀하셨다. 현재로서는 임신이 안 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세상엔 알 수 없는 일들이 참 많다. 우리에게 아이가 생기지 않는 원인도 알 수 없다. 이 알 수 없는 일 때문에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뉴스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아 출산율이 저조해서 문제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출산을 하려고 해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이 바로 문제인 것이다.


남자로서 산부인과에 가는 것이 쑥스러웠으나 이젠 자연스럽다. 거기에는 나처럼 자연스럽게 산부인과를 찾는 남자들도 많다. 산부인과에 와보니 아이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엄마가 되고자 시험관시술을 받는 예비엄마의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른다. 달포 가량 호르몬제 등을 비롯한 주사를 매일 맞아야 한다. 그러나 정작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시술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기다림, 그리고 실패라는 결과. 아무리 강다짐을 하여도 무너지고 마는 엄마가 되고픈 아내들.
인간의 방법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시도해봤다. 그렇다고 계속 시험관시술을 실시할 수도 없다. 비용부담도 만만찮고 몸과 마음이 지친 것도 감당키 버거운 일이다. 그래도 아내는 한번 더 시도해보자고 한다.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며 또 한번의 시험관시술을 준비한다. 하나님께 억지로 떼를 쓰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아이가 생기지 않는 뜻도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의 뜻도 알 수 없다. 이 알 수 없는 일 때문에 힘이 들기에 그 뜻을 알고 싶다.


글 : 박종인 객원기자
2007.02.09
출처 : 갓피아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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